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플라티니(60)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의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선거 도전이 무산됐다.
FIFA 윤리위원회는 21일(한국시간) 제프 블래터(79) FIFA 회장과 함께 플라티니 회장에게 자격 정지 8년의 징계를 내렸다.
이로 인해 플라티니 회장은 향후 8년간 축구와 관련된 일체의 활동에 나서지 못한다.
내년 2월26일로 예정된 FIFA 차기 회장 선거에도 자연스레 출마가 불가능해졌다. 뿐만 아니라 차차기 출마도 물건너 갔다.
씁쓸한 퇴장이다.
플라티니 회장은 지난 6월 블래터 현 FIFA 회장이 사임 의사를 밝힌 이후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됐다. 팬들의 신망, 경험, 지지세력 등 3박자를 고루 갖췄다는 평가였다.
지난 1973년 프랑스 AS낭시에서 데뷔, 생테티엔을 거쳐 1983년 유벤투스(이탈리아)로 이적해 1987년 은퇴하기까지 활약했다. 15시즌 동안 580경기에 나서 무려 312골을 기록했다.
1982 스페인월드컵에서 프랑스를 4위에 올려놨고, 1986멕시코월드컵에서도 팀을 3위로 이끌었다. 1983년부터 축구계 최고 권위의 상인 발롱도르를 3년 연속 거머쥐는 등 당대 최고의 축구 선수로 꼽혔기에 인지도에서 따라올 이가 없었다.
은퇴 후에는 축구 행정에 뛰어들었다.
1998 프랑스월드컵조직위원회 활동을 시작으로 2002년부터는 FIFA 집행위원에 임명됐다. 2006년에는 UEFA 회장 선거에 뛰어들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듬해 당당히 선거에서 승리했다. 이후 10년간 UEFA를 이끌며 축구 행정가로서의 역량을 쌓아올렸다.
선수로서의 명성과 행정가로서의 능력을 갖춘 만큼 지지세력도 탄탄했다. 유럽은 물론 아시아 지역에서도 플라티니에 대한 선망이 높았다.
지난 6월 블래터 회장의 사퇴 선언은 하늘이 준 기회였다. 블래터 회장의 18년 집권기가 부패로 얼룩진 만큼 플라티니 회장의 인기는 높아졌다.
이에 플라티니 회장은 지난 7월29일 유럽지역 각국 축구협회에 회장 선거에 출마할 계획이니 지지를 보내달라는 뜻을 전달했다. 출마를 공식화했다.
축구계는 유력자의 등장에 발빠르게 대처했다. 하루 뒤인 30일 다수 유럽국가들이 지지의 뜻을 밝혔고, 아시아축구연맹(AFC)의 수장인 셰이크 살만 빈 에브라힘 알 칼리파 회장까지 지원 사격에 동참했다.
각국 언론은 블래터 회장의 유력한 후계자로 플라티니 회장을 꼽았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 등이 대항마로 나섰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였다.
하지만 하늘 높은 줄 몰랐던 플라티니 진영의 기세는 한순간에 꺾였다.
지난 9월 스위스 연방법원은 플라티니 회장이 지난 2011년 FIFA에서 약 200만 스위스프랑(약 24억원)의 의문스러운 돈을 받았다는 혐의를 제기했다. 파장이 컸다.
FIFA 윤리위가 움직였다. 윤리위는 지난 10월8일 플라티니 회장에게 90일간 임시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플라티니 회장은 징계를 받기 전 FIFA 회장 선거 후보 등록을 마쳤기에 선거에 대한 희망은 이어갔다. 징계가 풀리는 내년 1월에는 다시 선거 캠프에 합류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원하던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FIFA 임시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12일 플라티니 회장을 제외한 채 5명의 출마 후보를 공개했다.
200만 스위스프랑에 대해서도 명확히 해명하지 못했다.
지난 1999년부터 2002년까지 플라티니 회장이 제프 블래터 회장의 자문 역할을 할 때 받지 못한 금액을 차후에 지급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스위스 법은 체불된 임금이 5년내에 지불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기에 돈을 받기까지 걸린 9년간의 시간이 설명되지 않았다.
아울러 금액이 전해진 2011년은 플라티니 회장이 블래터 회장의 4선에 지지를 표한 시점이라는 점도 여론의 눈초리를 사납게 만들었다. 자연스레 대가성 금액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결국 FIFA 윤리위는 이날 플라티니 회장의 징계를 확대했다.
윤리위는 "플라티니 회장은 자신에게 맡겨진 직무와 이에 따른 책임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신뢰성과 진실성을 갖추는데 실패했다"면서 그가 윤리위 강령의 이해 상충, 성실 의 등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플라티니 회장은 윤리위의 결정에 항소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회장 선거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선거 캠프로 복귀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