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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1. (토)

내국세

[특집]'정부 경제철학, 성장 중심에서 사람중심 바꿔야'

-창간 50주년 기념 ‘財政先覺者’ 기획 인터뷰- < 3 >

심판원장·세제실장·관세청장·국세청장 역임…'세금 그랜드슬램' 달성

 

 

 

2015년은 한국세정신문이 창간된 지 50년이 되는 해다.
1965년11월1일 탄생한 ‘한국세정신문’은 대한민국 근대 재정정책사의 산 증인이다.
‘초근목피’의 굶주림에서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오늘까지 ‘한국세정신문’은 영욕의 현장을 오롯이 지켜봤다.
오늘의 강대한 대한민국은 국가재정 정책과 그 운영자들에 의해 기획·리드됐다. 온갖 역경을 극복하면서 역사를 개척해낸 수많은 ‘재정선각자(財政先覺者)’들의 피와 땀이 담겨 있는 것이다.
본지는 창간 50주년을 맞아 지나간 50년 동안 대한민국 발전에 큰 족적을 남긴 ‘재정선각자’ 5인을 엄선, 특별 인터뷰를 시행한다. 재정정책 50년의 발자취를 되돌아 보고, 그 역사를 기록해 두고자 함이다.
미래 50년의 국가재정 비전과 재정운영 좌표가 그 속에 듬뿍 담겨 있을 것이다.
‘재정선각자’들은 지난 50년간 본지에 보도된 기사 내용과 여론 호응도, 재정‧세정발전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집계‧선정했다.<편집자 주>

 

 

 

이용섭은 누구인가

 

이용섭 前의원은 조세계 인사라면 누구나 알고 있고, 또 한편으로는 롤모델 이기도 하다. 심판원장을 시작으로 세제실장, 관세청장, 국세청장을 역임하는 등 조세계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데 이어, 청와대 혁신수석으로 자리를 옮겨 참여정부 혁신아이콘으로 활약했다.

 

관세청장 재직시 일선 직원들의 사기진작과 칭찬문화를 일신하기 위해 창안한 ‘이달의 관세인’ 제도는 1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으며, 국세청장 재직시 만연했던 배타적·연고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일선 전 직원들에게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를 직접 소개하며 국세청의 혁신 의지를 일깨우는데 주력했다.

 

행정자치부장관과 건설교통부장관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이 전 의원은 2008년 18·19대 국회의원으로 선출되며, 활발한 조세입법 활동을 펼쳐 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활동 당시 당정회의를 거친 조세입법안에 대해 빈틈없는 논리와 정확한 수치를 근거로 여당 의원은 물론, 세제실 관료들을 밀어붙인 탓에 후배 공직자들이 ‘이용섭 의원, 한 명을 뛰어넘기 위해선 여당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필요하다’는 푸념마저 쏟아냈다는 일화는 세정가에선 익히 알려진 얘기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의원직 사퇴와 탈당을 통해 자신의 정치철학을 명징하게 내보였던 이 전 의원의 공직재직 당시의 소회와 지금의 조세계 현안을 물었다.  <편집자주>

 

 

-얼마전 중국사회과학원 초빙연구원으로 중국에도 3개월간 다녀오셨는데 요즘 근황은 어떻습니까?

 

“인연과 연고가 단절된 곳에서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보고 또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성찰의 시간을 갖고 싶어 중국에 다녀왔습니다.

 

남의 탓보다는 모든 것이 제가 부족해 빚어진 결과라는 깨달음과 충전의 시간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역사와 우리 국민들의 삶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칠 중국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요즘은 내년 총선과 관련해서 제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남은 정치인생이 제 삶의 영역이지만 제가 원하는 길이 아니라 역사와 국민이 원하는 길을 찾아 뚜벅뚜벅 나아 갈 것입니다.”

 

-지난 해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략공천에 반발해 탈당도 하고 국회의원직도 사퇴했습니다. 광주시민들이 많이 안타까워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당시 선택에 후회는 없습니까?

 

“개인적 이익을 위해 편한 길을 선택한 것이 아니고 가치 있는 힘든 길을 선택했기 때문에 제 결정에 스스로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탈당하고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이 정치인에게 얼마나 험난한 길인지 저도 잘 압니다.

 

그러나 그 길만이 민주시민들의 자존심과 광주정신을 지키는 정의로운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주변에서는 ‘이용섭 망했다’고 안타까워하는 분들도 많지만 얻은 것도 적지 않습니다.

 

현직에 있을 때는 그냥 지나쳤던  것들을 낮은 곳에서 보고 듣고 깨닫고 있습니다. 정치는 변화무쌍하고 비정한 것이라는 값진 교훈도 얻었습니다. 인간만사 새옹지마이고 역풍이 거셀수록 연은 더 높이 나는 것처럼 전화위복이 되도록 할 것입니다.” 

 

-조세분야에서의 경력이 매우 화려합니다. 청장도 2번하고 장관도 2번하고 국회의원도 2번 하셨어요. 특히 세금경력은 더욱 이채로운데 이렇게 다양한 주요 직책을 가진 분이 없는 것으로 압니다.

 

“세금은 제 삶의 일부라고 할 정도로 저는 세금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 왔습니다. 정부에서 조세정책을 총괄하는 세제실장, 세금불복업무를 처리하는 국세심판원장, 관세청장, 국세청장까지 하자 어느 언론에서 ‘세금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고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이후 지방세업무를 총괄하는 행정자치부장관까지 했으니 저 같은 경력은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축복을 받은 것이지요. 저는 공직자가 국민을 위해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국회의원이 돼서도 세법을 담당하는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활동했으니 세금에 관한 중요보직은 모두 거쳤습니다.”

 

-이 前 의원의 공직전환기는 국세청장으로의 전격적인 발탁으로 보는 견해가 많습니다. 노무현 정부 출범과 함께 제 14대 국세청장에 기용됐는데, 이 전 의원 스스로가 생각하는 발탁의 주요 배경을 말하자면?

 

“제가 국세청장이 된 것을 보면 노무현대통령의 인사철학과 정부혁신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과거 국세청장자리는 대통령과 운명을 같이하거나 비밀을 공유할 수 있는 측근들을 임명하는 것이 관행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노무현대통령을 전에 한번도 뵌 적이 없었고 문재인, 안희정, 이광재 등 당시 대통령 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을 한분도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예상하지도 못했고 원한 자리도 아니었습니다.

 

당시 저는 국민의 정부에서 관세청장을 하고 있었는데 TV자막보고 제가 국세청장으로 내정된 것을 알았습니다. 구체적인 발탁배경은 알 수 없었고 당시 청와대는 세금에 대한 전문성과 관세청장 시절 보여준 개혁성을 발탁이유로 발표했습니다.

 

측근 인사를 배제하고 적재적소 인사를 중시한 노대통령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후 국세청장시절의 개혁성을 인정받아 초대 청와대 혁신관리수석비서관으로 발탁되어 대한민국 혁신을 주도했습니다. 제 삶을 혁신적 관점에서 재설계할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2년여의 국세청장 재직기간 동안 조직의 혁신을 주도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다만, 퇴임 후 연거푸 2명의 후임 청장이 사법처리됨에 따라 혁신의 내재화를 이끌어 내기에는 부족했다는 아쉬운 평가 또한 있습니다. 주된 요인은 무엇이라 보십니까?

 

“노무현대통령이 아무런 연고도 없던 저를 청장으로 임명한 것은 권력기관으로 인식되던 국세청을 국민의 봉사기관으로 철저히 혁신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취임하자마자 국세행정의 패러다임과 시스템을 바꾸는 강도 높은 혁신을 착수하여 2년동안에 많은 변화를 창출했고 정부혁신 평가에서 2년 연속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되었습니다.

 

다만 혁신의 성과가 조직문화로서 내재화되려면 강도 높은 혁신이 상당기간 지속되어야 하는데 제가 떠나고 나서 후임청장들이 사법처리되어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나 콩나물에 물을 주면 다새는 것 같지만 콩나물은 그 물을 먹고 자라는 것처럼 그때의 혁신이 ‘깨끗한 국세청, 공정한 국세청’을 만드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자부합니다.”

 

-국가 양대 세수입기관인 국세청과 관세청이 수장을 역임한 흔치 않은 공직기록을 가지고 있는데, 양 기관의 조직문화에 대해서도 같은 것 같지만, 다르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실제 공직 재직과정 중 지켜 본 국세청과 관세청의 조직문화를 평가하신다면?

 

“두 기관 모두 직원들 자질이 뛰어나고 사명감이 강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과거의 국세청은 관세청에 비해 배타적이고 인연을 중시하는 연고주의 문화가 비교적 강했습니다. 청장이 리더십을 발휘하면 강한 응집력을 바탕으로 놀라운 성과를 내는 긍정적 효과도 크지만 때로는 연고문화가 오히려 비리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국세청장은 대체로 내부승진이 많았고 관세청장은 기획재정부 1급들이 승진해서 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2002년에 제가 재정경제부 세제실장에서 관세청장으로 옮겼을 때 관세청 내부 반발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나 국세청은 조금 달랐습니다. 보수성이 강한 조직에 15년만에 외부출신 청장이 취임하고 전면적인 혁신을 추진하자 일부 기득권층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이것은 업무성격에서 비롯되는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의 관세청은 세입징수기관으로서 역할보다는 마약 총기류 반입 차단과 위조상품이나 원산지 위반 단속 등 다양한 국경관리 기능이 중시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총 국세수입에서 관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4% 수준에 불과합니다.”

 

국세청·관세청 직원자질 뛰어나고 사명감 높아
국세청 배타적·연고주의 문화가 비리가능성 높여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발표된 세제개편(부동산세와 원천근로소득세의 공제방식 변경 등등)이 납세자들로부터 거센 저항을 불러온 사례가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이 때문에 세제실의 위상과 조직원들의 사기 또한 상당히 가라앉아 있는데, 주된 이유와 이를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라 보십니까?

 

“박근혜정부는 그동안 세금문제로 국민들을 너무 힘들게 했습니다. 이처럼 조세정책이 계속 문제를 야기하는 것은 세금을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세제실에 근무할 때는 조세정책에 대해 청와대에서 거의 관여를 안했습니다. 기획재정부 세제실이 세제개편안을 마련해서 국무회의 올리기 직전에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보고하는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요즘에는 청와대나 정치권이 세제개편에 깊숙이 관여하다보니 조세논리보다 정치논리가 우선시되어 배가 산으로 올라가고 조세저항을 가져오는 것 같습니다.  

 

해결책은 조세전문가에게 조세정책을 맡겨야 합니다. 조세정책이 정치권에 휘말려 인기위주로 흐르다보면 지금처럼 조세의 재정수입조달기능이 떨어져 세금이 매년 부족하여 재정적자가 심화되고 재정건전성이 크게 훼손됩니다.

 

또한 조세의 소득재분배기능이 OECD국가중 최하위로 떨어져 날로 심화되는 사회양극화 해소에 거의 기여를 못하고 있습니다. 세금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얼마전 IMF에서 ‘소득불균형의 원인 및 결과’보고서를 통해 경제의 낙수효과에 대해 사실상의 사망선고를 했습니다. 이 전 의원께선 과거 의정활동을 통해 낙수효과에 대한 무용론과 함께 이를 대체한 분수효과를 주장해 왔는데, 다시금 현 경제상황에 대한 진단과 함께 한국경제의 해법을 제시한다면

 

“부자와 대기업에 대한 소득이 늘면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에 의해 중소기업과 중산서민도 잘 살게 된다는 신자유주의는 질 좋은 성장을 저해하고 사회양극화만 심화시키는 실패한 정책임이 세계적으로 입증되었습니다.

 

2008년 9월 세계금융위기를 계기로 선진국들은 신자유주의(자본주의 3.0)를 버리고 중산서민의 소득을 늘리고 중소기업을 육성해서 경제를 살리는 분수효과(fountain effect)에 기반한 포용적 자본주의(자본주의 4.0)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한국만 거의 유일하게 지금도 성장률 수치만을 중시하는 낙수경제를 고집하고 있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한국은 경제규모면에서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위중한 3대 중병과 양대 위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3대 중병은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고 양극화의 덫에 걸려 있고 국민의 행복지수는 날로 추락하고 있습니다. 양대 위기는 우리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위기와 한국경제의 생명줄인 재정건전성을 위협하는 재정위기입니다.

 

한국이 3대 중병과 양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국경제의 틀과 체질을 바꾸는 대대적인 구조개혁을 단행해야 합니다. 그러나 정부는 수출대기업 중심의 물적 성장과 금융과 부동산 규제 완화, 기준금리 인하 등 돈 풀어서 경제살리겠다는 단기부양책만 남발하고 있어 경제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경제철학을 성장률 수치중심에서 사람중심의 행복경제로 틀을 바꿔가야 합니다. 물질을 버리자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물질로 다시 자리매김하자는 것입니다.

 

가계부채와 국가부채를 늘려 경기를 살리려는 ‘부채주도성장’에서 벗어나 질 좋은 일자리와 가계소득을 늘려 성장을 견인하는 ‘소득주도성장’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경제민주화와 적정복지를 통해 서민과 부자,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상생하고 동반성장하는 경제생태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모방경제에서 벗어나 창조경제, 혁신경제로 구조를 바꿔가야 합니다. 해외경제 상황에 과도하게 영향을 받는 천수답경제에서 벗어나 중소기업과 서비스업 등 내수산업을 육성하여 전천후경제로 전환해야 합니다.”

 

법인세 논쟁 先실효세율인상 後명목세율 검토필요
근로소득자 면세비율 증가…정부 조세정책 명백한 실패

 

-MB정부 이전 25%에 달하는 법인세 최고세율이 현재 22%로 인하됐으며, 이는 건전재정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법인세율에 대한 여·야의 상반된 입장차이로 인해 논쟁만이 지속되고 있는데, 바람직한 법인세율은 제시한다면?

 

“이명박 정부에서 경제 살린다고 법인세율을 크게 인하한 것은 분명 잘못된 결정입니다. 경기는 살아나지 않고 최근 2년 연속 법인세수입이 감소했습니다. 국세수입은 4년 연속 예산보다 덜 걷혀 재정건전성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법인세율 인하가 매우 잘못된 결정이었음에도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재 22%에서 25%로 다시 올리게 되면 세금의 속성상 조세마찰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또한 OECD 평균 세율 23%보다 높아져 투자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고 국제적인 법인세율 인하 추세와 궤를 달리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먼저 명목세율을 올리지 않으면서 법인세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 여야가 수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입니다. 저는 해법으로 실제로 세금을 내는 비율인 실효세율인상을 먼저 추진하고, 그래도 세금이 부족할 경우에는 추가로 명목세율 인상을 검토하는 ‘선(先)실효세율인상 후(後)명목세율 검토’방안을 제안합니다.

 

우리나라 명목 최고세율은 22%인데도 조세감면을 많이 받는 상위 10대기업들의 실효세율은 2012년 기준 10.7%에 불과했습니다. 실효세율을 3%P 올리면 명목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는 것과 같은 세수 증대 효과가 있으면서 조세공평성도 제고할 수 있습니다.

 

실효세율을 올리는 방안으로는 우선 현재 3단계로 되어있는 세율구간을 국제적 추세에 따라 2단계로 축소하면서 높은 세율 22%가 적용되는 과세표준구간을 현재 ‘200억원 초과’분에서 ‘2억원 초과분’으로 환원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지하경제를 줄이고 비과세 감면을 대폭 축소해야 합니다. 셋째는 최저한세율을 적정화하고 모든 비과세 감면에 대해 예외 없이 최저한세를 적용하는 것입니다.”

 

-법인세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조세부담률은 17.8%로 OECD 평균 조세부담률인 25%에 비해 크게 낮은 실정입니다. 그럼에도 일반 납세자가 느끼는 조세부담은 과거에 비해 오히려 높다는 지적으로, 이같은 간극의 발생요인과 해결방안을 찾는다면?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의 감세정책으로 조세부담률이 2007년 19.6%에서 2014년 17.8%로 떨어졌습니다. 2008년부터 금년까지 8년 연속 재정이 적자이고 이 기간 동안에 적자규모가 196조원에 이릅니다. 국가부채도 280조나 늘었습니다. 우리나라 국가부채 580조원의 절반가량이 이 기간동안에 늘어난 것입니다. 이렇게 계속가면 재정위기를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국민들의 조세부담이 총 규모로는 떨어지고 있는데도 납세자가 느끼는 세금부담은 과거에 비해 오히려 무겁게 느끼는 것은 조세부담이 불공하기 때문입니다. 고소득자나 대기업에 대한 감세로 인해 부족한 세금을 근로소득세, 담뱃세, 자동차세와 같은 서민증세를 통해 메꾸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은 ‘가난한 것보다 공평하지 못한 것에 더 분노한다’(不患貧 患不均)는 점을 정부가 명심했으면 합니다.”

 

-정부가 7.2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법안심사소위원회에 보고한 내용에 의하면 2013년에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이 32.4%였으나 지난해에는 48.2%까지 증가했습니다. 이는 국민개세주의 입장에서 보면 문제가 있는데 왜 면세자가 확대되었는지?

 

“전체 근로자 1천619만명 중  약 48%에 해당하는 777만명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아 근로소득세 과세 제도가 심각하게 왜곡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한마디로 정부의 조세정책 실패 때문입니다

 

국민들께서 기억하시겠습다만 2013년 세법개정은 말도 많았고 우여곡절이 참 많았습니다. 정부가 2013년 소득세법 개정시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고 근로소득세액공제를 확대하면서 면세자 비율이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5천500만원 이하 근로소득자의 세부담이 감소한다는 정부 당초 발표와는 달리 일부에서 세금부담이 증가하면서 여론이 악화되자 정부가 부랴부랴 후속보완조치라면서 금년에 세법을 다시 고쳐 이것을 작년까지 소급적용하다보니 면세자가 증가한 것입니다.

 

이유야 어찌됐든 소득세를 내지 않는 근로자가 전체의 절반가까이 된다는 것은 국민개세주의나 과세기반 확대 측면에서 매우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OECD 국가들의 면세자비율이 20% 내외인 점을 감안할 때 우리는 과도하게 높은 수준입니다.

 

표심을 지나치게 의식하다보면 정책의 일관성이 무너지고 조세제도가 왜곡됩니다. 정부는 한편에서 부자감세를 철회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국민들이 적은 세금이라도 십시일반으로 낼 수 있도록 면세자 축소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 정부가 노동개혁을 추진한다고 하는데 조언한다면?

 

“경제사회패러다임이 변화함에 따라 지속가능한 발전과 고용친화적노동시장을 만들기 위해 노동개혁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정부에 대한 불신 때문에 걱정이 앞서는 것입니다. 정부가 성장이나 경쟁력 논리에만 매몰되어 사회양극화해소나 노동자들의 행복지수는 중시하지 않고 해고요건 완화 등 노동유연성만 강조할까 우려스럽습니다.

 

노동유연성은 서구 선진국들처럼 일자리를 잃더라도 기본소득이 보장되는 튼튼한 사회안전망과 다시 일자리로 쉽게 돌아갈 수 있는 적극적인 고용지원서비스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황금금삼각형모델’ 의 틀 속에서 검토되어야 합니다.”

 

-끝으로 한국세정신문이 올해로 창간 50주년을 맞습니다. 본지 창간기념과 관련해 세정가 및 독자에게 하고싶은 말씀은?

 

“한국세정신문은 지난 반세기동안 조세제도의 선진화, 세무행정의 투명화, 국민의 납세의식제고에 크게 기여해 왔습니다. 평생 이 분야에서 일해온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정책의 생명은 신뢰입니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한국세정신문이 역사의식과 사명감을 갖고 조세당국과 납세자간에 가교역할을 지금까지처럼 충실히 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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