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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국세

[연재]당당하게 신나게 멋지게 일하라 때로는 져주기

-'나는 평생 세금쟁이'- (69)

당‧신‧멋‧져

 

 
또다시 세무사회장으로 추대되다.

 

 

 

필자가 평생을 세금쟁이 신분으로 살아오면서 많이 들어보는 단어 하나가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짠돌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피도 눈물도 없는 자기 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보인다는 뜻이다. 원래 ‘세금(稅金)’이란 단어 자체가 별로인 데다 세금을 다루는 세금쟁이들도 별로로 본다는 뜻이겠지….

 

필자는 그런 잘못된 선입견에 대해 세금쟁이들이 그런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다시 말해 거두어 들이는 것에만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그래서 세무사회장 직을 맡으면서 처음부터 무언가 달라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첫번째로 시도해 본 것이 다름 아닌 세무사회장 취임식 때 축하화환 대신에 ‘사랑의 쌀’로 받은 것이다. 1년전 ‘석성 세무법인’ 문을 열 때 했던 것처럼….

 

그랬더니 또 기적이 일어났다. 무려 4,600여만원에 달하는 ‘사랑의 쌀’과 100여개의 화환들이 보내져 왔다. 1년 전 5,800여만원까지 합쳐 보니 1억원이 넘는 ‘사랑의 쌀’과 300여개의 화환들이 온 셈이 되었다. 여기에다 2년후 세무사회장직을 연임하면서 받은 1,600여만원까지 모두 합쳐보니 거금 1억2천만원이나 되었다. 필자는 이것이 바로 ‘나눔의 세무사회’로 거듭나는 원동력이 되었음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2008년 당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3조4천억원에 달하는 나라 예산을 가지고 어려운 영세사업자들에게 ‘유가환급금’이라는 명목으로 1인당 25만원 가량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거국적 프로젝트를 실시했었다.

 

그 때 필자는 우리 세무사들이 그 신청업무를 무료로 대행해 주겠다고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했었다. 물론 상당수 세무사들의 반발도 있었지만….

 

그런데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무료로 신청혜택을 받은 7만여명의 영세사업자들을 비롯해, 소관부처 재경부와 국세청 등에서도 상당히 고마워하는 분위기였다.

 

그 후 이에 대한 보상이라고나 할까? 당시 우리 세무사들이 전산으로 세금신고를 대행해 주면 세무사들에게 한 건당 1만원의 세금 공제 혜택을 주게 되어 있는데 이것을 불과 2년만에 민간인 수준인 1건당 4만원까지 공제 혜택을 크게 늘려 주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부터는 많은 세무사들이 필자의 그런 깊은 뜻을 알고 하나같이 나에게 고마워 했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 고마운 뜻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내가 세무사회장으로서 회원들을 위해 해준 일들 중에서 가장 훌륭한 일을 해주었다고….

 

또 당시 국세청에서도 덩달아 세무서마다 민원실에 ‘세무사 전용 창구’를 개설해 주는 등 우리 세무사들의 위상을 크게 올려준 것도 역시 같은 맥락이었다.

 


 

 

 

조용근 이사장은 퇴직후 ‘섬김행보’가 정부와 코드가 맞고 비고시 출신으로 일반 직원들을 껴안으면서 국세청을 쇄신하기에는 적임자라는 평을 받아 국세청장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2009년 1월, KBS 9시뉴스 국세청장 후보 하마평에 올라 보도된 모습>

그런데 필자는 이것도 모자라 일반 국민들 대다수가 세무사들에 대한 잘못 인식하고 있는 이미지들을 바꾸어 보기 위해 몇가지 감동 스토리들을 만들어 추진해 보았다.

 

2008년 중국 쓰촨성 대지진 때는 필자가 직접 미화 3만달러를 들고 가서 중국 현지에서 전달해 주기도 하고, 또 그 해 연초, 미얀마에서 수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형 쓰나미 태풍 사건으로 완전히 망가진 학교들을 다시 세워주기 위해 매년 3만달러 가까이를 몇년동안이나 지원해 주기도 하고….

 

또 2010년 아이티에서 일어난 대지진 때는 MBC 방송을 통해 2만달러의 현금을 지원해 주는 등 나라 안팎을 불문하고 우리 회원들의 십시일반 정신으로 모은 귀한 성금들을 가지고 곳곳에서 나눔의 프로젝트를 만들어 시행해 보았다.

 

여기에다 ‘세무사회 나눔 봉사단’을 조직하여, 매월 한차례씩 1천여명의 독거노인과 노숙자들을 위한 밥퍼 봉사를 비롯한 다양한 나눔 행사를 해보았더니 어느덧 세무사회는 ‘나누고 섬기는 단체’라는 아름다운 별명이 붙게 되었다.

 

이렇게 필자는 주어진 임기 2년동안 당당하게 즐기면서 신명나게 주고 섬기는 일에 열심히 했다.

 

그랬더니 당시 6개월 동안이나 공석이었던 국세청장 후보로 계속 오르기도 했었다.

 

그 때부터 세무사들이 필자를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정말 인기만점(?)이었다.

 

이런 분위기 덕택에 26대 회장 선거 때는 감히 누구 하나 선뜻 나서서 필자와 경쟁해 보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선거없이 추대 형식으로 2년간의 세무사회장직을 또다시 맡게 되는 행운을 얻었다.

 

필자의 짧은 예단인지는 몰라도 아마도 이 기록은 당분간 잘 깨지지 않을 것 같아 보인다. 그 때 필자는 생각했다. 그 배경이 무엇일까? 필자의 능력일까? 아니면 학력일까? 아니다. 그건 오로지 ‘당신 멋져’ 뿐이었다.

 

당당하게 일해 보자. 신명나게 일해 보자, 멋있게 일해 보자, 그러나 져주자.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면….                

 

지금도 나는 “당‧신‧멋‧져”의 마음자세로 한 평생을….

 

<계속>-매주 水·金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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