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 권익 강화를 위해 창설된 조세행정심판기구의 역사가 올해로 만 40년을 맞았다.
1975년 국세심판소를 시작으로 지금의 국무총리 산하 조세심판원에 이르는 총 40년의 심판행정의 역사는 납세자 권익 신장의 또다른 척도로 평가된다.
지난해 1월 제5대 조세심판원장에 부임한 김형돈 조세심판원장 또한 불혹(不惑)을 맞은 납세자 권익보호 기구의 위상을 한 단계 올려 세우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김형돈 조세심판원장이 취임한 해인 2014년은 사상 최초로 조세심판청구사건 1만건 시대를 맞는 등 심판업무가 폭증한 해였다. 김 조세심판원장은 이에 긴밀하게 대응해 인적·업무라인 재정비를 통해 업무효율화를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역대 최다 서기관 및 사무관 승진인사를 단행해 심판원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한편, 내부 직원 및 비상임심판관들의 세대 교체 또한 이뤄내며 조직 안정화를 꾀했다.
이 뿐만 아니라, 조세불복기구 개원 40년차를 맞아 역대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조세심판통계연보를 지난 6월 최초로 발간한데 이어, 영세납세자의 무료변론을 지원하기 위해 국선심판청구대리인제도 등도 과감히 도입했다.
세정가에서는 현직 세무관료 가운데 가장 고참급인 김형돈 조세심판원장이였기에 뚝심있게 추진할 수 있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무려 1만5천여건의 심판결정문을 첫장부터 끝까지 정독한 후에야 결재를 하는 등 재임이후 고집스런 원칙을 지켜오고 있는 김형돈 조세심판원장을 이달 22일 집무실에서 만났다.<편집자 주>
-지난해 제5대 조세심판원장에 취임하셨습니다. 조세심판원의 전전신(前前身)인 국세심판소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발족 4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이기도 합니다. 간략한 소감을 피력한다면?
“조세심판원은 1975년4월1일 국세심판소로 시작해 2000년 ‘국세심판원’으로 명칭이 변경된 후, 2008년2월29일 지방세 심사청구와 통합해 지금의 국무총리 조세심판원이 되었습니다.
최근 조세심판원은 행정심 최종 단계에 있는 조세불복사건의 85% 이상을 담당하는 납세자 권리구제기관으로서 그 역할이 확대됐습니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조세심판원도 전문성·투명성을 제고하고 납세자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등 지속적으로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는 창설 40주년을 맞이해 그간의 공과를 되돌아보고 향후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뜻깊은 해라고 생각합니다.”
-조세심판기구 창설 40주년을 맞아 올해 6월말 처음으로 조세심판과 관련한 공식통계자료라 할 수 있는 조세심판통계연보가 발간됐습니다. 발간 배경과 향후 계획을 밝힌다면?
“창설 40주년을 맞이해 조세심판원이 그동안 일부 단편적으로 발표하던 자료를 종합적으로 정리해 공개할 생각을 갖고 있었고, 기본적인 통계자료의 공유가 조세심판제도 발전의 초석이 된다고 봅니다.
다만, 심판청구사건의 전산화가 최근에야 이뤄져 과거 국세심판소(1975〜1999) 및 국세심판원(2000〜2007) 시절의 통계자료를 담지 못한 것이 아쉬운 점으로 남습니다. 앞으로 조세심판청구사건의 처리현황 등을 다각도로 분석해 통계자료를 보완해 나갈 생각입니다.”
-납세자 권리구제 제고를 위해 국선심판청구대리인제도가 올해 도입됐습니다. 경제적인 이유로 심판청구대리인을 선임하지 못한 영세 소액심판청구인에게 무료로 조세전문가를 소개함에 따라 납세자의 권익이 한단계 올라설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는데, 도입이후 성과 및 향후 발전방향은?
“조세심판원은 소액·영세납세자를 위해 ‘국선심판청구대리인’ 제도를 2015년 4월부터 시범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시행 초기라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고 있습니다만, 소액 심판청구인들의 신청이 늘고 있고 이를 대리하는 조세전문가들도 적극적으로 대응해 ‘인용’ 결정되기도 하는 등 최근 제도가 활성화되는 모습이 보이고 있습니다. 앞으로 운영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계속 보완해 동 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 나갈 생각입니다.”
-납세자에게 다가가는 조세심판 구현을 위해 납세자 소재지에서 개최하는 순회심판을 확대할 것임을 밝혔는데, 현재까지의 진행과정 및 성과는?
“현재도 소액사건에 대해서는 서울 창성동 별관에서 주기적으로 순회심판을 실시하고 있습니다만, 이와 별개로 올해 10월 중 청구 건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수원 및 부산에서 이를 실시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심판원의 한정된 인원을 고려하면 어려움은 있습니다만, 순회심판을 최대한 많이 실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과거와 달리 민간인 출신 비상임 조세심판관의 임기를 최대 6년으로 제한했습니다. 임기를 제한한 배경은 무엇이며, 이에 따른 심판행정의 파급력을 설명한다면?
“청구사건 수가 증가하고 그 내용 또한 복잡·다양화되고 있는 현 조세심판 상황을 맞아 세법지식과 경륜이 풍부한 조세전문가를 비상임 조세심판관으로 영입하는 동시에 민간에서 활동하고 있는 비상임 조세심판관의 공정성 제고를 위해 종전 최대 9년까지 비상임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돼 있던 것을 비상임 조세심판관의 임기를 3년으로 하되, 1회에 한해 중임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게 됐습니다. 이를 통해 보다 공정하면서도 고품질의 권리 구제가 실현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비상임심판관 임기 최대 6년 제한 공정성 담보
심판청구사건 폭증 인력·조직확대 시급
-지난해 심판청구사건 1만건 시대를 맞은데 이어, 올해도 이와 비슷한 정도의 심판청구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급증하는 업무량에 비해 인력 및 조직은 조세심판원 개원 당시에 비교해 크게 차이가 없는 상황이어서, 심판결정기일의 장기화, 심도있는 청구사건의 심리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심판청구사건의 증가 및 납세자의 심판청구 선호 등에 따라 처리대상 건수는 급증한 반면, 인력 및 조직 확대는 미흡해 심판청구 사건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작년에 행자부 등 관련부처와 협의를 거쳐 올해 전문임기제공무원(사무관급) 7명을 충원하는 등 인력 증원에서 일부 성과가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사건처리 추세 등을 감안해 추가적인 인원 및 조직 확대 문제를 지속적으로 관련부처와 협의를 추진해 나갈 예정입니다.”
-얼마전 납세자의 신속한 권리구제 및 조세불복절차의 효율화를 위해 다양한 불복기관을 심판원으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입법권 일각에서 제기됐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현재 조세심판원이 행정심 단계의 조세불복에서 중추적인 권리구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긴 합니다만, 현행 다양한 구제절차 또한 조세불복에 있어 납세자의 선택권을 넓혀 주는 등의 장점도 있습니다. 향후 납세자에게 보다 이익이 되는 방향이 무엇인지에 대한 관련부처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세심판원이 세종청사로 이전한 이후 납세자의 접근권이 제약되고 있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전합니다. 심지어 납세자시민단체에서는 민원기관은 수요가 많은 곳에 소재해야 함은 당연하다는 논리를 앞세워 수도권으로 분원 설치를 주장하고 있기도 합니다.
“조세심판청구 절차에 대한 납세자들의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지방분원을 설치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겠으나, 현 상태에서 지방분원을 설치할 경우 심판결정의 통일성‧일관성‧신속성 등의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순회심판제도 등을 통해 지방에 소재한 납세자들에게 다가가면서도 절차 상의 비효율성을 차단하는 운영의 묘를 살려 나가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취임 당시 조세심판원의 핵심가치로 ‘신속성과 공정성’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시간이 흐른 지금, 핵심가치의 실현에 얼마나 다가서 있는지 자평한다면?
“한정된 인력으로 증가하는 심판청구 사건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처리하기란 어려운 일이나, 소액심판부제도를 도입해 소액 사건은 90일 이내에 처리토록 독려하고 있고, 결정서를 100% 공개하고 있으며, 청구인측에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는 등 제도적·절차적인 부분을 보완해 문제를 해결해 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습니다. 아직은 현재진행형으로 판단되며, 앞으로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끝으로 한국세정신문사가 올해로 창간 50주년을 맞습니다. 세정신문 독자를 비롯해 전국의 납세자와 세무종사자들을 향한 당부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난 50년 동안 건전한 조세문화 정착에 기여하신 귀 사에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아울러, 올해 조세심판원도 창설 40주년이 됐습니다. 세정동반자로서 조세심판원의 부족한 부분이나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항상 고견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