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호위함을 수주하고 납품하는데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STX그룹으로부터 7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정옥근(63·해사 29기) 전 해군참모총장이 항소심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이승련) 심리로 2일 열린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의 혐의에 대한 항소심 1차 공판에서 정 전 총장 측 변호인은 "STX로부터 뇌물성의 금품을 받거나 요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정 전 총장 측 변호인은 "직무 관련성이 없고 부정한 청탁을 받은 적이 없다"며 "설령 혐의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징역 10년의 양형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이날 증인 신청 및 STX의 후원행사 내부 평가 자료, 국군기무사령부에 기록된 정 전 총장의 행적 등에 대한 사실조회를 신청했다. 또 해군참모총장 집무실 등 정 전 총장의 금품 수수와 관련된 현장 검증을 신청했다.
이에 검찰 측은 "1심에서 장시간 충분히 심리가 진행됐기 때문에 (항소의) 이유가 없다"며 "증인 신문이 방대하게 이뤄져 추가로 신문을 한다해도 나올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다루지 않은 증거 조사(증인)를 위주로 검토해 채택하겠다"며 "현장 검증 역시 가지 않은 곳이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추후 증인 신문 및 현장 검증을 진행하고 12월 말께 재판을 마무리할 뜻을 밝혔다.
앞서 1심은 정 전 총장에게 징역 10년에 벌금 4억원, 추징금 4억4500만원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정 전 총장의 장남 정모(36)씨에게는 징역 5년에 벌금 2억원, 추징금 3억8500만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정 전 총장이 국제관함식 행사 때 STX그룹에게 후원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해군을 지휘, 통솔하고 업무를 총괄하는 책임자이자 최고 의사결정권자였던 정 전 총장이 자신의 지위를 내세워 뇌물을 적극 요구했다"고 판시했다.
정 전 총장은 2008년 9~12월 STX그룹으로부터 국제관함식 행사 때 대통령이 탑승한 군함에 강덕수(65) 전 STX그룹 회장을 동승시켜주는 대가로 7억7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STX그룹은 유도탄 고속함 및 차기 호위함 등 선박수주 사업을 추진 중이었다. 이 돈은 정 전 총장의 장남이 설립한 요트앤컴퍼니에 후원금 명목으로 지급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정 전 총장은 2008년 3월부터 2년간 통신·전자정보수집 장비 등을 탑재해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신기원함'을 도입하는 사업을 추진하며 독일 A사 선정을 약속하고 6000만원을 챙긴 혐의도 받았다.
정 전 총장에 대한 다음 공판은 11월25일 오후 3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