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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국세

[연재]“나는 머슴” 섬김의 진심 전하다

-'나는 평생 세금쟁이'- (68)

“조 회장님! 세무사회가 많이 달라졌네요.”

 

  

 

회장 당선증을 받자마자 당선 소감을 묻는 많은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한마디로 ‘나눔과 섬김’으로 우리 세무사회의 오랜 폐습과 풍토를 바꾸어 보겠다고 했다.

 

드디어 2007년4월27일, 제25대 세무사회장으로 취임했다. 취임 후 필자가 맨 먼저 할 일은 함께 고생할 회직자들을 뽑는 일이었는데 과거와는 달리 본인 스스로 해 보고 싶은 희망자 위주로 뽑았다.

 

왜냐하면 이런저런 사사로운 인정에 매여서 뽑다 보니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는 경우를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그랬더니 측근들의 반발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회원들은 “역시 조용근”이라는 말을 많이 해주었다. 아울러 회장과 부회장, 이사들의 업무도 명확히 구분해서 분담하기로 했다.

 

모든 내부 살림은 부회장과 이사들 중심으로 하고 나는 외부 일에만 전념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재정 관리문제는 4년 임기 내내 담당 부회장으로 전담케 했더니 임기를 마치고 세무사회를 떠난 지 5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한 건의 재정관련 시비는 없었다.

 

이런 일도 있었다. 어느 날 아침 출근해 보니 당시 홍보실장이 큰 동판 몇개를 들고 들어왔다.

 

“아니 그게 뭔가? 동판 아니야?”

 


“네! 우리 세무사회에서 발간되는 ‘세무사신문’의 동판들입니다. 저희들이 편집한 기사 제목과 내용들인데 회장님께서 수정해 주십시오.”

 

그때 필자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이 친구야! 그게 무슨 소리야! 세무사신문은 편집위원회에서 만드는 것 아니야! 나도 현직에 있을 때 공보관을 2년 가까이 한 사람이야! 당장 가지고 가게. 그리고 다시는 나한테 이런 것 가져오지 말게. 그리고 분명히 이야기하지만 내가 회장으로 있는 동안에는 편집 위원들과는 점심 한번 안 할 테니 섭섭하더라도 그렇게 알고 있게나.”

 

그 후 4년간의 세무사회장으로 있으면서 그 약속은 100% 실천했다. 그때 홍보실장은 지금도 서울지방회 사무국에서 핵심 간부로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조용근 이사장은 퇴직후 ‘섬김행보’가 정부와 코드가 맞고 비고시 출신으로 일반 직원들을 껴안으면서 국세청을 쇄신하기에는 적임자라는 평을 받아 국세청장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2009년 1월, KBS 9시뉴스 국세청장 후보 하마평에 올라 보도된 모습>

또 필자 자랑 같지만 이런 일도 있었다.

 

취임 100일이 다가올 즈음 전군표 당시 국세청장을 방문하여 우리 회원들과 약속한 세무조정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불과 2년전까지만 하더라도 5억 미만 법인의 경우에는 세무사가 강제로 세무조정하게 되어 있었는데 느닷없이 임의조정으로 바뀌다 보니 일감이 떨어지게 된 다수 세무사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어났다.

 

무엇보다 임의조정으로 계속 가게 되면 결과적으로 국세청의 세원관리에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으니 다시 옛날같이 강제조정으로 환원시켜 주는 것이 옳을 것 같다고 했다.

 

다행히 나의 설득이 제대로 전달되었는지 며칠 후 다시 강제 조정으로 환원시켜 주었다. 물론 전군표 국세청장과는 과거 서울청 국장 때부터 개인적으로 잘 아는 사이였지만 그렇게 흔쾌히 내 건의를 잘 들어주어 지금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만약 그때 그 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지금까지 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왜냐하면 그 며칠 후 전군표 국세청장 신변에 큰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또 이런 일도 있었다.

 

세무사회관 앞 도로는 흔히들 말하는 ‘생명선’이라 일컫는 노란색 중앙차선이 두 줄로 그어져 있어 세무사회관에서는 절대로 시내 쪽으로 가는 좌회전이 안되었다.

 

그래서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사무국 직원들을 비롯해 많은 회원들이 불평하기에 필자는 관할 서초경찰서장을 찾아가 고충을 털어 놓았다. 불행히도 그 문제는 서울지방경찰청 소관업무라고 하기에 알음알음으로 소개받아 서울지방경찰청 담당부장을 면담했다.

 

얼마 후 답변이 왔다. 약 1억2천만원의 신호등 설치 비용을 세무사회에서 부담할 수 있느냐고 묻기에 그보다 더한 비용이라도 감당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며칠후 한 푼도 안들고 중앙차선을 지워 주겠다는 기적 같은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그 며칠 후 어느 일요일 필자는 우연히 세무사회관에 들러 개인 잡무를 정리하고 있는데 왠 인부 몇 명이 세무사회관 앞에서 도로정비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직원들에게 물어보니 우리들이 그토록 바라던 중앙차선을 지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즉시 책임자를 만나 내 지갑을 털어 전액을 그들에게 건네 주었다. 현찰 몇십만원에 불과했지만 정말 뿌듯하고 기뻤다.

 

지금도 아침, 저녁 두차례씩 그 길을 지날 때마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짱이다.

 

또 취임하자마자 사무국 직원과는 매달 한차례씩 해오던 직원조회를 자유분방한 티타임 형식으로 바꾸어 보았다. 아울러 직원들 각자의 생각들을 솔직하게 발표해 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필자는 결론적으로 “자네들은 청지기라네. 주인인 세무사들이 자네들에게 일 잘하라고 맡겨준 직책이니 열심히 일해 주게나. 나도 역시 머슴이라네. 그리고 언제든지 신상에 애로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부회장을 통해, 그것도 어려우면 나에게 직접 이야기해주게나”라고 하면서 티타임 행사를 마무리 지었다.

 

순식간에 사무국 직원들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렇게 해 본 것은 지난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국세청에서 터득해 온 내 나름대로의 조직소통의 길이었다.

 

비록 능력과 자질이 부족한데도 이렇게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부터 내 진심을 전해 주었더니 많은 세무사 회원들을 비롯해서 국세청 등 유관기관에서도 우리 세무사회를 바라보는 눈들이 달라졌다.

 

“조 회장님! 우리 세무사회가 많이 달라졌네요.”

 

<계속>-매주 水·金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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