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도피생활'을 해온 장진호 전 진로그룹 회장(63)의 사망을 15일 검찰이 공식 확인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부장검사 조종태)는 장 전 회장에 대해 배임 등 4개의 형사고발 사건에 대해 '공소권 없음' 처분했다. 장 전 회장은 지난 4월 초 중국에서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가족관계증명서에 관련 기록이 없어 공식 확인되지는 않았다.
타국에서 쓸쓸이 죽음을 맞은 그의 인생역정이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장 전 회장은 향년 63세에 불과하다. 슬하에는 1남1녀가 있다.
그는 1952년 태어나 서울고와 고려대를 나온 뒤 1979년 진로그룹에 입사했다. 1985년 아버지인 장학엽 전 회장이 사망한 뒤 1988년 진로그룹 회장으로 취임했고 진로종합유통, 진로쿠어스맥주 등을 잇달아 설립하며 사세를 확장시켰다.
진로그룹은 소주(참이슬)와 맥주(카스)를 쌍두마차로 국내 주류 시장을 휘어잡았으며 신용금고, 운송, 유통, 건설 등에도 진출해 계열사를 30여개로 늘리는 등 재벌그룹으로의 면모를 갖췄다. 1996년 재계 24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문어발식 확장 탓으로 1997년 외환위기를 버텨내지 못했고, 계열사들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끝에 개별 매각되면서 공중분해 됐다.
1999년 12월 카스 맥주를 생산하는 진로쿠어스맥주가 OB맥주에 매각됐고, 위스키 사업부문인 진로발렌타인은 영국에 양도했다. 주력사인 진로는 2003년 1월 거래소 상장이 폐지됐고 2003년 5월 회사정리절차 개시 결정에 이어 2004년 4월 회사정리계획안 인가를 받았다.
이후 2005년 4월 매각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하이트맥주 컨소시엄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후 같은 해 10월 본 계약을 체결하면서 하이트맥주 기업집단에 편입됐다.
당시 장 전 회장은 이사회 승인 없이 계열사에 6000억원대의 자금을 부당지원하고 분식회계를 통해 금융기관에서 5500여억원의 사기대출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횡령 등)로 2003년 1심에서 징역 5년6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2004년 10월 열린 항소심 선고에서 장 전 회장은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1년1개월 만에 풀려나게 됐다. 하지만 집행유예 기간인 2005년 캄보디아로 도피한 장 회장은 2010년 중국으로 거처를 옮겼다. 캄보디아에선 은행업, 중국에선 게임업체 투자 등을 하면서 재기를 노렸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