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급 공무원에서 지방국세청장까지, 그리고 다시 세무법인 대표이자 나눔의 전도사로 반백년을 세금과 함께 울고웃어 온 조용근 천안함재단 이사장의 고백록 ‘나는 평생 세금쟁이’가 출간돼 세정가의 필독서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조용근 이사장은 2014년 10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총 88회에 거쳐 ‘나는 평생 세금쟁이’라는 주제의 연재를 세정신문에 기고했으며, 그 내용은 지난달 책자로 발간됐다.
조 이사장은 “그동안의 파란만장한 삶을 현직 후배들에게 솔직하게 들려줌으로써 후배들의 성공적인 공직자 삶을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는 집필소감을 밝혔다. 조 이사장이 현직의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내용이 무엇인지 진솔한 얘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 ‘후배들에게 용기를 주는 참씨앗이 되기를 희망한다’ 라는 책자 프롤로그의 내용을 통해 조 이사장의 바람을 엿볼수 있습니다. 세정신문에 기고를 결심하게 된 배경과 책으로 엮어낸 소감이 어떠신지요
“66년 국세청 창립멤버로 언젠가는 국세청 후배들에게 물려줄 책자 하나쯤은 필요하다고 생각을 해왔습니다. 그러던 차에 2014년 세정신문에서 집필요청이 왔는데 사실 만만치 않은 작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뭘 내세울만한 것도 없는데 글을 쓴다는 게 부담도 돼 수 차례 고사를 했지만 '당신 정도의 국세공무원이라면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다'는 끈 질긴 설득에 결국 마음을 정하게 된 것입니다. 흔히 자서전 하면 저자의 성공한 자화자찬(自畵自讚)이 저술된다는 인식도 부담감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국세청 직원들의 진정한 롤모델이 될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저의 소중한 경험을 전수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에 집필을 결정하게 됐습니다. 물론 제가 성공했다기보다는 선배로서 이정표를 제시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가장 큰 동기부여 였습니다.
연재를 앞두고 이러한 마음을 가졌습니다. 제가 실패했던 이야기, 잘못 저질렀던 이야기 등을 진솔하게 털어 놓자는 것이었습니다. 기고에 저의 부끄러운 실수와 실패 경험까지 낱낱이 소개된 것이 이러한 배경입니다.
연재가 끝난 후에는 책으로 출판하라는 요청이 줄을 이었고, 1년여간 써온 원고를 다시 손질해 책자까지 발간하게 됐습니다”
□ 공직에 근무한 분들은 현직에서의 일들을 털어놓기 터부시하는 관행이 여전합니다. 기고 내용을 보면 현직에서의 가감없는 실무담이 소개돼 있는데, 대단한 용기라 보는데요-
“사실 힘든 작업임은 분명했습니다. 저를 발가벗기는 일인데, 좋은 일도 아니고 실수 했던 일까지 드러내는 일은 도전이었다. 하지만 먼 훗날 국세청이 100년이 지나서 이런 선배도 있었구나 하는 기록을 남길 필요가 있었고, 적절할지 모르겠으나 ‘시체 해부용’으로 내놓는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고과정에서는 감동적인 성공스토리가 아닌 히스토릭한 제 진실, 9급에서 출발해 8·7급 등을 거쳐 한단계 한단계 살얼음을 딛듯이 올라가면서 겪은 당시의 순간들을 진솔하게 남기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제육신이 후배들을 위해 실습용이 돼야한다는 마음이었습니다.
자서전을 보면 대개 자기 칭찬이 주를 이루지 않습니까? 물론 다 훌륭한 분이지만 그러한 내용들은 독자들이 식상해 하기 마련입니다. 후배들의 공감을 일으키려면 제가 현직에서 깨지고 망가진 이야기까지 다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후배들에게는 제가 그때 그 자리에서 이런 일을 했었다는 내용을 전함으로써 소통을 하게 됐고, 저를 내려놓으면서 나를 밟고 가라는 의미도 전달할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약한 사람, 내놓을게 없는 사람이니 밑천이 그 것밖에 없었던 부분도 전제가 됐겠지요”
□ 1년여간 연재하는 동안 남몰래 말 못할 불편하셨던 점도 있었을 것입니다. 어떻게 극복을 하셨는지요.
“우선 내 약점을 드러내고 가족들의 얘기를 꺼내 놓을 때 ‘그런 내용을 소개할 필요가 있는냐’ 하는 가족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를 내려 놓아야 한다. 진심을 얘기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의 후손들도 보아야 한다고 설득을 했습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것은 남을 통해 나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합니다. 물론 타인의 성공한 부분은 따라가기 힘들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역으로 남이 잘된 것보다 잘못 된 부분을 통해 성찰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내가 쳐다 보지도 못할 것을 목표로 삼아라’하는 것이 아닌, ‘인생의 이정표를 통해 삶의 되돌아보고 인생 후반전을 준비하도록 해야한다’는 것이 우선 이었습니다”
□ 올해는 국세청 개청 50주년을 맞는 뜻 깊은 해입니다. 때마침 세무공무원 출신이 책을 발간했는데 의미가 깊다고 봅니다. 국세청 직원들에게 전할 말씀이 있다면-
“국세청 직원들에게는 이제 두 번다시 저와 같은 상황이 오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국세청은 50년을 지나 비약의 시대를 맞았고 환경이 달라졌습니다.
제가 현직에 있을때는 IT와는 관계가 없는 한마디로 원시적이던 시절이었지만 이제는 새로운 모습의 업무형태와 조직시스템이 국세청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 역할은 개청요원으로서 국세청 문을 연지 50년, 어려운 시간을 거쳐왔다는데 자족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의 50년 되돌아보면 위만 쳐다보며 올라왔는데 이제는 국세청의 트랜드가 바뀌어야 한다. 국세청은 상명하복이 철저했고 심지어, 욕을 먹어가면서도 국세청을 생각했습니다.
‘국세청은 이런곳이었구나’ 승복을 했는데. 최근의 국세청 직원들은 자기 자신과 안 맞으면 틀렸다고 생각을 한다 합니다. 하지만 국세청 직원들 한분한분은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세정신문 강권에 정리기회 가진셈…4월 4일 출판기념회 개최"
이런 후배들에게 떳떳이 내 놓을수 있는 선배들 아량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실 많은 선배들이 나름 한가락 한다고 하는데 후배들에게 용기있게 나서 사명감을 심어주는 사례가 드물어 아쉽습니다. 제가 기고를 통해 현직에서의 생활을 가감없이 들춰 낸것은 후배들을 위해 사명감과 자긍심을 실어주기 위한 저의 작은 소망의 실천이었습니다
‘나이 70세가 되면 배운 사람이나 못 배운 사람이나 똑같고, 90세가 되면 산에 묻힌 사람이나 방에 있는 사람이나 같다’고 합니다. 후배들이 자기 자리에서 맡은바 역할에 최선을 다할수 있도록 선배들의 도움이 필요할 때 입니다”
□ 장고의 연재를 마친후 시원섭섭 하셨을 텐데, 어떠한 생각이 드셨는지요.
“많은 후배들로부터 ‘벌써 연재를 끝내셨습니까’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국세청 후배들은 정말 친자식, 조카, 동생같이 사랑해 주고 싶습니다. 돈이나 명예가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이책을 발간하고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용기를 줬다는 점에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국세청 선배들은 후배들을 위해 한 사람 한사람이 곳곳에서 민들레 씨앗이 되어 꽃을 피워 멀리멀리 전파해야 하며, 곳곳에서 역량을 발휘해 국세청 출신이라는 자부심을 높여 나가야 하겠습니다”
□ 역작이 마무리 됐는데, 출판기념회라도 크게 한 번 열어야하지 않을까요?
“그럼요. 3월 법인세신고기간을 감안해 4월 4일 석성일만사랑회 장학금 전달식을 겸해 출판기념회를 할 계획입니다.
장학금 전달식에서는 1억 2천여만원을 국세청 후배 자녀에게 전액 지급하게 됩니다. ‘나는 평생 세금쟁이’ 책자가 국세청 후배들을 위해 집필됐다면, 책 발간으로 인한 수익금은 후배들의 자녀들에게 다시 장학금으로 전달돼 의미있는 출판기념회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지난 17일에는 제주도 국세공무원교육원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9급 공채 임용예정자를 대상으로 강의를 통해 국세청 직원이라는 자부심을 가지라고 당부했습니다. 새내기 국세청 직원들에게 선배로서의 역할을 할수 있어 참으로 뿌듯하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후일담인데 ‘왜 책자 제목이 하필이면 나는 평생 세금쟁이’냐는 말을 들은바 있습니다.
사실 공직자 중에서 국세공무원하면 삐딱하게 보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저는 책자를 발간하는 과정에서 국세공무원에 대한 이미지를 바꿔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했습니다.
이제는 국세청 선배들도 세금쟁이 출신이라는 점을 쉬쉬 하지말고, 당당하게 나가서 활동할수 있어야 합니다.
국민들로 하여금 세금쟁이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하며, 국세청 직원들도 나는 세금쟁이라고 당당히 외쳐야 합니다. 금번 책자출간을 통해 제2 제3의 나는 세금쟁이를 자청할수 있는 국세청 선·후배들을 기대합니다.
조용근 이사장은 '출판기념회를 지난해 말이나 1월달에 개최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4.13 총선을 겨냥 한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살 수도 있을 것 같아 법인세신고가 끝나는 4월 4일로 잡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