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종도서로 선정된 ‘강따라 길따라’의 저자 김명돌 세무사의 신작 에세이 ‘해파랑길 이야기<북랩 刊,사진>’가 최근 발간됐다.
길 위의 사색가로 널리 알려진 김 세무사는 지난 2007년 벽두새벽, 용인에서 자신이 나고 자라온 안동을 향해 8박9일 동안 261km의 도보여행(청산가는길)을 시작으로, 2010년 2월 마라도에서 통일전망대까지 790km에 달하는 국토종주(나비야 청산가자)에 나섰다.
이어 지리산에서 진부령까지 690km의 백두대간 종주에 이어, 997km의 4대강 자전거 국토종주(강따라 길따라)까지 갈무리했으며, 매번 종주가 끝난 직후엔 한 편씩의 자전적 에세이를 펼쳐 놓았다.
김 세무사가 이번에 찾은 해파랑길은 동해의 남쪽 끝 부산 오륙도해맞이공원에서 북쪽 끝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총 50구간 770km의 걷기 길이다.
저자는 “짬뽕을 먹으면 자장면이 그리워진다고 하던가. 한겨울의 국토종주 도보여행이 한여름의 해파랑길 도보여행을 그리워하게 해서 이루어졌다”고 2010년 겨울 마라도에서 시작했던 국토종주 4년여만에 다시금 여름 도보에 나선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해랑 파도랑 함께 걷는 길이라는 뜻의 해파랑 길을 종주한 김 세무사는 그간 펼쳐낸 책자에서도 그렇듯 해파랑길에 대한 설명은 최대한 절제하고, 폭염의 길 위에서 맞닥뜨린 내 안의 나와 나눈 진솔한 대화를 주로 하고 있다.
그럼에도 해파랑길 총 50개 구간에 자리한 역사와 전설을 소개하며, 자신만의 감성으로 다시금 소제목을 엮어낸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깊은 자기성찰은 길 위를 걷는 나그네라면 반드시 지녀야 할 덕목이다.
다시금 457쪽에 달하는 에세이로 돌아가, 폭염이 쏟아지는 길 위에서 김 세무사는 무엇을 보았을까?
‘깨달음의 파도가 밀려오는 그 길에는 햇빛과 별빛을 조명으로 푸른 물결이 춤을 춘다. 그러면 나그네도 어울려 온몸으로 춤을 춘다. 해파랑길의 춤은 환희의 춤이요 고독의 춤이다. 침묵의 춤이요 영원의 춤이다. 끝없이 펼쳐진 하늘길, 바닷길, 해안길을 따라 덩실덩실 춤을 추며 걷는 길이다.’
시속 6m의 달팽이가 된 김 세무사는 해파랑길 종주의 끄트머리인 제 48구간에서 반암해변을 맞닥뜨리며 2010년 국토종주에서 느꼈던 설렘을 다시금 끄집어 낸다.
“각기 다른 길로 왔지만 최후에 만나는 길은 결국 하나가 되었다.”고 여름 노정을 갈무리한 김 세무사는 고성의 통일전망대에서 “해파랑길에서 한 판 잘 놀았는데 다음은 어디로 가지?”라며 인생 노정을 자신에게, 혹은 독자에게 묻는다.
한편, 770km의 해파랑길을 걸으며 1km완주시마다 용인시민장학회에서 기금을 전달한 김 세무사는 이번 ‘해파랑길 이야기’의 인세 전액을 다시금 장학회에 전달할 계획임을 밝혔다.
자기성찰이 깊어지면, 내 이웃에게로 인생화두가 전이됨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