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논객 지만원(73)씨가 인터넷에 올린 '5·18 당시 광주에 북한특수군 600명이 왔다'고 주장한 동영상이 불법으로 삭제됐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3단독 김제욱 판사는 지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김 판사는 "5·18 민주화운동은 당시 신군부 세력과 계엄군의 진압에 맞서 광주 시민 등이 민주주의 쟁취를 위해 항거한 역사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지씨가 제작하거나 작성한 동영상과 게시글은 이같은 내용을 전면 부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판사는 이어 "5·18 민주화운동이 북한의 배후와 북한군 주도로 일어난 국가반란이나 폭동인 것처럼 표현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며 "5·18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의 동기와 사회적 신분, 지역, 직업 등에 편견을 조장할 우려도 있다"고 판단했다.
또 "학문적 연구 결과라고 해도 그 내용이 정보통신망에 게시돼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 및 사회윤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면 이를 제한할 수 있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방통심의위는 일반에게 공개돼 유통되는 정보 중 건전한 통신윤리를 위해 정보의 심의 및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며 "사전 고지 및 청문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해도 이의신청 절차와 방법 등을 안내해 시정조치가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지씨는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 '5·18 광주에 북한특수군 600명이 왔다'는 제목으로 5·18 당시 북한이 개입했다는 내용의 18분짜리 동영상을 올렸다.
방통심의위는 지난해 7월 지씨가 올린 영상이 "5·18 민주화 운동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관련 단체 및 개인에 대한 편견을 조장한다"며 KT 등 9개 망사업자에게 차단을 요구했다.
방통심의위는 또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5·18에 왔던 북한특수요원의 증언', '5·18 북한군 개입 실상' 등 같은 내용의 글을 포털사에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망사업자들과 인터넷 포털사이트는 해당 영상과 게시글을 삭제했다.
지씨는 "영상과 게시글을 무단으로 삭제해 명예가 훼손되고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월권행위이자 불법행위"라며 3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들을 북한특수군으로 지목하고 북한이 개입했다고 주장해 고소를 당한 지씨 관련 형사 사건은 지난 10일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됐다.
당시 도청 시민군 상황실장이었던 박남선(61)씨 등 4명은 지난 10월 지씨를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혐의로 광주지검에 고소했다. 또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광주지방변호사회 등도 지씨를 같은 혐의로 고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