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사적연금활성화 대책으로 인해 근로자들의 퇴직연금이 오히려 손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획재정부는 사적연금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확정기여형 사적연금(DC형)의 총 위험자산 투자한도를 종전 40%에서 70%까지 확대했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사적연금활성화 대책의 주요 내용과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퇴직연금 대책으로 인해 일반 근로자가 큰 손해를 볼 수 있는 반면 일부 대기업이 금융시장에서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12월말 처음 도입된 우리나라 퇴직연금은 2015년 3월말 기준으로 약 107조 6천870억원의 적립금을 기록하는 등 연평균 88%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퇴직연금 유형별로는 DB형(확정급여형)퇴직금의 규모는 약 74조 5천억원으로 전체 퇴직적립금의 69.2%, DC형 퇴직금은 22.6%에 달한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이 가운데서도 DC형(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DC형 퇴직연금은 퇴직시의 금액을 약속하지 않고, 월 납입금에 대해 자산운용사가 운용한 성과를 퇴직금으로 수령하는 등 자산운용사의 수익률에 따라 퇴직금의 규모가 달라지는 구조다. 이는 기금운용의 위험을 근로자가 부담하는 형태이다.
퇴직연금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운용사의 경우 운용에 따른 위험부담이 없으나 기금운용 성과와 관계없이 퇴직금은 근로자와 회사(고용주)의 위험부담으로 귀착된다.
운용사는 운용결과에 대한 책임 없이 장기적으로 퇴직적립금을 운용하는 편익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금융 및 보험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30년이 되면 퇴직연금 시장이 900조원 대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이는 자산운용의 위탁을 받게 되는 생명보험사, 손해보험사에 엄청난 시장이 열리게 되는 셈이다.
현재 퇴직연금을 위탁하게 되면, 자산운용사에 보통 0.4~0.8%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 등 수수료로만 연간 최소 약 5조원대의 수수료 시장이 열린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일부 대기업 계열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퇴직연금 적립금 중에서 자기 계열사의 퇴직연금 운용 비중이 여전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 계열사 및 삼성생명, 현대 라이프 등이 각 업종별로 자기계열사의 퇴직연금 운용이 집중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롯데손해보험의 경우 대부분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자기계열사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구조에서 퇴직연금 시장이 활성화 되면 일부 대기업은 내부거래를 통해 별다른 위험부담 없이 금융시장에서 이윤을 남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기획재정부의 주도 아래 발표된 사적연금활성화 대책의 핵심이 규제 완화를 통해 DC형의 총 위험자산 투자한도를 70%까지 확대한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DC형은 운용성과에 따라 근로자들에게 적립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회사(고용주)의 부담이 크게 완화되는 제도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대부분 회사들이 DC형을 선택하는 유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초과수익을 얻기 위해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비중을 높일 경우, 오히려 위험이 크게 증가하여 실제 손실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보고서에서는 실제 주식에 대한 위험으로 인하여 퇴직적립금 수령자는 일시적으로 수령하는 시기에 따라 큰 차이를 나타내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따라 입법조사처는 주식형 편드에 대한 편입비중이 높을수록 적립기금의 위험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가입자가 선택할 수 없는 퇴직시점에 따라 수령액에 큰 차이가 나타날 수 있어 근로자간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고 전망했다.
또한 운용사는 20년 이상의 장기성 적립펀드를 유치하는 효과를 보지만, 적립된 퇴직연금에 대한 수익률 등의 위험은 근로자가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기금운용에 대한 최소수익률을 보장하도록 한다던가, 손실발생시 이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관련, 지난 6일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박광온 의원은 “독일의 경우 퇴직연금은 원금의 손실 가능성이 없어야 정부가 허가를 해주는데 우리나라는 반대로 위험자산 투자를 확대했다”고 비판하며,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들의 노후보장을 걱정한다면 무엇보다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을 대폭 강화한 후 그 빈틈을 퇴직연금으로 채워 나가는 것이 순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