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안에 모든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정부 출연연구기관들이 임금피크제를 받아들이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정년 연장 의무화로 인한 혜택이 없는데도 실질적으론 임금 삭감의 결과밖에 없어 조직의 설득을 얻지 못한 탓이다. 정부의 압박에 급기야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은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23일 정부와 공공연구노조 등에 따르면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은 최근 국무조정실 산하 27개 출연연구기관장들을 불러 임금피크제 도입을 9월중 완료하겠다는 각오로 속도감 있게 추진해 달라고 주문했다.
임금피크제 도입실적에 따라 출연연에 엄격한 패널티와 인센티브를 적용하겠다는 게 골자다. 올해 안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못한다면 내년도 임금인상률을 삭감 혹은 차등 적용하거나 기관평가 불이익을 주는 등의 패널티를 주겠다는 것이다.
27개 출연연 중 임금피크제 도입을 완료한 기관은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한국개발연구원(KDI), KDI 정책대학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조세재정연구원, 육아정책연구소 등 6개 기관이다.
기획재정부는 10월까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는 공공기관에 대해 임금인상률을 일정 비율 삭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11~12월 도입을 결정할 경우 예산편성지침상 총인건비 인상률의 75%를, 올해 도입하지 않는 기관들은 50%의 상한을 적용하기로 했다.
출연연은 현재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지난 17일까지 317개 공공기관 중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관은 110개로 약 35% 수준인데 공기업은 70%, 준정부기관은 51.2%에 달하지만 기타공공기관은 22.5%에 그치고 있다.
출연연들이 임금피크제를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임금피크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출연연들은 외환위기 이전 65세이던 정년을 낮춰 61세로 유지해 오고 있다. 이미 정년이 60세 이상인 만큼 내년부터 시행되는 정년 연장 의무화로 인한 혜택은 없는데 임금피크제를 실시한다면 임금이 깎이는 효과만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정부의 다그침에 공공연구노조 경제인문사회연구회(경인사연)본부는 지난 21일부터 세종국책연구단지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경인사연 소관 출연연의 정년은 60세여서 정부가 강요하는 임금피크제는 정년연장 효과가 전혀 없는 '임금 강제 삭감'일 뿐"이라며 "정부는 내년도 예산·임금·기관평가의 불이익이라는 치졸한 협박을 통해 임금 삭감을 출연연에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학교원이 65세까지 정년을 보장받는 반면 출연연 연구원은 정년이 61세로 감축돼 연구원들이 대학으로 이직하는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대학은 출연연보다 연구의 자율성을 포함한 연구 환경이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점이 이직 사유로 꼽히고 있다"며 "출연연 연구원은 정년이 65세에서 외환위기 이후 61세로 감축됐는데 이로 인한 정년보장의 형평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