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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2. (일)

내국세

[연재]'햇병아리 세무사, 세무사회장 당선되다'

-'나는 평생 세금쟁이'- (67)

햇병아리 세무사, 세무사회장에 당선되다

 

 

 

그렇게 정신없이 바쁘게 전국을 돌면서 세무사회장 선거운동을 하는 동안 또 한해가 지나고 새로운 2007년 1월을 맞아 필자를 비롯한 다른 2명의 후보가 최종적으로 회장후보 등록을 마쳤다.

 

단순히 세무사 경력만을 놓고 따지고 보면 필자는 그들과 도저히 함께 할 수 없는 햇병아리 세무사였다. 그들은 세무사회에서 수십년간 내노라 하면서 자리잡은 거물급인데 비해 필자는 정말 볼품없는 애송이라고나 할까?

 

그런데도 그들은 시종일관 나만을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지는 듯 했다.

 

드디어 본격적인 선거에 돌입하자 필자는 다른 두 후보들과 함께 서울을 비롯한 전국 6개 도시를 순회하며 선거에 임했다.

 

투표는 후보들의 선거공약 발표후 바로 이어지게 되었는데 공약 발표 때마다 나는 상대 후보를 한번도 비방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을 칭찬해 주었다.

 

그랬더니 선거에 참여한 회원들 중에는 신선하다라고 하면서 우호적인 시선으로 봐주는 유권자들도 있었지만 일부이긴 하지만 별로 좋게 봐주지 않는 유권자들도 있어 보였다.

 

심지어 내 캠프에서조차 아마도 다음을 위해 이번에는 연습하는 것이 아니냐며 속으로 비아냥대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렇게 지방 5군데 투표를 마치고 드디어 마지막 투표일인 2007년2월28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3천명여명의 서울지역 세무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지막으로 공약 연설을 했다.

 

그런데 그때 정말 내가 생각해도 감동적인 연설을 한 것 같았다. 체육관이 떠나가도록 외쳐 보았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2007년 25대 회장 선거전에서 조용근 세무사가 25대 회장으로 당선되는 영예를 안았다. 대전지방국세청장 출신으로 세무사계에서는 인지도가 낮았던 조용근 세무사의 당선은 당시 선거 이변으로 받아들여졌다.

곧이어 투표에 들어갔다. 투표가 끝나자마자 지난 5개 지방에서 투표한 것과 함께 투표함을 열게 되었는데 나를 비롯한 캠프 식구들은 인근 식당에서 개표 결과가 나오기만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예정된 개표 결과 발표 시간이 한 시간이나 지나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우리 모두가 궁금해하고 있던 차에 캠프 식구 중 한 사람이 갑자기 들어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생각보다 투표 결과가 박빙이라, 투표지를 재검표하고들 있답니다. 근데 결과가….”

 

그 때까지 필자의 눈치를 살피며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캠프 식구들은 결과가 박빙이라는 말에 희망이 없어 보였던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하나둘 슬며시 빠져나갔다.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갑자기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떨어지는 것도 그렇지만, 지금까지 애써 나와 함께 뛰어준 캠프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화장실로 가는 척하며 자리를 잠시 떴다.
그 때 마침 채수인 선거관리위원장으로부터 휴대폰이 울렸다. 비공식 집계지만 압도적인 표 차이로 당선되었다고 하면서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메시지였다.
그 때 필자는 다짜고짜 개표시간이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느냐고 물었더니 1위와 2위는 일찌감치 확정되었는데 3위를 했던 후보가 이의를 제기해서 재검표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정말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그러면 그렇지…. 그러나 나는 시치미를 뚝 떼고 다시 진을 치고 있는 식당 안으로 와서 태연하게 앉아 있었다.
10여분이 지나자 그동안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흩어졌던 캠프 동료들이 다시 돌아왔다. 낌새를 알아차린 것 같았다.
“정말 축하드립니다. 조 회장님! 이제 우리 세무사들의 미래는 조회장님 양 어깨에 달렸습니다.”
필자는 미리 들은 기쁜 소식이었지만 계속 가슴이 뛰었다. 그래도 최대한 태연하게 행동했다.

 

“캠프에서 정말 수고해 주신 동료 여러분 덕분입니다. 제가 잘나서가 아니라 여러분께서 최선을 다해 노력해 주신 결과입니다. 비록 애송이 세무사이지만 세무사회 문화를 한번 바꿔 보겠습니다.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말을 마치자마자 많은 회원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캠프 안으로 속속 밀려들었다.

 

그러면서도 그때 그 순간 필자는 크게 느낀 것 하나가 있었다. 불과 몇 사람만이 남아 있던 조금 전과는 너무나 달리 어느새 캠프 안은 나를 축하해 주기 위해, 그리고 어떻게든 세무사회에서 감투를 써보려 하는 사람들로 인해 북새통을 이루게 되었다.

 

“아! 이것이 바로 세상 민심이구나!” 라는 것을….

 

그런 분위기도 잠시, 필자를 비롯한 부회장 후보 세 사람은 잰 걸음으로 개표 현장이 있는 체조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즉시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회장 당선증을 받고 함께 그 자리를 지켜준 유권자 회원들과 함께 당선의 기쁨을 누렸다.

 

<계속>-매주 水·金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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