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주가가 공모가(2000원)를 밑도는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SPAC)이 속출하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식시장에 상장된 58개 스팩 가운데 7개 스팩 주가(4일 종가 기준)가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다.
골든브릿지제2호스팩, 유진에이씨피스팩2호, 키움스팩4호 등 현재 주가가 각 1995원으로, 공모가인 2000원을 밑돌고 있다. 주가가 2000원에 머물고 있는 스팩도 14개에 달한다.
스팩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3년 이내에 비상장업체를 인수합병(M&A)하는 조건으로 특별 상장되는 서류상의 회사(페이퍼컴퍼니)다.
스팩의 공모자금 90% 이상이 은행에 별도 예치되고 3년 내 합병에 실패할 경우 반환되기에 원금보장 상품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스팩 주가도 공모가인 2000원에서 플러스 20% 수준의 범위 내에서 움직인다.
하지만 최근들어 대부분 스팩 종목들의 주가 수익률이 부진하고, 일부 종목의 경우 오히려 공모가를 밑돌고 있는 것이다.
NH투자증권 최장규 연구원은 "스팩 시장은 코스닥 시장과 IPO 시장, 장외주식 시장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데 최근 3가지 시황이 모두 스팩에 부정적인 상황"이라며 "상반기에 좋았던 중소형주가 최근 좋지 않은데다 IPO시장도 급랭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외주식 시장의 경우 최근 규모가 큰 종목들이 많이 생기면서 주가가 전반적으로 오른 측면이 있는데 장외주식을 인수합병 해야하는 스팩 입장에서는 좋지 않다"며 "3가지 부정적인 뉴스가 맞물리면서 스팩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모가를 밑도는 스팩은 대부분 중소형 증권사가 발행한 것이다. 이는 스팩 업무에 덜 적극적인 증권사라는 인식이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공모가를 밑도는 스팩은 무위험 차익이 가능하단 차원에서 매매 기회로 삼기도 한다.
합병 법인이 결정된 스팩의 경우 주가가 급락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바이오로그디바이스와 합병하는 교보3호스팩은 공모가 대비 23.25% 떨어진 1535원, 닉스테크와 합병하는 교보4호스팩은 6.50% 떨어진 1870원을 기록했다.
와이퍼 생산업체 캐프와 합병하는 유안타제1호스팩은 1.75% 떨어진 1965원, 게임회사 썸에이지와 합병하는 케이비제6호스팩은 8.75% 떨어진 1825원을 기록했다.
이들 스팩의 경우 합병 대상 회사의 실제 가치보다 높은 가치로 합병을 결정한 것 아니냐는 시장 반응이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스팩 간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증권사가 해당 기업이 원하는 밸류에이션에 맞춰주며 기업 모시기에 나선 결과란 분석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팩 경쟁이 가열되다보니 오버 밸류에서 합병을 결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선 비싸게 주고 합병을 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실망매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