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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국세

[연재]세금쟁이 출신 천안함재단 이사장되다

-'나는 평생 세금쟁이'- (82)

천안함재단 발족시키면서

 

 

 

2010년3월26일 늦은 밤 서해 백령도 근처 해상에서 104명의 해군 장병들을 태운 천안함 함정이 NNL 작전 임무를 수행하던 중 북한 어뢰에 맞아, 꽃다운 청년 46명이 암흑 천지의 차디찬 바다에 빠져 죽었으며 58명의 장병들만이 온갖 사투 끝에 겨우 목숨을 건졌다.

 

충격적인 뉴스를 접한 우리 국민들 모두는 귀를 의심했고, 너나 할 것 없이 큰 충격과 비통에 잠겨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또 한구의 시신이라도 더 수습하기 위해 온몸을 던져 거친 물살과 싸우다 목숨을 던진 고(故) 한주호 준위를 비롯해 금양호 선원들의 목숨까지 잃어버린 우리 국민들의 마음은 한마디로 안타까움 그 자체였다. 무엇보다 우리를 더 슬프게 한 것은 46명 용사 중 일부는 시신조차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마냥 넋 놓고 있을 수만 없었던 우리 국민들은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희생된 장병들의 숭고한 넋을 기리기 위해 범국민적 성금 모금운동을 벌였다. 무엇보다 KBS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큰 축이 되어 주도적인 역할을 해주었다. 그렇게 해서 모여진 성금이 무려 395억원이나 되었다. 정말 대단한 힘이었다. 그 중에는 심지어 어린이들의 코묻은 용돈들도 포함됐다.

 

당시 필자는 세무사회장으로 있었는데, 평소 알고 지내던 KBS 보도국 간부로부터 성금 모금과 함께 생방송 인터뷰에 응해 달라는 끈질긴 요청을 받고 회원들이 정성껏 모아준 2천300만원을 들고 KBS로 향했다.

 

묘하게도 그 날은 수십일간 바다 속에 빠져 있던 천안함 선체가 인양되는 날이기도 했다. 주관 방송사인 KBS에서 생중계를 하면서 각계각층의 많은 유력인사들이 줄지어 인터뷰를 하게 되었는데 필자도 그 대열에 끼어 한국세무사회장 자격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장한 우리 46용사의 숭고한 뜻을 절대 잊어서는 안될 것이며 또 죽음에서 되살아 돌아온 58명의 생존장병들을 잘 보살펴 주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우리 국민 모두는 다시는 이런 비극적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이 사건을 오래오래 기억했으면 합니다.”

 

그 얼마후 사회복지공동모급회에서는 모인 성금 395억원을 어떻게 유족들에게 배분할 것인가에 대해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였다. 모금회 이사장을 비롯해 46 유족대표 2명을 비롯해서 해군대표, KBS대표, 전경련 대표 각 1명 그리고 시민단체 대표 자격으로 부족한 필자가 전혀 예상치도 않게 뽑혔다.

 

 


 

 

 

 

2010년 12월 3일, 천안함재단 현판식

5개월 가량의 갖은 노력 끝에 고(故) 한주오 준위를 포함한 유가족 1가정당 5억원씩을 비롯해서 금양호 선원들까지 해서 모두 250억원을 위로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145억원으로 별도 재단을 설립키로 의견을 모았었다.

 

그런데 설립될 재단 이사장으로 누구를 선임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던 끝에 지난 5개월 동안의 회의 진행 과정을 쭉 살펴 보시던 특별위원회 위원들이 필자를 지목했다. 지방국세청장 출신이면서 현직 세무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어 가장 적임자로 보았으며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별도로 장학재단을 운영하고 있는 점 등이 발탁요인이 된 것 같았다. 그러나 필자는 당시 세무사회장으로 재직 중이었기 때문에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고 거듭 사양했지만 그들의 끈질긴 요청을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고민 끝에 자원봉사하는 마음으로 비상근 이사장직을 수락했다. 그러면서 그 바쁜 와중에 한 두달간의 틈을 내어 재단 출범식 준비에 몰두했다.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느낀 것은 재단 이름과 어떤 일을 할 것인가를 정하는데 다소간의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여러 지인들의 자문도 받고 해서 재단 이름은 누구나 부르기 쉽게 ‘재단법인 천안함재단’으로 정했으며 재단에서 해야 할 일 4가지를 선정해 보았다.

 

그 첫번째는 천안함 46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는 추모사업과 유가족 지원사업이었다.

 

두번째로 대부분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일명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58명 생존장병들의 정상적인 사회 복귀 지원사업. 세번째 사업으로 현실적으로 근무환경이 매우 열악한 해군(해병대)의 병영문화를 개선해 주기 위한 지원사업 그리고 마지막 네번째로 그동안 느슨해진 우리 국민들의 안보의식을 다잡아주기 위한 각종 사업들이다. 지금도 같은 생각이지만 당시 필자가 직접 선정했지만 아주 괜찮아 보였다.

 

드디어 그 해 12월초 국가보훈처로부터 (재)천안함재단 설립인가를 받아 출범식을 가지게 되었다. 정말 기적같은 일이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내가 세금쟁이 출신인 것을 다시 한번 감사했다.

 

<계속>-매주 水·金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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