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교역 부진,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는 국제유가에 우리나라의 수출이 맥을 못추고 있다.
올 들어 9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4년 연속 무역 1조달러 달성'이라는 목표에도 차질이 생기게 됐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9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이 기간 수출은 전년 동월보다 8.3% 감소한 435억700만 달러를 나타냈다. 두 자릿수의 낙폭을 보인 8월보다는 반등했지만 9개월 내리 감소세를 보인 것이다.
◇유가하락에 석유제품·석유화학 수출 25억 달러 ↓
올해 수출 전반을 밑으로 끌어내리는 요인은 저유가였다. 지난해 9월 배럴당 96.6달러였던 두바이유는 8월 47.8달러로 떨어지더니 9월 45.8달러로 하락해 반토막이 났다.
이로 인해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의 수출단가도 크게 떨어지면서 수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 부문은 ▲7월 -20억 달러 ▲8월 -30억 달러 ▲9월 -25억 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선박 부문의 부진도 더해졌다. 9월엔 고부가가치 산업인 해양플랜트 인도물량이 없어 수출이 일반 상선 위주로 이뤄졌다. 2014년 9월 33억 달러를 수출한 선박은 2015년 26억 달러에 그쳐 1년 전보다 7억 달러 감소했다.
수입 역시 큰 폭으로 줄었다. 자본재와 수입이 증가했지만 ▲석탄 -22.5% ▲가스 -35.7% ▲철강제품 -32.4% ▲원유 -52.0% ▲석유제품 -55.9% 등 원자재의 감소폭이 확대됐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9월(-24.7%)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나성화 수출입과장은 "저유가 영향으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다보니 감소폭이 확대됐다"며 " 대체재인 석탄 등도 수요가 줄면서 동반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4년 연속 무역규모 1조 달러 달성에 적신호
4분기 사정이 나아진다면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이에 못 미칠 가능성도 없지 않다. 9월까지 누적수출액은 3971억 달러, 여기에 누적수입액인 3308억 달러를 더하면 3분기까지 누적교역액은 7279억 달러다. 3달 동안 2700억 달러, 1달 동안 900억 달러 수준의 교역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8월 교역규모는 742억 달러, 9월은 781억 달러에 그쳤다. 정부는 목표 달성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다.
이인호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1조 달러가 되느냐 안 되느냐 하는 것을 지금 시점에서 명시하기는 이른 것 같다"며 "10월까지의 수출 상황을 본 뒤 얘기할 수 있을 것이고 달성 여부는 상당 부분 유가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행히 유럽 지역이 내수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유럽연합(EU)에 대한 수출은 전기 대비 큰 폭으로 증가(19.7%)했다.
전기 대비 유럽의 소매판매증가율은 5월 0.2%, 6월 -0.2%, 7월 0.4%를 나타내고 있다. 대(對) EU의 품목별 수출증가율은 ▲TV 119.0% ▲선박류 102.2% ▲합성수지 35.2% ▲차부품 33.5% ▲반도체 23.2% ▲자동차 18.2% ▲일반기계 5.6% 등이다.
지난달 수출 감소율이 -8,8%에 달했던 중국도 -5.0%로 감소폭이 줄어들었다. 중국은 우리 수출의 26%를 차지하는 제1 교역 상대국이다.
이 실장은 "유럽 경기 회복이 일시적 현상인지 추세적 회복인지 단정하긴 어렵지만 수요 회복이 있었던 것은 맞다"며 "중국도 제조업 PMI가 예상보다 높게 발표돼 위안화 절하로 인한 효과가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고 말했다.
4분기 글로벌 시장에선 우리 수출에 호재가 될 만한 이벤트가 존재한다. 11월 셋째주 북미 지역에서 블랙 프라이데이가 예정돼 있고 12월25일 전후엔 유럽에서 박싱데이가 있어 연말 성수기 수출규모가 증가할 전망이다. 다만 지난해와 비교해 보면 수출증감율 측면에선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어 보인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사상 최대의 수출 실적(516억 달러)을 기록했기 때문에 기저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여기에 저유가 영향으로 수출증감율은 마이너스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