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조3천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보세판매장(면세점)의 독과점 논란이 연일 거세게 일고 있다.
지난해 기준 47개의 면세점 가운데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면세점 특허 수는 각각 19개로 동수를 이루고 있는 반면, 중소·중견기업이 차지하는 매출은 전체 매출액의 13.8%에 그치고 있다.
특허 수가 동수임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매출액 차이는 중소기업 면세점이 거의 소규모이기 때문으로, 국내 면세점 매장면적 9만8천184㎡ 가운데 중소기업 면세점 면적은 1만4천315㎡에 그치는 등 14.6%에 불과하다.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간의 면세점 균형을 면적이 아닌 특허 수로 결정지은 것이 주된 요인으로 지목되나, 이 같은 시각이 면세산업의 특수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면세점업계의 지적이다.
현재 글로벌 면세시장은 13년 기준으로 680억불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최근 5년간 연평균 24%씩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일례로 09년 345억불의 글로벌 면세시장은 10년 390억불, 11년 460억불, 13년 680억불로 껑충 뛰었으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이같은 성장세는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세계 각 국 또한 면세산업을 주요 성장산업으로 인식해 과감한 투자를 통해 자국 면세점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세계 면세점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기록중인 미국 면세기업 DFS의 경우 하와이에 1만7천190㎡, 괌 9천917㎡, 오키나와 4만3천586㎡의 매장을 가지고 있으며, 중국의 CDF는 하이난 산야에 2만㎡를, 대만의 에버리치는 진먼섬에 1만9천800㎡의 면세점 면적을 운영하고 있다.
2013년 현재 세계 면세점 순위는 DFS가 1위, Dufry가 2위를 기록했으며, 롯데는 4위, 신라는 8위에 올라 있다.
면세점의 경우 고부가가치 관광산업과 연계해 내수진작과 동시에 고용을 창출하는 산업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관세청 또한 요우커 등 외국인관광객이 급증하는 서울과 제주 지역에 3개와 1개의 대형시내면세점을 15년만에 추가로 설치키로 하는 등 신규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나섰다.
이와관련, 지난 7월 선정된 시내면세점 신규사업자가 본격적인 운영에 나설 경우, 신규투자에 따른 3천억원의 파생효과와 함께 4천600여명의 고용창출, 연 2천억원의 외화획득이 가능할 것으로 관세청은 분석했다.
또한 5년기한의 특허가 만료되는 서울(3곳), 부산(1곳) 등 총 4곳의 기존면세점에 대해서는 오는 10월 후속사업자를 조기에 선정하는 등 외국인 관광객의 지속적인 쇼핑편의를 이끌어 중단 없는 내수진작과 고용효과를 이어간다는 복안이다.
특히 정치권에서 주장해 온 면세점에서의 국산품 매출 신장과 관련해선 눈에 띄는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관세청이 지난 2013년10월 ‘면세산업을 통한 중소기업 성장 지원대책’을 발표·시행함에 따라 경쟁력 있는 국산품들이 면세점에 속속 입점했으며, 이는 2010년 면세점 전체 매출의 16.8%에 불과했던 국산품 매출이 14년에는 38.3%로 올라서는 등 무려 66.5% 이상 급등했다.
그럼에도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는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간의 기계적인 면세시장 분할을 요구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 7월 면세점 신규사업자 가운데 한화갤러리아면세점과 HDC신라면세점(현대산업개발·호텔신라) 등 대기업 두 곳에 면세점 특허권이 부여되자, 해묵은 논쟁이 다시금 부활했다.
올해 열린 관세청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이 ‘재벌·대기업 옹호’, ‘관세청이 재벌에 특혜를 주고 있다’는 성토를 쏟아낸 것 또한 이같은 배경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면세산업은 사실상 규모의 경제학이 통용되는 곳”이라며, “입점부터 고가의 유명브랜드 유치, 재고관리, 마케팅비용(리베이트 포함) 등 중소·중견기업이 쉽게 뛰어들기에는 무리”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유통업계 강자인 AK그룹마저 과거 면세점사업에서 손을 떼지 않았느냐”며, “최근 국내 면세점시장이 활황을 띄고 있기에 너도나도 면세점사업에 뛰어들고 있으나 이를 기계적으로 중소·중견기업에 배분하기 보다는 시장경쟁력을 갖춘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이 시장을 양분해 개척하는 것이 오히려 더 효율적”이라고 분석했다.
최경환 기재부장관이 신규 면세점의 조기개점을 촉구하자, 선정된 대기업마저 명품 브랜드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있는 대목이다.
관세청 또한 이와 비슷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
김낙회 관세청장은 지난 7월 면세점 신규사업자 선정에 앞서 다수의 언론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신규사업자는 무엇보다 면세점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고, 나아가 세계 유수의 면세점기업들과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며, 면세점 특허권의 기계적인 분할 보다는 경쟁력을 가장 우선시할 것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결국 이같은 시각이 정치권과 시민단체로부터 뭇매를 맞기도 했으나, 정작 면세점업계로부터는 당연한 논리로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관세청이 전국 광역지자체 마다 시내면세점을 설치키로 하고, 특허권 공고를 했음에도 운영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는 최근의 현황은 다시금 면세점 산업이 규모의 경제임을 극명하게 반증하고 있다.
면세점 업계 한 관계자는 “관세청 입장에선 논란이 불 보듯 뻔 한 시내면세점 확대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과거 역대 관세청장들 또한 이를 우려해 면세점 확대의 ‘확’자도 금지했으나, 지금의 관세청장은 면세점산업의 확대와 이를 통한 내수진작과 고용창출을 위해 불 속에 짚을 안고 들어간 격”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면세점업계 임원은 “공직자는 물론, 공직기관이 자신과 기관의 안위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등 복지부동으로 일관한다면 국가가 발전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논란이 반드시 일게 돼 있는 면세점시장에서 관세청이 벌인 이번 면세점 확대 조치를 경영계에선 독배를 든 관세청으로 비유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