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2000년 9월 1일을 기해 '정도세정 기본강령'을 공표하고, 일선세무서 조직을 세목별에서 기능별로 바꿨다. 11월에는 6.14 남북정상회담 후속으로 남북 2중과세방지협약이 추진됐으며, 이경근 재경부차관보가 방북했다.
2001년 1월 국세청은 변칙해외거래기업 1300개를 중점관리한다고 발표했다. 건당 10만원 이상 비용은 영수증내역을 확인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해외 현지법인을 통한 외화유츨이 그만큼 심각했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같은해 2월 8일 국세청은 조 중 동을 포함한 23개 중앙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작했다. 5월 8일까지 3개월간 조사를 진행한다는 발표가 있자마자 정치권에서부터 불꽃 공방이 벌어졌다. '1997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를 지지한 언론사가 탄압 당하는 것'이라는 한나라당 주장과 '세무조사에는 성역이 있을 수 없다'는 정부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이 언론사 세무조사는, 조사결과와 사후처리 내용과는 별개로, 법에 따른 국가공권력행사에 대해 피조사언론사가 너무 과민하게 반응한 것 아니냐는 지적과, 아무리 국가공권력 행사라 해도 상식을 담보하지 못하면 승복을 얻기 어렵다는 교훈을 남겼다. 다만 직전년에 실시된 중앙일보 홍석현 사장 단독 세무조사 때는 침묵 또는 긍정했던 일부 언론사들이 자사조사에서는 강력 대항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여론이 적지않았다. 또 국세청의 조사업무 집행의 기술적 미숙을 지적하는 사람도 많았다.
국세청은 3월3일 제35주년 '납세자의 날'을 기해 수송동(현 서울청) 본청 청사 상량식을 개최 했다. 국세청 전 직원 1만7천 명의 '부흥 국세청'을 기원하는 자필서명과 국세행정 정보화CD, 카드복권제 등을 백두산 적송과 한라산 백송으로 만든 '타임캪슐'에 담아 100년 후 개봉을 기약하고 주춧돌 밑에 묻었다.
같은 달 전성기를 누리던 탈랜트 심은하 양이 '광고모델 계약금을 사업소득으로 보고 중과세 한 것은 부당하다'면서 서초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종소세취소청구 소송에서 패소했다. 일부 고소득 미용성형의원의 세금탈루가 도를 넘었다는 비난과 함께 성형수술의 폐해문제가 사회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국세청은 4월 30일을 기해 성형외과와 피부과 107곳을 골라 일제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그 무렵 진념 재경부장관 겸 부총리는 법인세 인하와 교통·농축세 폐지를 언급해 유관단체들의 환영을 받았다.
안정남 국세청장은 국세청장 재임 2년 4개월여 만인 2001년 9월 7일 건교부장관으로 영전해 갔다. 차관급인 국세청장에서 각료가 된 것은 개인적으로나 국세청으로 볼때 분명 경사였지만, 세간의 시선은 그리 선선하지만은 않았다. 의욕이 넘치다 보니 그에 따른 과오도 불가피했다는 측면과, 언론으로부터 '타도' 대상이 된 것이 불행의 씨앗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직원인사와 관련해선 한동안 지역편파인사 논란에 시달렸다.
그러나 납세자에게 봉사하고 국민을 받드는 '위민세정' 정신만은 누구 못지않게 투철했고, 그것을 실천하려 무던히 애썼다는 점엔 공감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 해 9월 10일 손영래 서울국세청장이 국세청장에 임명됐다. 제13대 국세청장이 된 손영래 청장은 취임식에서 '세부담 불균형 시정'을 강조했다. <계속>
서채규 주간 <seo@tax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