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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13. (금)

내국세

이건춘, '세풍' 회오리 속 '눈 똑바로 뜨자' 독려

-창간 50주년 기념 기획특집-

특히 과거 같으면 주정중 조사국장(PK), 이목상 중부청장(TK), 최병윤 국장(TK), 황재성 경인청장(서울) 등이 청장 물망에 오를 순번이었다.

 

직전임 청장들이 건교부 장관으로 영전해 갈 때 차장이 청장으로 승진한 전례 때문에 이석희 차장의 국세청장 발탁 가능성도 존재했으나 그게 아니었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낙선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볼 수 있다. 만약 이회창 후보가 당선됐더라면 이석희 차장이 국세청장 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 ‘따놓은 당상’이나 마찬가지였음을 유추할 수 있는 거증들이 얼마후 검찰 대선자금 수사에서 속속들이 드러난다.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 1998년3월5일 임채주 국세청장이 물러 나고, 같은 달 9일 국세청 서열 3위인 이건춘 서울지방국세청장이 서열 2위인 차장을 젖히고 제11대 국세청장에 임명됐다.

 

 

충남 공주 출신인 이건춘 국세청장은 참신한 이미지와 합리적인 사고를 보유한 인물로 알려져, 지인들 사이에선 일찌감치 ‘국세청 큰 재목감’으로 점친 사람들이 많았다.국세청은 이건춘 국세청장 임명을 계기로 인적 구도 측면에서 '행시 10회 전성시대'를 맞았다. 이 청장을 필두로 이석희 차장, 안정남 직세국장, 김성호 징세심사국장, 주정중 조사국장, 이목상 중부국세청장, 배양일 대전국세청장, 오문희 광주국세청장, 이재홍 부산국세청장, 황재성 경인국세청장, 임향순 기획관리관 등이 행시 10회 출신이다.

 

같은 해 4월14일 이건춘 국세청장은 전국세무관서장회의를 소집, “앞으로 기업을 살리는 세정을 전개할 것이며, 특히 일자리 창출기업은 우대할 것”이라면서, ‘국세행정개혁위원회’를 설치한다고 밝혔다. 개혁위에서는 ‘어떻게 하면 국세청이 국민의 친근한 동반자가 될 것인가’와 ‘호화생활자에 대한 효과적인 세무대응 등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화생활자 세무대응이 개혁위 과제로 선정된 것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지침과 맥이 통해 있었다. 앞서 2월5일 김대중 제15대 대통령 당선자는 한 공식모임에서 ‘백수 호화생활자는 안 통한다. 호화생활자는 세금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었고, 이것이 곧 호화생활자에 대한 국세청 세무관리의 기본지침이 된 셈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호화생활자에 대한 인식은 6월16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 발언에서 잘 나타났다. 그는 “국민들은 불로소득자가 사치생활 하는 것에 대해 가장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면서 국세청의 분발을 촉구한 것이다.

 

국세청은 7월1일부터 사업자등록, 휴·폐업증명서 등을 전국 어디서나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부실기업주와 연예인이 포함된 호화생활자 19명을 검찰에 고발하는 등 강온 양면 세정전략을 구사했다.

 

8월 19일 이건춘 국세청장은 세무조사요원 1천 49명을 수원 세무공무원교육원에 1박2일 일정으로 모아 놓고 ‘정신을 바꾸자’고 다그쳤다. 한창 정치권에서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국세청 대선자금 모금 관련설’에 대한 한탄과 함께 ‘이럴 수록 눈을 똑바로 뜨자’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그 일환으로 ‘3S운동’을 전개했다. 직원들이 납세자를 대할 때 미소(Smile)로 포근(Sung)하면서도 정중하게(Suavity) 대하자는 이 운동은 ‘세풍 회오리’속에 잔뜩 움추러 든 국세청 직원들의 사기를 돋구고, 국세청 이미지 순화를 모색한 것이다.

 

이건춘 국세청장은 직접 직원들과 함께 이 ‘3S운동’에 참가해 분위기를 띄웠다. 말도 안되는 ‘세풍’사건으로 인해 국세청 전체가 음습한 조직으로 치부되는 것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온 몸으로 항변하는 듯 보였다. <계속>

 

서채규 주간 <se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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