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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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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몰 멧돼지'…포획 뒤의 운명은?

최근 서울 도심가 주택에 멧돼지가 심심찮게 출몰하고 있다.

26일 오전에는 두 차례에 걸쳐 성북구 국민대학교 인근에 멧돼지 12마리가 나타났다. 경찰은 이 중 9마리가 산으로 도망쳤고 3마리가 포획됐다고 밝혔다.

출몰 멧돼지는 대부분 포획과정에서 사살된다. 이후 멧돼지는 어떻게 처리될까. 화장될까 아니면 식용으로 먹을까. 자연스레 관심이 쏠린다.

이같은 질문에 이날 오전 정릉에서 멧돼지를 포획한 이석열 한국야생생물협회 팀장은 "사살된 멧돼지 고기는 보통 푸드뱅크나 복지관, 노인정에 나눠준다"고 말했다. 식용으로 사용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야생동물이다 보니 기생충 우려가 높은 것도 사실. 때문에 사살 즉시 서울대학교 축산과로 보내 각종 검사 후 식용 합격 판정을 받은 것만 조리한다. 데이터는 멧돼지 서식에 관한 자료 수집용으로도 쓰인다.

만약 식용 불가 판정을 받으면 보통 화장하거나 폐기물로 처리하고 때때로 사냥개에 먹이기도 한다. 여름에 포획되거나 사냥개에 물린 경우가 그렇다. 종합해보면 식용으로 사용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가 않은 셈이다.

일반적으로 멧돼지 고기는 잡냄새가 심하다고 알려져있다.

같은 이유로 멧돼지 고기를 즐기는 편이 아니라고 한다. 이 팀장은 "사람들마다 호불호가 강하다"면서 "가을철이나 먹이가 풍부할때 잡힌 돼지는 기름져서 먹을만하지만 그 외 시기에는 맛이 없는 편"이라고 전했다.

이 팀장은 "협회가 자원봉사자들로 운영되는 조직이다 보니 멧돼지가 출몰했다고 경찰로부터 지원요청이 들어와도 그때마다 출동하지는 못한다"면서 "회원 1명당 일주일에 2~3번 현장에 나간다"고 밝혔다. 그가 1년에 잡는 멧돼지 수는 20마리 정도다.

서울에서 멧돼지가 주로 출몰하는 지역은 종로구와 은평구, 성북구로 모두 북한산 주변이다.

이 팀장은 "이 일을 해온 지 35년이 됐지만 멧돼지가 주택가에서 발견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 이후 부터"라며 "북한산에 등산로가 300개 이상 생기고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된 때와 맞물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도 많은 사람들이 찾다보니 등산로 주변 나무는 이미 나무 뿌리가 드러나있는 상태"라며 "사람들이 도토리, 밤, 나물 등을 있는대로 싹쓸이해 온다. 멧돼지들의 서식지를 인간이 침범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멧돼지가 왜 죽일놈이 됐는지 알 수 없다"며 "오늘 잡은 멧돼지도 겨우 새끼를 벗어난 상태라 산으로 돌려보내자고 했는데 주민 민원때문에 죽일 수 밖에 없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북한산 입장객을 제한하고 등산로를 3분의 2로 줄이지 않는 이상 사람들이 멧돼지로 부터 느끼는 위협감은 여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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