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매각 권한을 위임받은 직원이 횡령한 매각대금에까지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남양주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양도소득세 등 부과처분 취소소송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일부 승소 취지로 이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대리인이 위임의 취지에 반해 자산을 저가에 양도한 것처럼 속여 양도 대금의 일부를 횡령하고 회수불능이 되었을 경우 이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증권거래세는 소유권이 이전되는 경우 이익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과세되는 유통세"라고 전제하며 "원고가 직원의 부정한 행위를 알지 못했거나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이 시간 주식의 매매를 위탁해 이익을 얻었다"며 직원이 횡령한 금액에 대한 증권거래세 부과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정 회장은 지난 1999년 10월 당시 재정팀장으로 근무하던 서모씨에게 신세계 통신 주식을 매도하라고 지시하면서 매도가격 등에 관한 일체의 권한을 위임했다.
서씨는 그해 12월 신세계 통신 주식을 모두 173억원에 팔면서 중간거래인을 내세워 2단 계약서를 작성, 140억5000만원에 판 것처럼 사측을 속였다.
남양주세무서는 정 회장이 주식 매각 대금을 허위 신고했다고 판단, 지난 2006년 정 회장에게 차액 32억5000만원에 대한 양도소득세 7억7600여만원과 증권거래세 1780여만원을 부과했다.
1심은 정 회장이 검찰 수사 개시 전까지 해당 주식이 173억원에 팔렸다는 사실을 몰랐으며, 당시 업무를 위임받은 서씨가 정 회장과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원고 승소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서씨가 정 회장의 포괄적 대리인으로서 양도대금을 모두 지급받았고, 그 전액이 정 회장의 소득으로 귀속된 만큼 정 회장이 서씨의 횡령 사실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가산세를 면할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