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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0. (금)

내국세

[연재]-소외이웃 위한 생명나눔- 밥퍼운동

-'나는 평생 세금쟁이'- (76)

 생명나눔운동, ‘밥퍼’와 맺은 인연

 


지금도 나는 남들 앞에서 감히 자랑하는 것 하나가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내가 평생 세금쟁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어디를 가든지 “저는 전직이 세무공무원입니다”라고 떳떳하게 말하곤 한다.

 

그렇다고 내가 뛰어난 사람도 아니고 아무것도 내세울 것 없는 볼품없는 사람인 데도 말이다.

 

마치 성경에 나오는 예수님의 제자 세금쟁이 출신 마태가 당당하게 고백했던 것처럼….

 

참고로 필자는 국세청 현직을 마치고 세상에 나와서 남들에 비해 비교적 많은 ‘사회적 직함’을 가지고 있다. 물론 대부분 돈 안되는 직함들이다.

 

특히 그 중에는 ‘명예’ 자가 붙은 직함 몇개가 있다.

 

그 하나는 1988년11월11일에 세워진 ‘밥퍼나눔운동본부’의 명예본부장 직함이며, 또다른 하나는 해군 창설 이래 12번째로 받은 ‘명예해군’ 직함이다.

 

이 둘 다 내게는 매우 특별한 의미가 있지만 굳이 우선순위를 매긴다면 단연 ‘밥퍼나눔운동 명예본부장’ 직함이다.

 

그래서 석성세무법인 개업식 때나 세무사회장 취임식 때 받은 축하금을 비롯해서 심지어 딸의 결혼식 때 받은 축하금 중 상당 부분을 ‘밥퍼나눔운동본부’로 보내곤 했다.
이런 연고로 최일도 대표와는 20년 친형제처럼 깊은 인연을 맺고 지내면서 이런저런 사연들도 참 많았다.

 

 


 

 

 

 

조용근 이사장은 국세청 공무원 시절부터 봉사에 앞장서 다일공동체 밥퍼 명예본부장을 맡는 등 나눔과 봉사에 모범을 보이고 있다.

지금부터 20년전인 것으로 기억된다. 하루는 쌀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교회 후배를 만났는데 이 친구 표정이 옛날보다 더 밝아 보였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도 않고 사업이 잘 되는 것도 아닌데 대책없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궁금했다.

 

“자네는 무슨 좋은 일이 있길래 그렇게 웃고 다니나?”

 

“예, 오늘도 좋은 일이 있는 날입니다. 제가 한달에 한번씩 청량리에 쌀을 보내는데, 오늘이 바로 그 날이거든요.”

 

“청량리에 뭐가 있는데?”

 

“밥퍼라고 들어보셨습니까?”

 

“뭐?! 밥퍼? 밥을 푼다, 그런 말인가?”

 

“네 맞습니다. ‘밥퍼나눔운동본부’이지요. 독거노인들과 노숙자들에게 밥을 퍼 나눠주는 겁니다. 최일도 목사님이라고 들어 보셨습니까?”

 

“최일도 목사님이라…. 아, 청량리에서 선교하신다는 최일도 목사를 말하는 건가?”

 

“네, 그 목사님은 매일 청량리역 광장에서 수백명의 노숙자와 독거노인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도 그 분을 돕기 위해 매달 쌀 2가마를 그 곳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청량리’라고 하면 누구나 다 아는 집창촌이 있는 곳이 아닌가. 그런 곳에서 독거노인과 노숙자들을 상대로 무료급식을 한다는 말은 금시초문이었다. 순간 몹시 궁금했다.

 

그래서 어느 날 틈을 내어 청량리역으로 가 보았다. 서울시내에 아직도 이런 곳이 있나 싶을 정도로 그 곳 사람들은 ‘삶’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나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나 역시도 가난한 어린 시절을 아무런 대책없이 흘러 보냈다면 아마도 지금 이 사람들과 같이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겠지….

 

그 때부터 나는 시간날 때마다 청량리로 찾아가 ‘밥퍼나눔운동’에 동참했다. 또 1004명(천사)이 100만원씩을 기부해서 무료 천사병원을 짓는다는 소식을 듣고 어렵게 마련한 성금 100만원을 마련해 가지고 갔다.

 

“조 과장님도 평소 좋은 일을 많이 하신다는 말을 전해 들었습니다. 이번 저희 무료 천사병원을 짓는데 큰 힘을 보태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 대신 혹시 제가 도울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최 목사와 대화해 보니 역시 큰일하는 사람은 뭔가 달라도 달랐다.

 

순간, 내가 회장으로 섬기고 있는 국세청 신우회에서 매년 연말(年末)에 드리는 연합예배때 강사로 모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이번 연말에 저희 국세청 신우회 연합 예배에서 설교를 좀 해주셨으면 합니다”고 부탁드렸다.

 

최 목사는 흔쾌히 내 제안을 수락했다.

 

대신 나에게도 사회복지법인인 다일복지재단에 자문위원으로 수고해 달라는 부탁을 듣고 나 또한 거절할 수가 없었다.

 

참고로 당시는 충청도 음성에 있는 꽃동네 복지시설 운영과 관련한 비리사건이 불거져 다른 사회복지 단체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던 때였다.

 

더욱이 어린 시절 배고픔의 고통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껴왔던 나인지라 그 때부터 유독 이 ‘밥퍼나눔운동’에는 더 많은 관심을 쏟았다.

 

지금도 나는 확신한다.

 

‘밥퍼나눔운동’이야말로 정말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해지는 전형적인 생명나눔운동이 아닌가?

 

<계속>-매주 水·金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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