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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0. (금)

내국세

[연재]별들앞에서 안보특강…육군병장출신이…

-'나는 평생 세금쟁이'- (81)

어떻게 천안함까지?

 


“여보! 정말 큰일났네요. 지금 막 TV를 설치하고 전원을 켜 보았는데 우리나라 해군 전투함이 백령도 부근에서 두 동강이 나서 해군장병 100여명이 죽거나 크게 다쳤다는 긴급뉴스가 나오네요. 밤 11시가 다 돼 가는데 어서 안 들어 오시고 뭐하세요? 이러다가 전쟁나는 거 아닌가 모르겠어요.”

 

“뭐라고? 그런 큰 사건이 일어났어? 사무실 일 마무리하고 곧 들어갈게. 참! 이사는?”
사실 2010년3월26일 그날은 필자 부부에게는 정말 의미있는 날이었다. 세상 살면서 우리들의 마지막 보금자리라 생각하고 이곳으로 이사하는 날이었다. 결혼해서 지금껏 필자는 무려 10여차례나 이리저리 옮겨 다녔다. 사글세 집에서 시작해서 전세집으로 전전하다가 내 집을 장만하고서도 몇번이나 옮겨 다녔다. 옮길 때마다 환경은 조금씩 나아졌지만 대신 아내와 아들, 딸의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래서 아내와 나는 다시는 이사하지 말자고 결심해서 겨우 찾아온 곳이 방배동 지금 필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였다. 이제 막 준공된 신축아파트인 데다 뒷편에는 서리풀 공원이 자리하고 있으며 교통도 편리해서 마음에 꼭 들었다.

 

그런데 늘상 그랬지만 이사할 때마다 일은 아내가 도맡아 했었고, 나는 사무실 핑계로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아내 의 불만은 여간이 아니었다. 이번 마지막 이사 때(?)도 어쩔 수 없었다. 당시 세무사회장으로 또 내가 직접 꾸려가고 있는 세무법인의 일로 인해서 도와주지 못했다. 무엇보다 그 날도 법인세 신고 마감도 얼마 남지 않은 터라 종일 사무실을 지켜야만 했다.

 

그날 밤 필자는 아내의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집에 도착해 보니 TV에서는 온통 천안함 뉴스 뿐이었다. 하필이면 오늘같이 좋은 날에 이런 비극적인 사건이 터질까 원망하면서도 그래도 우리하고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날 밤을 흘러 보냈다. 그리고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아무런 감각없이…. 그런데도 이상하게도 마음 한구석에는 찜찜했다. 나중에 느낀 것이지만 그 사건이 바로 나에게 크게 의미있는 일로 다가왔으니 말이다.

 

 


 

 

 

 

조용근 천안함재단 이사장이 2013년12월23일 해군본부에서 고속정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지난 6년이라는 세월 동안 필자는 천안함 관련 일들을 참 많이 하게 되었다. 해군하고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데도 천안함재단 이사장직을 맡게 되었으며 이것이 연결고리가 돼 해군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발전됐다. 또 더 나아가 1945년 해군이 창설된 이래 12번째로 명예해군으로 위촉받았으니….

 

한평생을 세금쟁이로만 조용하게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전혀 예상치도 못한 일들이 몰려들었다.

 

그래서 말인데 그동안 필자가 직접 겪었던 그 희한한(?) 일들을 독자 여러분들에게 알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나라 안보에 대해서는 무지에 가까운 필자인 데도 불구하고 ‘안보강연’이라는 명분으로 자주 초청받아 가곤 하는데 가는 곳마다 “나는 세금쟁이 출신입니다”이라는 말과 또 수많은 사람들 중 왜 하필이면 내가 천안함재단 이사장 자리를 맡게 되었나를 밝히지 않을 수가 없었다.

 

거듭 고백하지만 내가 잘나서도 아니다. 능력이 있어서도 더더욱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것이야말로 우연이 아니고 하늘이 내려준 ‘필연적 사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육군병장 출신이 육‧해‧공군 3군 총장들을 비롯해서 수많은 별자리들 앞에 서서 안보특강을 할 수 있었을까? 이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흔히들 말하는 ‘공자 앞에서 문자 쓰는 격이었다’

 

그 때마다 “어떻게 해서 제가 이 자리에 앉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예상 밖의 일입니다. 그렇지만 세금쟁이라고 해서 못 앉으라는 이유는 없지 않습니까? 저희 세금쟁이 출신들 누구에게 맡겨도 저보다 더 잘할 것입니다”라고 강변했다.

 

“이 참에 후배 여러분께 간곡히 부탁드리고 싶다네. 여러분의 인생 후반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지금부터 깊이 고민해 보시기를 바라네.”

 

<계속>-매주 水·金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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