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의 법관이 참여하는 합의부 재판에서 2명이 서명을 하지 않은 판결서(판결문)에 의한 판결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68)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8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 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 판결문을 보면 재판장과 다른 법관 1인의 서명날인이 누락돼 있고 재판장과 다른 법관 1인이 서명날인을 할 수 없는 사유도 적혀있지 않았다"며 "결국 원심은 재판장과 다른 법관 1인을 제외한 나머지 법관 1인만이 작성한 판결문에 의해 판결을 선고한 것이 돼 위법하므로 파기를 면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 38조에 따라 재판은 법관이 작성한 재판서에 의해야 하고 같은 법 41조는 재판서에 재판한 법관의 서명날인을 해야 하며 재판장이 서명날인할 수 없는 때에는 다른 법관이 이유를 적고 (대신) 서명날인하도록 돼 있다"며 "이러한 법관의 서명날인이 없는 재판서에 의한 판결은 법률위반으로서 파기사유가 된다"고 설명했다.
2001년부터 서울 금천구에서 의류업체를 운영하던 김씨는 계속되는 매출 부진으로 적자가 계속되자 2010년 10월부터 2011년 8월까지 35차례에 걸쳐 "의류를 가공해주면 틀림없이 대금을 결제하겠다"며 의류 가공업자를 속여 1억1280만원 상당의 의류를 공급받고도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김씨의 사기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다.
한편 2심 재판부는 2010년 10월부터 2011년 4월까지 김씨가 총 7회에 걸쳐 저지른 합계 6000여만원 상당의 또다른 사기 사건을 병합해 심리를 진행한 뒤 징역 8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심리를 진행한 법관 3명 가운데 2명이 서명을 하지 않고 1명만 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