한국은행이 10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현재의 연 1.50%의 기준금리의 향방을 결정한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한은이 어떤 결정을 내릴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여전히 불안하고, 국내 경기에서 수출과 내수가 모두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금리인하 요구가 큰 상황이지만 일단 3월 금통위에서는 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국내 수출은 지난 2월 전년동기대비 12.2% 줄어 지난 2009년 2월(-18.5%) 이후 7년 만에 최대폭의 감소세 나타내며 바닥을 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월 이후 14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역대 최장기간 감소세이기도 하다.
믿었던 소비마저 한 풀 꺾인 상황이다. 1월 소매판매액지수가 전월 대비 1.4% 감소하면서 저조한 성적표를 기록했다. 투자 지표도 좋지 않다. 설비투자의 경우 자동차(-17.4%)와 운송장비(-11.0%)에서 모두 줄어 전월 대비 6.0% 감소했다.
정부의 추경편성과 함께 한은이 금리인하로 유동성을 풀어 경기 회복세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이유다.
특히 2월 금통위에서 나온 소수의견은 금리인하 주장에 더욱 불을 지핀 상황이다.
7명의 금통위원 중 하성근 금통위원이 "수출 하락세가 예상보다 크게 확대되고 있고, 내수의 개선흐름도 약화되면서 경제 주체의 회복 기대심리도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며 금리인하로 대응할 것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수출과 내수 여건이 추가로 악화됐다"며 "반면 2월 금통위에서 금리인하의 부담요인으로 작용했던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나 대외 주요국의 통화정책 부담감은 완화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월 금통위에서는 금리인하가 어려울 것으로 보는 전망이 많은 이유는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아직 남아있는 가운데 3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와 유럽중앙은행(ECB)와 일본은행(BOJ) 등 각 주요국의 통화정책 결정을 앞두고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조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이에 한은이 3월 금통위에서는 일단 금리를 동결하고 각국의 통화정책 방향과 세계경기 흐름,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지켜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한은 내부적으로도 경기 부양에 대한 금리인하의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판단한지 오래다. 지난달 경기 부양을 위해 금융중개지원 대출을 9조원 확대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경기 성장세 둔화는 대외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각 부문별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인위적인 내수 진작책보다는 근본적인 정책을 통해 대응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한은은 섣불리 금리조정에 나서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 2월 금통위 이후 통화정책방향 설명회에서 "통화정책은 그야말로 시간적인 여유를 확보하는 정책이지 구조적인 문제까지 해결할 수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12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문제와 외국인 자본유출 우려 등도 추가 금리인하에 발목을 잡고 있는 요인이다. 특히 4월 금통위원 교체를 앞두고 한은이 신중한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성우 NH선물 연구원은 "주요국의 통화정책회의 결과를 앞두고 한은이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본다"며 "대내적인 여건은 금리를 내려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대외적인 요소들을 고려했을 때 신중한 기조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주요국의 통화정책 방향과 국제유가 반등 움직임이 향후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에 변수가 될 수 있고, 금융중개지원대출 확대를 통한 경기흐름도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결국 2분기 경기지표를 확인하면서 상반기 중 한차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