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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국세

"금융실명제 도입은 대통령 결심, 그러나…"

-창간 50주년 기념 기획특집-

1993년 8월 12일. '금융실명제'가 전격 실시됐다. 국회 동의절차를 거치게 되면 기밀유지가 어렵다는 이유로 '대통령긴급명령'으로 단행 된 금융실명제는 정치,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 엄청난 충격을 던졌다. 국세청은 곧바로 금융실명제 안착을 위한 실무대책에 착수한다. 비실명 예금에 대한 세무대응을 비롯한 비실명자금의 부동산유입 차단 등 향후 대책을 계속 내 놓으면서 금융실명제 본궤도 진입을 측면지원했다.

 

특히 '추경석 국세청장이 김영삼 대통령에게 실명제성공을 위한 전제조건을 제언 한 것이 실명제성공을 견인하는 일등공신이었다는 일화는 지금도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아는 사람들 입에서는 진한 무용담으로 회자된다. 

 

금융실명제실시 직후 추 청장이 김영삼 대통령 독대 자리에서 '실명제를 도입하고 안하고는 대통령 결단의 문제지만 일단 도입했으니 성공을 해야하고, 성공하려면 이렇게 해야 합니다'를 사례를 들어가며 상세 설명했다. 완전히 얼어붙은 유통경제를 풀어 내기 위해서는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직언 했고, 대통령은 이를 수용하므로써 숨어 있는 복병이 제거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는 당시의 상황을 어느정도 아는 사람들은 '대단한 거사'로 받아들인다. 김영삼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 강편위주로 고착 돼 있는 데다, 그의 성품은 익히 알려져 있던 터라 감히 누구도 실명제의 효율적인 '유인책'을 건의하지 못하고 무조건 대통령 입맛에 맞는 건의만 난무했던 상황을 그려 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추경석 청장의 대통령 건의'에 대해 추 청장을 잘 아는 사람들은 그의 성격과 오랜 행정실무경험이 그같은 용기를 낳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하경제 생리와 돈의 흐름을 오랜 국세행정 실무경험을 통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 추 청장이 '살신성인'을 했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대통령의 '재가'를 득한 국세청은 금융실명제 실시가 발표되고 난 뒤 지하경제 뿐 아니라 경제계가 한참 술렁거리고 있을 때 '금융거래자료를 근거로한 세무조사는 안할 것'이라는 실무지침을 발표했다. 지하경제의 제도권 진입을 가로막고 있는 최대 장애요인을 떨쳐 낸 것이다. 이는 '국가중요정책을 세무행정이 어떻게 지원해서 정착 시켰는가'의 귀감으로 각인돼 있다.

 

1994년 여름, 이른바 '세도(稅盜)' 사건이 세상을 발칵 뒤집었다. 인천 북구청 직원들이 지방세를 받아 착복한 이 사건은 '세금'이라는 단어 때문에 국세청 직원들이 국민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지방세와 국세는 엄연히 관리주체가 다르지만 '세'짜 때문에 큰 곤욕을 치른 것이다. 많은 국민들 머리 속에는 '국세청은 더할 것이다'라는 의심을 가졌고, 국세청도 그 부분이 가장 겁나는 부분이었다. 또 혹시 워낙 조직이 방대하다보니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고, 만약 지방세 세도사건과 유사한 일이 하나라도 나온다면 국세청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 여론도 나돌았다. 일부 언론은 '국세청은 더 할 것이다'라는 단정적인 기사를 내 보내 국민불신을 부채질 하는 지경이 생기기도 했다.

 

국세청은 그같은 여론 호도를 단호히 부정하는 한편, 정밀 내부점검에 착수했다. 국세청의 관리 감독기능을 총 동원한 점검에서 '세도행위'가 전혀 없는 것을 확인 했다. 감사원 등 외부기관 점검에서도 깨끗 했다. 결국 '역시 국세청은 다르구나'를 사회에 각인 시킨 숨은 성과를 거뒀다. 

 

1995년 9월15일 국세청의 한 '큰일꾼'이 쓰러졌다. '국세청 숨은 일꾼'으로 촉망받던 허연도(許燕道) 국제조세조정관이 지병을 이기지 못하고 타계한 것이다. 국세청이 잘 되는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몸을 던졌던 그는, 부산지방국세청장 시절 법원장과 지검장 등 소위 일급부산지역기관장 모임에 부산국세청장은 참여하지 못했던 것을 온갖 노력 끝에 가입 시켰다. '국세청맨'으로서 자존심과 긍지가 그만큼 강했던 그의 별세를 많은 사람들이 애석해 했다. 

 

국세청은 역점 추진중인 세정전산화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자율세정기조를 속속 다듬었다. '자율신고제'를 1995년부터 전면확대 실시했다. <계속>

 

<서채규 주간> se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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