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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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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객 촬영하던 기자 범죄자 몰려…"공권력 남용" 주장

취객들의 싸움 현장을 휴대전화로 촬영하던 기자가 졸지에 범죄자로 몰려 경찰에 체포돼 공권력 남용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해당 기자는 경찰이 공권력을 무리하게 남용해 시민을 불법 연행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경찰은 성범죄 신고를 접수받아 정당한 법집행을 했을 뿐 위법은 없었다며 맞서고 있다.

지난 14일 오전 2시5분께 대전시 둔산동 한 백화점 인근 도로를 지인과 함께 걷던 대전의 한 신문사 소속 A(40) 기자는 "신고를 받고 출동 중"이라는 소리를 듣고 순찰차 뒤를 쫓았다.

늦은 시각, 심각한 범죄 현장이라도 있을 지 모른다는 생각에 따라갔지만 다행히(?) 도착한 곳에는 취객으로 보이는 남녀들이 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출동한 경찰관이 이들을 제지하고 있었지만 A기자는 반사적으로 휴대전화를 이용해 현장을 촬영했다.

하지만 일행 중 한명으로부터 촬영 중단을 요구받고 촬영을 종료했다. A 기자의 휴대전화에는 당시 촬영한 8초 가량의 영상이 저장됐다.

그렇게 마무리 될 것 같던 상황은 경찰이 휴대전화에 촬영된 영상의 삭제를 요구했으나 거부해 문제가 시작됐다.

경찰은 다짜고짜 촬영한 영상의 삭제를 요청했고, A기자는 적법한 요구인지를 되물으며 거부했다.

A기자는 "개인이 소유한 휴대전화로 촬영한 영상에 대한 삭제를 요구하는 근거를 물었지만 경찰은 초상권 침해라는 이유만 들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A 기자는 계속 삭제를 거부하다 경찰로부터 신분 확인을 요구받았고, 이 마저 거부해 현장에서 체포됐다.

그러나 경찰의 주장은 다르다. 폭행신고를 받고 출동한 장소에서 한 여성이 자신의 신체가 휴대전화에 촬영된 것 같다며 삭제를 요구해 촬영자에게 요청했지만 이에 불응해 법 집행을 했다는 것이다.

카메라 등으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해 촬영할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를 적용한 것이다.

경찰은 "현장에서 여성의 신고를 받아 삭제를 요구했는데 불응했고 신분 확인 조차 거부해 현장에서 체포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 기자는 성범죄는 경찰이 뒤늦게 짜맞춘 혐의라며 납득하기 어려운 설명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삭제를 요구한 경찰은 무리에서 떨어져 당시 여성들과 어떤 얘기도 오가지 않았다"며 "갑자기 무슨 근거로 저를 성범죄자 취급했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또 "설령 촬영이 범죄였더라도 영상 삭제를 요구할 근거가 있느냐"며 "성폭행범은 당연히 현장에서 체포돼야 하지만 나는 성범죄자가 아니다. 경찰이 위법한 방법으로 직권을 남용해 시민을 체포한 뒤 혐의를 짜맞춘 것"이라며 억울해했다.

A기자의 변호사도 "경찰이 이유로 제시한 초상권 침해는 민사상 권리이지 형사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며 "당시 상황이 범죄 현장이든 아니든 촬영한 영상은 증거자료로 사용할 수도 있는데 무조건 삭제를 요구했다는 사실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현장을 촬영하다 졸지에 성범죄자 취급을 받게 된 A기자는 경찰을 상대로 끝까지 진실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A기자는 "이번 일의 핵심은 법적 근거없이 시민의 재산을 훼손하려 하고 불법적으로 연행한 경찰의 공무집행이 정당했느냐는 것"이라며 "해당 경찰 등을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고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전지방경찰청은 법 집행 과정에는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전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여성으로부터 현장에서 신고를 접수받은 뒤 촬영된 영상 확인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그것 역시 경찰의 직무유기"라며 "A 기자가 당시 적법하지 않은 이유로 신분 확인 절차 등을 거부해 절차에 따라 연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A기자는 연행 뒤 5시간 여 만에 풀려난 뒤 오는 17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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