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여성과 동거하며 혼외자를 낳은 남편이 아내를 상대로 이혼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남편에게 혼인파탄의 책임이 있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부장판사 민유숙)는 남편 A(53)씨가 아내 B(52)씨를 상대로 낸 이혼 청구를 원심과 같이 기각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다른 여자와 동거하면서 혼외자를 두 명이나 낳았음에도 B씨는 과외 등으로 경제활동을 하고 시부모로부터 생활비를 보조받아 자녀를 키웠다"며 "B씨는 자신이 항암치료를 받던 중에도 시부모를 간병하며 며느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고 전제했다.
또한 "B씨는 시아버지가 사망했을 당시 이 사건 소송이 진행되고 있었음에도 빈소를 지키는 등 가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며 "B씨가 시부모와 심한 갈등을 빚는 바람에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는 A씨의 주장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A씨는 혼인 초 B씨가 시부모와 갈등을 겪을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채 집을 나갔으며, 나아가 다른 여성과 동거하며 혼외자를 뒀다"며 "A씨는 자신의 아버지가 사망하자 B씨와 자녀가 20여년 이상 살아온 아파트에서 쫓아내고 승용차마저 견인하는 등 혼인관계 파탄의 결정적 원인이 A씨에게 있는 만큼 유책배우자인 A씨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들은 지난 1985년 부모의 허락 없이 혼인신고를 마치고 결혼생활을 시작, 두 명의 자녀를 낳았다. A씨는 아내 B씨와 자신의 부모 간 고부갈등이 심해지자 1991년 가출, 1997년부터 다른 여자와 동거를 시작해 2명의 혼외자까지 뒀다.
A씨는 대장암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한 자신의 아버지가 지난 2013년 4월께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고 병원에서 퇴원하자 같은달 법원에 B씨를 상대로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부모의 반대에도 혼인신고를 함으로써 B씨와 시부모가 갈등을 겪기도 했으나, 부양의무와 동거의무 등 배우자에게 요구되는 모든 의무를 저버린 A씨에게 혼인파탄의 책임이 있다"며 A씨의 이혼 청구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