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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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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이 해낸다, 그 어렵다는 비제 작 '진주조개잡이'

오페라 '진주조개잡이'에서 '나르디' 역을 맡은 헤수스 레온의 미성에 정신이 번쩍 든다. 멕시코 출신인 그는 화려한 가창의 벨칸토 테너로 급부상 중이다.

'진주조개잡이'의 대표 아리아로 서정적이면서 정제된 선율의 '귀에 익은 그대 음성'이 그의 입술을 타고 울려퍼지자 1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국립예술단체 연습동 공용연습실은 실론 섬('진주조개잡이' 주요배경)으로 탈바꿈했다.

부드러운 그의 음성은 비제의 아름다운 선율 끝 위에서 살랑거렸고, 이는 감정의 실타래에서 실을 조금씩 뽑아내는 듯했다.

오페라 '카르멘'으로 유명한 비제의 초기작인 오페라 '진주조개잡이'가 15~1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내 초연된다. 비제가 1863년 작곡한 곡으로 고대 실론섬이 배경이다. 여사제와 두 남자 사이의 금지된 사랑과 우정을 감성적인 선율과 이국적인 정취로 풀어냈다. 오케스트레이션도 다채롭다.

모나코 출신의 장 루리 그린다 연출은 '진주조개잡이'가 "비제의 천재성을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연출가로서 내가 해야할 일은 비제의 음악을 잘 소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주조개잡이'의 음악을 들었을 때 멜로디의 충만함과 다양한 오케스트레이션에 '어떻게 이렇게 잘할 수 있을까'라고 감동을 받았다. 음악적인 웅장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웅장함을 연출로서 무대에 옮겨내고 싶다."

프랑스 작곡가의 오페라인데 이탈리아 출신인 주세페 핀치가 지휘한다. 샌프란시코 오페라 상임지휘자이기도 한 그는 "오페라에 왜 이탈리아 지휘자를 고용했을까 의문이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과거 (이탈리아에서) 몇몇 작품은 프랑스의 청년 아티스트에게 위임하는 것이 중요했다. 로마에서 오페라를 배우는 기회를 갖게 되는 거다. 비제도 1년 동안 로마에 유학했을 당시 '진주조개잡이'를 작곡했는데 당시 작곡가들이 그랬듯 달랑 한 달의 시간을 주고 만들라는 지시를 받았다. 젊은 작곡가였던 비제는 첫 오페라라 잘 만들고 싶다 보니 로마에서 다른 목적으로 작곡했던 것을 많이 포함시키기도 했다."

가창력을 뽐낸 헤수스 레온은 '진주조개잡이'의 아리아가 부르기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비제의 대표작인 '카르멘'과 차이에 대해 "'카르멘'은 노래를 부르기도 쉽고 어울리는 성악가를 캐스팅하기도 어렵지 않다. 하지만 '진주조개잡이'는 어렵고 해석하기도 난해해 이 아리아를 부르는 가수 입장에서는 모든 것을 걸고 해야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작품에 매력이 있기 때문에 20년 뒤에는 많은 극장에서 공연되고 있을 것"이라며 눈을 빛냈다.

'주르가' 역을 맡은 바리톤 공병우도 파리의 마시극장 등 프랑스에서 11년 동안 활동했으나 '진주조개잡이'가 공연되는 것은 본 적이 없다. "이 오페라를 연습하다 보니 알겠더라. 테너, 소프라노, 바리톤 모두 어렵다. 고음을 요하면서도 파워풀한 소리를 내야 한다. 오페라로 올라가는 것이 쉽지 않은 작품인데, 국립오페라단이 용기를 냈다."

30여년 간 오페라 연출 경력을 쌓은 장 루이 그린다도 '진주조개잡이' 연출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캐릭터가 강하고 무대, 의상, 조명 등 여러가지가 중요한 작품인만큼 심플하면서도 우아하고 유연하게 잘 흘러갈 수 있도록 연구를 하고 있다"고 알렸다.

'진주조개잡이'는 국립오페라단 2015~2016 시즌 개막작이다. 자격 시비 끝에 취임 53일 만에 물러난 한예진 전 단장 자진 사퇴 이후 4개월 째 공석이던 국립오페라단 단장 겸 예술감독으로 지난 7월 임명된 김학민 단장의 부임 후 첫 작품이다. 예전부터 기획된 작품이지만 그의 손길이 묻어날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그는 "'진주조개잡이'는 내가 부임하기 전에 직원들이 열심히 기획하고 만들어온 작품"이라며 "내가 숟가락 하나 놓고 있지만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레퍼토리 시즌 시스템을 만들려고 한다"면서 "오페라 시스템이 외국과 같아야 동등한 수준에서 홍보하고, 작품을 기획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공연단체가 일정 시즌의 공연 일정을 미리 발표하는 것이 레퍼토리 시즌 시스템이다.

김 단장은 마스터 플랜 세 가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일단 "포용하는 오페라단이 되려고 한다. 그 전까지 예술감독이 부재한 상태가 오래됐는데 많은 분들이 노력했으나 상생의 효과가 적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사람의 바람과 능력을 포용하는 단체가 되려고 한다"는 마음이다.

이어 '국민 모두와 함께 하는 오페단', 국립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국제적으로 도약하고자 해외 단체와 공동제작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헤비 스모커이지만 "담배를 피울 시간이 없을 정도로 일에 매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디르 헤수스 레온·김건우, 레일라 나탈리 만프리노·홍주영, 주르가 공병우·제상철, 누리바드 박준혁·김철준. 연주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 합창 국립합창단. 1만~15만원. 국립오페라단. 02-580-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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