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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1. (토)

내국세

[연재]“제발 회장 후보에 나서 주세요”

-'나는 평생 세금쟁이'- (71)

“제발 회장 후보에 나서 주세요”

 

 
필자는 평생을 세금쟁이로 지내오면서 그 전반전이라 할 수 있는 국세청 현직생활에 비해 퇴직후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는 후반전이 몇배나 더 폭넓게 또 다양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된 것은 아마도 4년간의 세무사회장 경력 때문이 아닌가 싶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필자의 주특기(?)라고 한다면 능력이나 자질보다는 끈질긴 근성과 열심 하나에 있지 않을까 한다.

 

세무사회장 일도 예외는 아니었다. 4년간의 회장 자리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하다 보니 돈과 관계없는 일들이 계속 늘어나게 됐다. 우리가 잘 아는 천안함재단을 비롯해서 청량리 밥퍼나눔 운동본부, 그리고 최근에 문을 연 부부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대학원, 대학교 같은 데서 이사장이나 명예본부장 자리를 맡게 되는 등….

 

여기에다 또 필자가 오래전부터 결심하고 직접 만든 ‘석성(石成)장학재단’과 중증장애인 재활을 돕기 위해 만든 사단법인 ‘석성1만사랑회’를 통해 세금쟁이로서는 보기 드물게 어려운 이웃들을 나누고 섬기는 일에 몰두하게 됐다.

 

그런데도 그 대부분이 무보수 자원봉사 직책이다 보니 마음으로는 훨씬 편했다.

 

그런 필자가 나름대로 열정을 쏟았던 4년간의 세무사회장 자리를 떠난지도 어언 수년이나 흘렀다.

 

특히 올해는 나이 칠순을 맞이해 그 바쁜 와중에도 연초부터 아내와 나는 기념여행으로 5월25일부터 6월6일까지의 13일간의 이스라엘, 터키 그리고 그리스 지역을 경유하는 ‘크루즈 성지순례 관광’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5월초 갑자기 주관여행사로부터 IS(극단적 무장 이슬람단체)로 인해 현지 치안상태가 몹시 불안해서 본의 아니게 그 크루즈 여행이 취소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었다. 아내와 나는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던 차였다.

 

 

 

 

조용근 이사장은 어려운 이웃들을 나누고 섬기는 일에 멈추지 않았다. 소외된 이웃을 위해 묵묵히 나눔과 배려를 실천해 온 조용근 이사장은 지난 2006년 한국언론인협회로부터 자랑스런 한국인상을 수상해 국세공무원의 위상을 높인 바 있다.<2010.7.24 석성장학금 전달식>

그 즈음에 평소 나와는 관계가 별로였던 후배 세무사 십여명이 필자의 사무실로 찾아왔다.

 

“회장님! 지금 우리 세무사회가 정상이 아닙니다. 현(現) 회장을 비롯한 집행부 모든 임원들이 특정 후보를 노골적으로 밀어주고 있는데 그 후보가 내년 총선에서 국회로 가면 또다시 현(現) 회장이 다시 회장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며 한마디로 장기 집권 음모를 꾸미고 있답니다. 그것만은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것을 막아낼 사람은 현재 조 회장님 밖에 없습니다.”

 

그 때 필자는“아니, 그게 무슨 소린가? 나는 4년간이나 세무사회장을 지낸 사람이 아닌가? 3선이 말이나 되는가? 그리고 지금 세무사회장 선거가 불과 한달 밖에 안 남았는데…. 빨리 돌아가게.”

 

그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그 후배 세무사들은 며칠동안 계속 찾아왔었다. 그 중에는 심지어 눈물까지 흘리는 후배 세무사들도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필자는 ‘오죽했으면 나와는 별로 친하지 않던 이 친구들이 나를 찾아왔을까?’하는 측은한 생각도 들었다.

 

“정 그렇다면 며칠간의 말미를 주게나. 가족들과 한번 상의해 보고 연락해 주겠네. 가서 기다리게나.”

 

설득시키고 겨우 돌려 보냈다. 그 며칠동안은 “조 회장님! 이번 선거에 제발 회장 후보로 나서 주세요”라는 그들의 눈물어린 하소연들이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내와 상의해 보았다.

 

“평소 그 후배 세무사들은 당신과 가까이 지내던 분들이 아닌데도 그렇게 계속해서 찾아와 애걸복걸하는 것을 보면 필시 무슨 이유가 있을 거예요. 제 생각에는 그 분들의 하소연을 외면하는 것보다 정말 다른 대항마가 없다면 긍정적으로 한번 검토해 보세요.”

 

<계속>-매주 水·金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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