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져 숨지기 직전 3달 동안 5일만 쉬면서 일한 20대 여성 근로자가 끝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지 못했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A씨의 남편 김모씨가 "아내의 사망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2012년 9월 6일 당시 29살이던 A씨는 출근해 업무를 보던 중 두통과 어지럼증을 느끼고 병원에 갔지만,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A씨는 5일 뒤인 11일 '뇌실내출혈'과 '박리성 뇌동맥류'로 숨졌다.
A씨의 사고 후 김씨는 공단 측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지만, 공단 측이 'A씨의 사망과 업무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지급을 거부하자 이듬해인 2013년 7월 소송을 냈다.
김씨는 A씨가 사고를 당하기 전인 6월과 7월에 각각 3일과 2일 등 총 5일만 쉬었고, 8월부터 쓰러진 날까지는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다고 주장했다.
또 2인1조로 일하던 실장이 건축사 자격시험을 준비하게 되면서 그의 업무 일부를 대신하게 됐고, 업무 가중으로 계획된 업무를 마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회사 소장으로부터 질책을 듣기도 해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강조했다.
1심은 "A씨에게는 뇌실내출혈의 원인이 된 뇌동맥류가 이전부터 있었고 사망 무렵 A씨가 처한 근무환경 등이 박리성 뇌동맥류의 파열 등을 통한 뇌실내출혈을 유발할 정도는 아니었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이 같은 1심의 판단을 뒤집고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2심은 "A씨에게 뇌실내출혈의 원인이 되는 뇌동맥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하기는 했지만, 과로가 있었다면 뇌동맥류가 파열돼 뇌실내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며 "A씨에게 있어서 이러한 가능성은 업무상 과로가 있었는지 먼저 판단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고를 당한 날짜에 가까울수록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가 양적, 질적으로 증가했다면 A씨에게 뇌동맥류라는 기존 질환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기존 질환이 급격히 악화됐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기존 질환인 뇌동맥류를 자연경과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시켰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2심 판결을 다시 뒤집었다.
재판부는 "휴무일 없이 근무했지만 보통 오후 8시 이전에 퇴근해 어느 정도 휴식을 취했고 이 회사에서 7년 정도 도면 작성 등 설계업무를 수행했으므로 설계업무의 범위가 다소 넓어졌더라도 변화된 업무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업무의 변화로 특별히 심한 정신적 압박을 받았으리라고 여겨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