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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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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금융위기 이후 최대 中企 구조조정

대기업 '퇴출'의 전조인가

중소 기업들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로 시장에서 퇴출된다.

수출 산업 전반이 흔들리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에서부터 경고등이 켜지기 시작했고, 결국 부실한 대기업 퇴출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채권은행이 재무구조가 취약한 중소기업 1934곳을 대상으로 세부평가를 진행한 결과 구조조정 대상 기업으로 175곳을 선정했다.

이는 전년 대비 40% 증가, 지난 2008년 이후 최대 규모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실적이 악화된 기업이 증가해 세부평가 대상이 약 20% 늘어나고, 채권은행도 평가 기준을 강화한 데 따른 것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신용위험 평가 결과 부실징후가 있는 기업 가운데 경영 정상화 가능성이 있어 워크아웃을 진행하는 C등급 기업은 모두 전년 대비 16곳 증가한 70곳으로 집계됐다.

◇수출 부진이 중소기업 위기 불렀다

이번에 구조조정 대상 중소기업이 가장 많았던 분야는 제조업으로 모두 105곳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 둔화에 수출까지 감소하면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의 타격이 컸다고 분석한다.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0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수출은 434억69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5.8% 감소하며 10개월 연속 위축되고 있다.

수출 물량은 9.4% 감소세로 전환하고 단가도 7.1% 하락하는 등 수출 환경이 급격하게 악화되는 상황이다.

수출은 기존 주력 시장 대부분에서 감소하고 있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서 8.0% 감소한 것을 시작으로 일본과 유럽연합(EU), 아세안(ASEAN) 등에서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제조업 가운데 가장 구조조정 기업이 많은 업종은 전자부품으로 19곳이 선정됐다. 이어 기계 및 장비가 14곳, 자동차 12곳, 식료품과 금속제품 각각 10곳, 8곳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됐다.

◇전자부품·기계 및 장비 가장 많아…대기업 재무 악화 전조 우려도

일각에서는 이번 대규모 중소기업 퇴출이 대기업 위기의 전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수출 환경이 쉽게 개선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더욱 그렇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수출 선행 지수를 근거로 올 4분기 수출이 전기 대비 약 9%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기업 경영 환경이 나빠지면서 협력 중소기업들의 재무 환경이 특히 악화된 모습을 보였다고 금융당국은 전했다.

또 휴대폰 등 전자 산업에서 지난 2012년 이후 성장이 둔화되고 업계 간 경쟁이 심해지는 과정에서 중소 협력 업체들의 재무 상태가 특히 악화됐다고 해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자부품, 대기업 휴대폰 매출이 떨어지면서 관련 있는 기업들이 영향 받았다"며 "기계와 관련해서는 금형 제조 업종이 주된 대상"이라고 말했다.

통상 제조 중소기업은 대기업 협력사인 경우가 많다. 예컨대 휴대폰 필수 부품 제조 공정에 들어가는 일부 부품을 납품하거나, 한 공정 자체를 위탁받는 식이다.

업황이 나빠지는 것은 물론 대기업 계열사와 중소기업 모두에 악재로 작용한다.

하지만 그룹 차원의 지원을 받거나 자금 융통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대기업 계열사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처가 마땅하지 않은 중소기업은 먼저 타격을 맞게 된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대외 경제 환경이 악화되면서 내구성 높은 형태의 생산 기업을 중심으로 상당한 수익성 악화가 계속되고 있다"며 "결국 대기업 (재무 악화가) 시작되는 전조이고, 앞단에서 중소기업이 먼저 시작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본격 구조조정…대기업도 내달 시작될 듯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은 이미 워크아웃에 들어갔거나 이를 준비 중이다. 앞으로 이들 기업은 유상증자 또는 자산 매각 등 자구 계획을 채권은행에 제시, 이를 근거로 만기 연장 여부 등을 판단 받게 된다.

반면 퇴출 대상 기업들은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거나 지원 없이 스스로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하지만 그간 적자를 지속해왔던 이들 기업이 자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분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회생을) 할 수 있었다면 이미 했을 것"이라며 "법정 관리에 들어가거나 어음 결제를 하지 못 해 부도나는 경우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 구조조정 흐름은 부실 대기업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민간 주도의 구조조정 활성화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다.

금융위와 유암코는 지난 10월22일 모두 4조2500억원 규모의 재원으로 전문 구조조정 회사를 설립, 기업재무안정 사모펀드(PEF) 등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대규모 부실이 있거나 사업성이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는 해운과 조선 등 일부 업종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한편 금감원은 이번 대규모 중소기업 구조조정이 은행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조성목 금감원 서민금융지원국 선임국장은 "이미 은행들이 적립한 대손충당금이 있고, BIS비율도 0.03%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은행 건전성에 큰 영향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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