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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19. (목)

내국세

[연재]유리같이 투명한 성금관리 “역시 다르네”

-'나는 평생 세금쟁이-' (83)

“당신 진짜 세금쟁이 맞소?”

 

 

 


필자는 천안함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후 주위로부터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어떻게 천안함 재단 이사장이 되었습니까?”

 

또 “당신 진짜 국세청 출신 맞습니까?”

 

그럴 때마다 “예! 맞습니다. 저는 약관 20세 나이에 국세공무원으로 입문해서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세금쟁이 물만 먹었습니다. 또 사회에 나와서는 세무사회장을 거쳐 지금도 세금일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자주 물어보는 것은 나름대로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천안함’하고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필자가 국민 성금으로 설립된 천안함재단 이사장에 선임되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그 직책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자리가 아닌가?

 

또다른 한편으로는 국세청 출신 대부분은 현직을 끝내면 사회에 나가서도 세금관련 분야에서만 활동하고 있다 보니 자연히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를 별난(?) 세금쟁이라고 본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이 참에 그들의 잘못된 편견들을 바꾸어 주고 싶었다.

 

어쨌든 필자는 천안함 재단 이사장으로서 먼저 해야 할 일은 46용사들의 유족들을 챙기는 일이었다. 또 58명의 생존장병들을 비롯해서 지금 복무 중인 해군 장병들의 병영문화를 개선해 주기 위해 고민도 해야 하고 그 무엇보다 그동안 느슨해진 우리 국민들의 안보 역량을 높이는 일까지 신경써야 했다.

 

또 이 못지 않게 필자에게 맡겨진 천안함재단을 투명하고 깨끗하게 운영하는데 힘을 써야 했다.

 

그래서 필자는 재단에서 제공해 주는 신용카드는 물론이고 심지어 매달 재단 회의때마다 받는 십여만원의 교통비까지 모두 재단에 반납하고 오히려 웬만한 경비는 내 개인 돈으로 지출했다.

 

필자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은 내가 위대해지고 싶어서도 아니고 남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것도 아니다.

 

독자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단지 그 재단 기금은 우리 국민들의 소중한 성금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재단 설립때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부터 인계받은 145여억원도 은행에 예치해 놓고 매년 받는 은행이자수입 범위 내에서만 목적사업비로 사용했다.

 

아울러 은행 예금 이자도 매년 시중 4개 은행에 공개적으로 경쟁을 붙여서 한푼이라도 더 많은 이자를 주겠다는 은행을 택했다.

 

그 때마다 필자가 재단 관련 인원들에게 자주 들려주는 한마디가 있다.

 

“세금쟁이 출신 말고 누가 우리 천안함재단을 이렇게 투명하고 반듯하게 운영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내가 평생 세금쟁이가 된 것을 참으로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2011년 1월21일 해군회관에서 천안함 생존장병들에게 격려금을 전달하고 멘토링을 결성했다.

어쨌든 필자는 그렇게 독한(?) 마음으로 재단을 출범시켰으며 이듬해인 2011년초, 재단의 첫번째 사업으로 해군의 도움을 받아 전국 곳곳에 흩어져 고통받고 있는 58명의 생존 장병들을 서울 대방동에 있는 해군회관으로 불렀다.

 

정말 끔찍한 죽음의 사선에서 어렵게 살아 돌아온 이들 생존장병들도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46 용사 못지 않게 장한 우리 대한민국 아들들이 아닌가? 그런 그들이 폭침사건 이후에도 생각조차 하기 싫은 큰 시련들을 겪었다.

 

이로 인해 대부분이 ‘대인공포증’ 아니면 ‘불면증’을 비롯한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일명 ‘트라우마’)에 걸려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함께 동고동락하던 전우들을 졸지에 잃은 데다 몇개월에 걸친 합동조사본부의 혹독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말 못할 수모(?)까지 받았으니 말이다.

 

사실 말인데 이들에게 무슨 죄가 있는가? 살아서 돌아온 게 무슨 잘못이란 말인가? 천안함 폭침은 이들이 잘못해서가 아니라 어찌 보면 우리 국민 모두의 책임이 아닌가? 수십년 된 낡은 함정으로 NNL을 지키라고 했으니…,

 

어쨌거나 그날 저녁 어렵게 모인 그들 58명의 생존 장병들에게 1인당 500만원씩의 격려금을 전달했다. 또 우리 천안함 재단 이사들과 멘토, 멘티로 맺어 주어 이들의 아픔에 동참해 주었다.

 

그것도 부족해 이들의 자녀들에게도 필자가 개인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장학재단에 장학생으로 추천해 주는 등 필자가 할 수 있는 모든 지혜를 모아 이들 생존장병들이 하루속히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돌아오기를 진심으로 원했다.

 

그 때마다 주위에서는 “조용근 이사장님! 진짜 세금쟁이 맞소?” 라고….

 

 

 

<계속>-매주 水·金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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