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洛善 초대 국세청장 “朴대통령 용병술이 나라 살렸다”
1965년 11월 ‘한국세정신문’ 탄생은 역사적 사건이요, 시대적 소명이었습니다.
1962년 박정희 대통령은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 강력한 경제개발 드라이브를 펼쳤으나 늘 재원 부족이 개발계획 추진을 가로막곤 했습니다. 급기야 박정희 대통령은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듭니다. 바로 ‘국세청’을 창설한 것입니다. 1965년 3월 3일을 기해 출범한 국세청은 그동안 국가발전의 원동력인 재원조달 소명을 성실히 수행했습니다.
한국세정신문은 국세청 발족 만 4개월 전인 1965년 11월 1일 창간됐습니다. ‘공평세정의 구현’ ‘성실한 납세풍토 조성’ ‘경제균형의 실현’을 사시(社是)로 내건 한국세정신문은 ‘정책 검증’과 ‘건전한 비판’, ‘대안 제시’라는 조세언론 본연의 기능을 다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사계에서는 50 성상(星霜)이 흘렀음에도 국세청보다 한발 앞서 출범하면서 세정신문이 제시한 사시는 지금도 조세정책 운영의 지침서인 동시에 민주경제의 이상(理想)이 돼 있다고들 말합니다.
한국세정신문의 역사는 근대 한국세정사이고, 산 증인이며, 생동하는 지침(指針)입니다.
국세행정의 작은 숨결하나에서부터 넓은 바다, 큰 준령같은 국세행정의 혼맥속에 세정신문의 혼은 정금(正金)처럼 고결했고, 앞으로도 영원히 빛날 것입니다.
국세행정은 국세청장이 누구냐에 따라 걸출한 발전을, 때로는 뼈아픈 실책을 범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한국세정신문은 창간 50주년을 맞아 연중기획으로 지난 50년동안 세정현장에서 채득한 역대 국세청장 사진자료 등을 중심으로 역사의 세정현장을 되돌아 보고자 합니다. 그 속에 미래 50년의 과제와 해법, 비전이 함축돼 있을 것입니다.
매주 월요일자에 게재됩니다.
<편집자 주>
박정희 대통령은 1965년 9월 이낙선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을 ‘조세행정특별조사반장’에 임명했다. 그리고 정부 각 기관은 이낙선 조사반장에게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지침서를 내각에 내려 보냈다.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권한을 이낙선 조사반장에게 부여하면서 오로지 ‘세수확보’에 전력을 쏟으라고 명한 것이다.
이낙선 반장은 대통령의 ‘엄명’을 성실히 수행했고, 능력을 인정한 박정희 대통령은 세무조사반장 임명 다음해인 1966년 3월 국세청을 창설함과 동시에 청와대 비서관이던 그를 초대 국세청장에 임명했다.
박 대통령이 내린 이 신임장에는 ‘모든 행정 및 수사기관은 물론 어떠한 국가 또는 국가공공단체장도 본 조사반의 업무상 발하는 명령 또는 협조 요청에 응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이낙선 국세청장은 오로지 ‘세수 확보’에 신명을 바쳤다. 그리고 누구도 자신하지 못했던 ‘세수 700억원 달성’을 해 낸 혁혁한 전과(戰果)로 박정희 대통령을 감동시켰다. 이 청장이 산업구조가 영세성을 면치 못하던 때에 ‘주군’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던 것은 이 청장 뒤에 버티고 있는 막강한 힘이 그 원천이었다.
그 ‘힘’의 발원지는 두말할 나위없이 박정희 대통령이었다. 박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낙선 청장에게 힘을 실어 줬다. 박 대통령은 1966년 4월 청와대에서 열린 관계부처회의에서 감사원, 내무부, 재무부, 법무부 등으로 흩어져 있던 세무사찰권을 국세청으로 일원화하라고 지시했다. 그 뿐인가. 6월 어느날 느닷없이 자전거 200대를 국세청에 하사한 박 대통령은 7월5일 서울시민회관(지금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전국세무공무원대회에 직접 참석한다. 이로써 국세청 위상은 절정에 달했고, 국세청의 힘은 누구도 당할 자가 없었던 것은 당연지사.
국세청의 그 막강한 힘은 가난한 나라의 재정조달 동력(動力)으로 오롯이 활용됐다.
1985년 가을 한국세정신문 창간 20주년 기념 특집 인터뷰를 위해 서울 평창동 자택을 찾은 기자에게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은 이렇게 말했다.
“박 대통령의 용병술이 나라를 일으켜 세운 겁니다. 보잘 것 없는 나에게 과분한 힘을 실어 주셨고, 나는 항상 그 의미를 잊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흔히들 큰 일을 할때 성공의 속설로 ‘연때(대)가 잘 맞아야 한다’는 말을 한다. 박정희-이낙선은 국가재정 조달에 관한 한 참으로 연대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환상 콤비’였다.
‘납세자의 날’ 기념식장에 대통령은 고사하고 총리도 얼굴 한번 안 내미는 요즘 세태는 ‘배부른 자의 자만’일까, 아니면 ‘용병술의 부재’인가. 한번쯤 숙고해 볼 일이다.
<서채규 주간>seo@tax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