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한발 걸음은 느렸지만 휠체어에 의지하지는 않았다.
3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린 성년후견인 신청 1차 심리에 출석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몸은 다소 불편해 보였지만 취재진 앞에서 직접 걸으며 자신의 건재함을 알렸다.
이날 오후 3시44분께 지하 주차장 4층에 검은 승용차 한 대가 들어섰다.
뒷좌석 문이 열리고 시간이 다소 흐른 후 검은 코트에 빨간 목도리를 한 신 회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혜원 SDJ 코퍼레이션 상무 등 수행원들이 고개를 살짝 낮춰 신 회장에게 눈을 맞추고 "걸어가시겠냐", "10m 정도 된다"고 물었다. 신 회장의 육성은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한손에 지팡이를 짚고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한발씩 내딛었다. 주춤거리듯 보폭은 짧았다.
기자들이 신 회장에게 "건강은 괜찮으신가", "오늘 왜 나온지 알고 있나", "신동주 회장을 지지하는 것이 맞냐"는 등의 질문을 했지만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신 회장은 포토라인과 법원 검색대를 통과해 심리가 진행되는 법정으로 가기 위한 엘레베이터 앞에 섰다.
고개를 살짝 숙이고 몸은 구부정했지만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면서도 계속 서 있었다. 옆에는 휠체어가 있었고, 신 회장 측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양헌의 변호사들이 함께했다.
오후 3시49분. 신 회장은 심리를 위해 법정으로 올라갔다.
당초 신 총괄회장은 이날 심문기일에 불참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심리를 1시간15분여 앞둔 이날 오후 2시45분 참석을 알렸다.
신 총괄회장의 외부 일정은 지난해 12월1일 롯데월드타워 공사장을 기습 방문한 이후 2개월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