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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6. (목)

내국세

'국세청 인사권 기재부로'-세정가 '망연자실'

-창간 50주년 기념 기획특집-

한상률 불명예 퇴진은 상상을 초월한 후폭풍을 몰고 왔다. 전임 이주성·전군표 청장이 비리혐의로 사법처리수순을 밟고 있는 중이었기에 한상률만큼은 자기관리에 더욱 철저할 줄 알았다가 그게 아닌데 대한 충격이 그만큼 컷다. 급기야 물밑에서 꿈틀대고 있던 '국세청 개편'론이 불에 기름을 부은 것 처럼 폭발했다.

 

 

'국세청을 송두리째 바꾸지 않고는 국세청 고위직의 비리를 막을 수 없다' '국세청장을 내부에서 승진시켜서는 안된다' '국세청 조직과 기능을 축소해야한다' '국세청을 외부기구에서 관리 감독해야한다' '국세청 인사권을 기재부가 가져야한다' 등등 국세청을 옥죄려는 국세청 개편론이 정가에 급속히 확산된 것이다. 시민단체들도 가세했다. 2009년 1월부터는 국세청개편 세부안이 언론을 통해 속속 공개됐고, 국세청 개편은 기정사실이 됐다. 이명박 대통령 구두재가까지 받아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정부가 마련한 주요 국세청개편안은 ▲6개 지방국세청을 폐지하는 대신 본청이 전국 세무서를 직접 관장하고 ▲세무서를 대폭 축소해 대(大)세무서체제로 만들어 조사만 전담하는 조사처를 주요지역에 두고 ▲국세청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기재부와 사정기관 중심의 국세청개혁위원회 별도 설치 ▲국세청의 주요 인사권을 기재부가 관장토록 한다 등이다.

 

국세청개혁 내용을 접한 세정가인사들은 경악했다. 특정인들의 개인비리로 인해 국세청 전체가 코너로 내 몰리고 있는 데 대해 분개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자신의 손과 발을 다 묶고, 기구를 대폭 축소하는 작업이 무르익어가고 있는 데도 거기에 대응할만한 기력이 없었다. 국세청장 직무를 대행하고 있는 허병익 차장이 나름대로 애를 썼지만 이미 대세로 굳어 진 상황을 반전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국세청을 옹호하면 그도 똑 같은 부류로 치부되기 십상인 형국에서 국세청을 비호 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특히 국세청개혁 주도처로 알려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과 '강만수 사단'의 기획재정부 세제실 기세에 눌려 누구도 국세청개편에 관한한 반대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국세청직원들은 기재부를 향해 섭섭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국세청을 껄끄럽게 여기고 있는 일부 기재부관리들이 국세청장 비리사건을 기회로 국세청을 완전히 장악하려 한다는 설이 파다했다.  

 

'기재부에서 한사람이라도 국세청 옹호했더라면 그토록 무지비한 국세청개혁안 못 만들었을 것' 

 

답답함에 못 이긴 일부 국세청인사가 기재부 지인에게 물밑으로 도움을 요청했지만 '좀 잘하지'라는 핀잔만 들었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국세청은 고립무원이었다. 당시 기재부는 자타가 공인하는 'MB맨' 강만수 장관을 필두로 윤영선 실장과 주영섭·백운찬·김낙회·이원태 정책관 등이 세제실팀을 이루고 있었다. 그 중 어느 한사람이라도 국세청을 옹호했더라면 그토록 무자비한 국세청개혁안은 못 만들어졌을 것 이라면서 당시 국세청사람들은 세제실팀을 원망했다.

 

국세청 개혁안은 5월12일 중앙부처조직개편 발표 때 나올 것으로 예견 됐으나 그냥 넘어갔다.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부 중앙부처의 235개 과(課)와 팀을 감축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안이 확정됐으나. 웬일인 지 국세청조직개편은 확정안발표에서 빠진 것이다.

 

'결국 손과 발이 다 잘리는 구나'라며 모든 것을 체념하고 있던 국세청은 어리둥정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세정신문 기자에게 '국세청 개혁안은 다 완성 됐으나 대통령 최종 결심이 아직 안 섰다'면서 '국세청 부조리제거문제의 완성도를 다시한번 검토하실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 때 마침 이명박 대통령이 중앙아시아제국 방문이 잡혀 있던 터라 국세청조직개편안 발표는 대통령 귀국후에 있을 것으로 예상 됐다. 그러나 5월15일 대통령이 돌아 오고 난 뒤에도 국세청조직개편 문제는 감감 무소식이었다. 

 

그 답은 그 해 6월 21일 나왔다.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이 제18대 국세청장에 내정된 것이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7월 16일 국세청장에 취임한 백용호 국세청장은 취임식에서 '작지만 효율적인 국세청'을 천명했다. 그 후 한달여 만인 8월14일 취임 후 처음 개최된 전국세무관서장회의에서 백용호 국세청장은 '국세청 조직개편은 없다'고 단언했다. 1년 넘게 국세청을 끈질기게 괴롭혀 왔던 국세청 개편안이 소멸됐음이 확인된 순간이다. 국세청조직이 '기사회생' 한것이다. <계속>

 

서채규 주간 <se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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