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금리를 동결한 것은 '미국 금리인상'과 '중국 경기둔화' 우려로 글로벌 경기가 출렁이고 있는 만큼 섣불리 움직이기보다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응해 나가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현재 금융시장은 '중국발(發) 리스크'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격히 유출되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며 요동치고 있다.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석달간 빠져나간 외국인 투자 자금은 10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원·달러 환율도 5년여만에 1200원대로 치솟는 등 '널뛰기' 현상을 보이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 기초경제 여건과 대외 건전성이 양호한 편이어서 다른 신흥국에 비해서는 자금이탈 규모가 덜한 편이지만 아직 세계 금융시장에서는 신흥국 전반에 대한 불안감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의 통화정책이 결정되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16~17일(현지시간)로 예정돼있어 미 금리인상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 금리인상 시점에 대한 전망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연내 금리인상이 단행된다면 신흥국을 중심으로 외국인 자금 이탈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우려가 되고 있다. 때문에 한은은 금융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일단 금리 동결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정성윤 현대선물 연구원은 "금통위 입장에서는 전세계 경제주체들이 주목하고 있는 9월 FOMC를 앞두고 어떠한 대응을 보이기에는 불가능한 시점"이라며 "최근의 금융시장 흐름을 감안할 때 당국이나 시장 모두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리가 오를 경우 심각하게 타격을 받을 수 있는 가계부채 문제도 추가 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라 곧바로 우리나라가 금리를 따라 올려야 하는 상황은 아니라 해도 금리를 내리게 될 경우 가계빚 증가세를 더욱 부추길 수 있어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2분기 기준 가계부채는 이미 사상 최대 수준인 1130조500억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국내 경기와 수출이 여전히 부진한데다 저물가가 지속되면서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은 여전히 남아있다.
한은이 발표한 국내경제동향에 따르면 8월중 수출액은 393억달러(통관기준)로 국제유가 하락과 중국의 성장세 둔화 등으로 전년 동월 대비 14.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0.7%로 9개월째 0%대 성장률을 이어갔다.
김상훈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경기둔화로 촉발된 글로벌 저성장 우려와 국내 경기 둔화, 저물가 우려 등으로 금리인하 기대감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한은이 미약한 경기 회복세를 살리기 위해 추가적인 금리 인하로 나설지 여부는 미지수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경제 성장률이 2% 초반으로 낮아질 것으로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향후 경제 성장률이 전망치에서 얼마나 이탈할지 등 상황을 보고 그 때에 맞춰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