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가 대규모 적자에 따른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강도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여름휴가가 끝나는 다음주부터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은 비핵심 자산·계열사 매각 등이 구조조정 방안을 예고한 상태다. 인력 구조조정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통폐합 등 조직 개편 과정에서 감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해양플랜트 관련 임원이 구조조정 1순위로 꼽힌다.
삼성중공업도 임원 감축, 조직 통폐합, 자산 매각 등에 나설 방침이다. 현대중공업은 2분기 실적 발표 직후 임원 인사를 통해 대규모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일부에서는 국내 조선업계가 일본의 전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조선업계는 1980년대 글로벌 조선시장을 호령했지만 엔고 현상과 한국업체들의 부상으로 빠른 속도로 경쟁력을 상실했다.
일본 조선업계가 위기 극복을 위해 선택한 것은 합병·공동 출자 등을 통한 '통폐합 카드'였다. IHI마린유나이트와 유니버설조선이 합쳐 세계 4위의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C)를 만들었고, 이마바리조선과 미쓰비시중공업의 LNG선박 부문이 합병해 LNG 전문 조선소(MI-LNG)를 세웠다.
이 과정에서 일본 조선업계는 5개사 체제로 개편됐고 원가 경쟁력도 높아졌다. 아베정부의 엔저 정책과 선박금융 지원(선박가격의 80%까지 1% 이자율로 지원)도 부활에 힘을 보탰다. 이마바리조선이 16년만에 초대형 도크 건설에 나설 정도로 일본 조선업계는 뚜렷한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 업체들은 합병·공동출자 등 사업재편을 통해 체질을 개선한 후 한국과 기술·가격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며 "국내 조선업계도 원가절감과 기술력 향상을 위해 큰 틀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조선업계에서는 STX조선해양, 성동조선, SPP조선 등 워크아웃 상태인 중견 조선사를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3사와 중견 조선사간 합종연횡을 유도해 '규모의 경제'를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은행이 최대주주인 대우조선과 STX조선 간의 합병 또는 위탁경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한때 고개를 들었지만 지금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다.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은 취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양사간 합병 또는 위탁경영 가능성을 부인한 바 있다. 단 대우조선 재무제표에 부담을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의 협력 가능성은 열어둔 상태다.
성동조선은 삼성중공업이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과 위탁경영 협상을 진행 중이다. 금융권에서는 위탁경영을 거쳐 경영을 정상화한 후 흡수합병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된다. SPP조선도 독자생존 대신 다른 조선사와 합병이 불가피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