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컴퓨터 게임을 한 뒤 흉기로 친 누나를 살해하려한 혐의로 기소된 10대의 처벌을 놓고 법원이 고민에 빠졌다.
피해자인 누나와 어머니가 선처를 호소, 풀어 줄 수도 있지만 범행 동기와 피고인의 정서적인 부분이 명확히 설명되지 않으면서 재판부가 고심하고 있다.
11일 오후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나상용)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최모(17)군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는 피고인의 어머니와 피해자인 친누나가 변호인측 증인으로 나와 당시 상황과 평소 최군의 성품에 대해 증언했다.
피고인의 어머니는 "아들이 어릴 땐 책도 많이 보고 착했는데, 중학교 때 아버지가 병으로 쓰러지면서 많이 힘들어했다"며 "평소 누나와 동생과도 잘 싸우지 않고 사이가 좋았다"고 진술했다.
그러자 재판장은 최군의 누나와 어머니에게 "피고인이 풀려난다면 또 이런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증인은 장담할 수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최군의 어머니는 "아들이 풀려나면 다시 공부를 시작하기로 약속했다"며 "다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가 잘 챙기겠다. (이런 일) 없을 거라고 믿는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누나도 "당시 동생이 잔혹한 영상을 많이 봤던 상태였고 흥분해서 그랬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을 찌르는) 사고가 있었으니까 다시 그러진 않을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자 재판장은 피고인의 어머니를 향해 "피고인이나 가족도 마찬가지겠지만 재판부도 왜 이런일이 일어났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그렇기 때문에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왜 그랬는지 안다면 대처가 가능할텐데 그게 아니니 재판부도 답답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수원지역의 한 변호사는 "전과가 없는 소년범의 경우 살인미수 죄를 저질렀어도 집행유예 선고나 전과기록이 남지 않는 소년부 송치 결정 등이 가능하다"며 "재판부가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고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피고인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면 치료감호 등을 명령하면 될텐데, 그런 것도 아니니 재판부로선 난감할 것"이라며 "재판부 입장에서 피고인이 풀려나 재범한다면 그에 대한 부담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군은 앞서 지난 4월 경기 광주시 자신의 집에서 흉기로 자고 있던 친누나(21)를 11차례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최군은 오전부터 흉기로 사람의 신체를 자르는 등 잔혹한 장면이 나오는 컴퓨터 게임을 하고 같은 게임의 동영상을 수 시간 본 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최군은 경찰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범행 당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정신을 차려보니 누나가 피를 흘리고 있었다"고 주장해왔다.
재판부가 전문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최군에 대한 감정 결과 최군은 정신과적으로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중독 정도도 '중간 정도'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날 최군에게 단기 3년 장기 5년의 징역형을 구형했다.
최군에 대한 선고공판은 오는 27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