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5.06.19. (목)

기타

감사원 "안홍철 前사장, KIC투자 개입…운용사 부당선정"

지난 6일 돌연 사퇴한 안홍철 전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이 자산운용사 선정과 투자 결정 등에 부당하게 개입해 온 사실이 감사원에 적발됐다.

감사원은 안 전 사장이 자신의 딸이 재직 중인 업체를 위탁운용사로 선정하는 과정에 부적절하게 관여하고, 투자를 검토 중인 호텔로부터 초고가 객실을 제공받는 등 비위 정도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인사자료로 활용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국회 감사청구에 따라 지난 7~8월 정부나 한국은행 등이 위탁한 국가외환을 운용하는 국부펀드 KIC의 운영실태를 점검한 결과 이같은 내용을 비롯해 총 26건의 감사결과를 시행했다고 11일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안 전 사장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7월까지 투자결정을 위해 열린 총 49회의 투자실무위원회에 31회 참석해 50개 안건의 심의에 개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장은 투자실무위원 자격이 없는데도 회의에 마음대로 회의에 참석해 의사결정 과정에 부당한 영향을 줄 만한 발언과 지시를 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US바이아웃(Buyout) 전략 운용사 선정 업무에 관여해 특정 업체에 대한 투자 규모를 2배나 확대토록 지시한 게 대표적이다. US바이아웃 전략은 미주 지역 부실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해 구조조정 등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인 뒤 되팔아 수익을 거두는 전략이다.

안 전 사장은 당시 투자실무위원회에 참석해 US바이아웃 전략으로 운용할 3개 위탁운용사 중 A사에 대한 투자금액 증액을 당부했다. A사는 위탁운용사 선정 과정에서 KIC 실무자들이 실적에 따른 평가기준을 임의로 변경하면서까지 최종후보에 포함시킨 회사였다.

그 결과 탈락됐어야 할 A사가 위탁운용사에 선정됐을 뿐만 아니라 투자금액도 당초 1억5000만달러에서 3억달러로 늘어나는 특혜를 제공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안 전 사장은 올해 4월 절대수익펀드 위탁운용사로 B사와 C사 등 4개사를 선정해 3억달러씩 총 12억달러를 투자하는 과정에도 부당개입했다.

당시 안 전 사장은 후보자 리스트에 오른 15개 회사 중 B사와 C사 2곳을 자신이 직접 출장지로 선택해 방문했다. B사가 자신에게 보낸 이메일을 위탁운용사 선정 담당자들에게 참고하라며 보내는 한편, 부하직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심사를 앞둔 시점에서 B사 대표와 직접 만나기까지 했다.

C사의 경우 안 전 사장의 딸이 2011년부터 재직 중이었으며 KIC 임원들에게는 이같은 사실이 이미 알려져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안 전 사장은 C사를 최종후보로 포함시키는 결정을 내렸던 투자실무위원회에도 참석했다.

KIC의 운용수익률이 높게 나타나는 것처럼 '눈속임'을 하는 과정에도 안 전 사장은 개입했다. 올해 1월 미 달러화 강세로 현지통화 기준 수익률이 낮아질 것처럼 보이자 통화바스켓 기준 수익률을 도입해 공시하도록 독려한 것이다.

지난해 12월에는 KIC의 투자검토 대상 호텔에서 제공한 초호화 객실에 머물기도 했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이 호텔의 로열스위트룸은 1박에 2100만원으로 CNN이 선정한 세계에서 11번째로 비싼 객실인데도 안 전 사장은 호텔 측의 편의 제공으로 98만원만 내고 숙박했다. 안 전 사장이 머문 다음날 KIC는 해당 호텔에 대한 투자절차를 공식적으로 진행하기 시작했다.

안 전 사장은 올해 5월에도 홍콩의 1400여만원짜리 호텔 객식을 제공받아 26만원만 내고 숙박했다. 이로부터 한 달 뒤 안 전 사장은 투자위원회를 주재해 해당 호텔에 4억8000만달러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다.

안 전 사장이 인사 관련 업무를 부당 처리한 사실도 확인됐다. 안 전 사장은 2013년 12월 KIC 사장으로 취임 한 이후 D본부장의 일부 경력이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사표를 받아냈다.

이후 본부장 자격요건도 갖추지 못한 해외지사장 E씨를 중도 귀국시켜 본부장 직무를 대행시켰다. 안 전 사장은 없던 규정까지 신설해 E씨에게 5억3000만원의 전세보증금과 비서, 차량 및 운전기사 등을 제공했다.

사장이 직접 부당한 인사에 개입하면서 KIC의 직원채용 등에 대한 내부통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KIC는 지난해 5월 일반직 공개채용을 통해 정년까지 불과 7개월 밖에 남지 않은 F씨를 실장으로 채용했다. 이 과정에서 F씨에게 시험 응시를 권유한 모 센터장은 면접시험에 위원으로 참여해 최상위등급의 점수를 부여한 사실이 적발됐다.

F씨는 정년이 도래했지만 보직과 처우가 그대로 유지된 채 임금피크제 적용은 받지 않는 별정직으로 전환돼 근무 중이다.

감사원은 또 KIC가 지난 2010년 사모주식에 대한 직접투자를 시작한 이후 7건, 총 10억5400만달러의 투자에서 5억9500만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KIC내 투자 인력의 지식과 경험이 충분하지 못하고 매장량 확인이나 국제유가 하락 위험 등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에너지, 원자재 유통 등에 섣불리 손을 댔다가 수익은 커녕 원금의 절반 이상을 날려버린 것이다.

아울러 감사원은 KIC가 미국 메이저리그 소속 야구팀인 LA다저스 구단에 대한 투자 검토에 필요한 재무자문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특정 회사가 유리하도록 평가 기준을 임의로 변경하고 제안서에 나타난 각 회사별 정보까지 수정해 25만달러의 자문 수수료를 부당 지급한 사실도 적발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 결과와 관련해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KIC 직원 7명의 문책을 요구하고 안 전 사장의 비위행위를 통보해 인사혁신처가 향후 공직후보자 관리에 활용토록 했다.

한편 안 전 사장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등 야당 의원들을 비하한 인터넷 댓글 9000건을 올린 사실이 적발돼 취임 직후부터 야당 측의 거센 사퇴 압박을 받아왔지만 '버티기'로 일관하다가 지난 6일 물러났다.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