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Matthew)의 후예들 (3)
- ‘나눔과 섬김’ 첫발 내딛다- '소망의 집 7년간 매달 봉사’
필자가 서울청 납세지원국장으로서 1년 가까이를 보낼 즈음, 우여곡절 끝에 10여명의 직원들과 함께 선한 이웃이 되기 위한 귀한 모임을 만들어 문을 열게 됐다.
그리고 우리가 가야 할 궁극적인 목표는 마태 선배와 같이 우리들도 변화되어 정말 어려운 이웃들을 돌보고 섬겨 보자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이 귀한 뜻이 잘 되기 위해서는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했다.
그래서 필자가 일방적으로 이끌어 가기 보다는 모임에 참석하는 모든 식구들 스스로가 앞장서서 일해 보도록 하고 나는 그들의 앞에서 방향만을 틀어주는 선장(?) 역할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 모임을 지속적으로 오래 가기 위해서는 아내들의 조력이 필요했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각자의 부부관계를 회복하는 일이었다. 서로가 갈등하는 상태에서는 진전이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매주 모임 때는 남편과 아내로서 그동안 섭섭했던 점과 서로 갈등했던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아 보자고 했다.
그러면서 아내와 내가 먼저 시범적으로 쏟아내 보았다. 아내가 필자와 수십년을 함께 살아오면서 그동안의 괴로웠던 점과 섭섭했던 이야기들을 가감 없이 털어 놓았더니 모두들 깜짝 놀라는 눈치였다.
그 때 그들은 한결같이 우리 부부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어려움과 아픔들이 더 많았구나 하고 모두들 의아해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필자 자신도 퍽이나 당황했다.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흘러간 옛날 이야기를 듣고 나니 대부분 기억도 안 났지만 설령 기억이 나는 사건이라 하더라도 그 때는 아무런 부담 없이 한 행동이었는데도 아내가 그렇게 심하게 상처를 받았다니….
지금 생각해 보니 아마도 아내와 나는 서로의 생각과 느낌이 달라서 일어난 오해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 때 필자는 몇년동안 부부학교에서 배운 대로 “그 때 당신이 그런 생각을 했었구나”라고 단순히 아내의 마음 상태를 읽고 이야기해 주었더니 아내가 눈 녹듯이 금방 회복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면서 다른 부부들도 서로의 느낌에 대한 오해가 풀어지도록 ‘화해의 장터’가 되게끔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해주었다.
참석 횟수가 점점 늘어감에 따라 그들이 한주동안 겪었던 갈등들을 털어내 보라고 하면서 대화의 멍석을 깔아 줬더니 그들이 변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렇게 그들 부부관계에서 응어리진 상처들이 치유되다 보니 그들 부부가 함께 고민하고 있던 자녀 문제까지도 술술 잘 풀려가는 것이다. 그러는 과정에서 그들 모두는 얼마나 필자 부부에게 고마워 하는지…. 마치 큰 진리를 깨닫는 그런 기분들이었다.
특히 아내들의 표정부터 달라졌다. 이렇게 이 마태모임을 통해 부부들이 변해가는 모습들을 지켜보면서 필자는 우리가 목표로 하는 어려운 이웃을 위한 나눔과 섬김의 사역들이 잘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매우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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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 조용근 이사장이 마태목장 회원들과 함께 소망의 집에서 이발 봉사를 하고 있다. |
그 때 마침 필자는 우연히 서울시내에서 가장 환경이 열악한 어떤 정신지체박약아 수용시설에 대한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그 곳은 송파구청으로부터 정식 인가도 받지 못한 채 24시간 기저귀를 착용하고 있는 정신지체박약아 등 30여명의 특수 장애인들을 수용하고 있는 ‘소망의 집’(원장‧박현숙)이었다.
드디어 우리 모임에서는 서울시 송파구에 있는 이곳을 찾아가서 매월 첫째주 일요일 오후 내내 이들에게 이발과 또 쉽지 않은 목욕을 비롯해서 간식 챙겨주기 그리고 빨래와 청소 등을 정기적으로 해 주기로 했다.
무엇보다 다행스러운 것은 모임 멤버 중 한 사람의 아내가 솜씨 있는 미용사로 있어 이들 장애아동들 모두에게 그야말로 훌륭한(?) 이발을 해 줬다.
또 우리 모임에서 정성껏 마련한 기저귀를 비롯해서 생활용품들을 마련해 주는 등 진심으로 이들을 보살펴 주게 되다 보니 어느덧 그들과 정이 들었다.
어떤 때는 이들과 함께 밝고 맑은 영혼의 노래도 불러 주었더니 말 못하는 이들의 눈에서 본능적으로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우리 모두는 큰 충격을 받았다.
자랑 같지만 이런 일들을 7년동안 한달도 빠짐없이 매달 10여명의 세금쟁이들과 아내들이 헌신된 마음으로 섬겨 주었더니 도움을 받은 시설에서는 너무 좋아하는 것이었다.
특히 박현숙 원장께서는 이제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다녀갔지만 우리 모임 식구들같이 수년동안을 한결같이 진심을 다해 섬겨준 단체나 후원자들은 없었다며 뜨겁게 칭찬해 주었다.
그때 우리 모두는 역시 세금쟁이들은 다르구나 하는 자긍심도 가지게 됐다. 그리고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나눔과 섬김의 지경을 넓혀 보기로 했다.
<계속> -매주 水·金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