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절도 사건을 수사 중이던 한 경찰관이 출근길 잠시 스쳐 지나간 범인을 놓치지 않고 붙잡았다.
28일 경찰에 따르면 서초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 김흥남 경위는 지난 22일 아침 경찰서로 출근하기 위해 지하철 7호선 고속버스터미널역에 들어섰다.
여느 때와 같이 역사 안은 수 많은 사람들로 붐볐고, 김 경위는 이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지하철을 타기 위해 걸음을 재촉했다.
그 때였다. 김 경위의 눈에 낯익은 한 남성이 들어왔다. 이 남성은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김 경위를 스쳐 지나갔다. 수 많은 사건을 경험한 베테랑 형사의 촉을 그냥 넘길 순 없었다.
김 경위는 이 남성을 시선에서 놓치지 않고 누구인지 떠올리기 위해 애썼다. 상체를 앞으로 기울인 채 걷는 걸음, 등 뒤로 짊어진 가방을 확인하는 순간 이 남성이 최근 자신이 맡은 휴대전화 절도 사건의 용의자 A(67)씨라는 확신이 들었다.
사건접수 후 범인의 인상착의 등을 파악하기 위해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을 수 없이 돌려봤기에 인상착의 등이 또렷했다.
김 경위는 곧장 A씨를 쫓기 시작했고 이내 그를 불러 세웠다. 김 경위는 신분을 밝히고 정중하게 협조를 구한 뒤 A씨가 매고 있는 가방을 검색했다. 아니나 다를까 가방 속에서는 도난신고된 휴대전화가 나왔다. 이를 토대로 A씨를 추궁한 끝에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김 경위는 지난 25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A씨가 사업이 기울어 떠돌이 생활을 하다 생활비가 필요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하더라"며 "사정이 딱하지만 죄를 지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CCTV를 수차례 확인해 용의자의 체형과 인상착의를 인지하고 있었고 경찰이라면 누구라도 했을 당연한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A씨를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