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세계관세기구(WCO) 핵심 국장직위인 관세무역국장에 첫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국인 최초로 WCO 국장급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이는 이명구<46세·사진> 관세청 FTA 집행기획관(이하 국장)으로, 오는 6월 13일 벨기엘 브뤼셀에서 열리는 WCO 국장선거를 앞두고 글로벌 표밭 다지기에 열중하고 있다.
이 국장이 도전하는 WCO 관세무역국장은 전 세계 179개 회원국의 품목분류와 관세평가 및 원산지기준 분야를 총괄하는 자리다.
수입물품의 관세율과 과세가격을 결정하는 품목분류와 관세평가는 각 국 관세청간의 첨예한 이해가 엇갈리는 분야이며, FTA 체제로 재편된 세계무역환경에서 원산지기준 또한 자국 수출기업의 생사를 가를 수 있는 핵심분야다.
관세무역국장의 업무 가운데 하나인 품목분류의 중요성은 아래의 사례로 실감할 수 있다.
지난 3월경 WCO 품목분류위원회에서 국내 S 전자가 만든 스마트워치를 두고 ‘시계로 분류할지? 무선통신기기로 분류할지?’에 대한 투표가 벌어졌다.
스마트워치를 시계로 볼 경우 수입하는 나라는 평균 4~8%의 관세를 징수할 수 있으며 이는 S 전자의 국제경쟁력이 뒤쳐짐을 의미한다.
반면, 무선통신기기로 분류될 경우 무관세를 적용받게 되며, 실제 투표에서도 무선통신기기로 분류됨에 따라 연간 1천억원을 절감하게 되는 등 한국産 IT물품의 경쟁력이 확보됐다.
스마트워치 사례처럼 우리 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과 직결되는 영역을 관장하는 WCO 관세무역국장 직위에 한국인 최초로 도전장을 던진 이 국장은 관세청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정통 세관맨이다.
이 국장은 특히, 과장급 재직 당시 4년간 WCO에서 파견근무 과정에서 관세무역국장의 중요성을 그 누구보다 유심히 지켜봤으며, 갈수록 첨예해지는 무역환경에서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직접 호랑이 굴로 들어가는 도전을 감행했다.
중국 등 외교 강국과 치열하게 경합 중
오는 6월 선거 당선시 한국기업 수출경쟁력 획기적 전기 마련
WCO 관세무역국장 선거는 오는 6월 1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된다.
특히 이번 선거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WCO 3개 국장선거가 동시에 열리기 때문으로, 지난 3월 마감된 후보자등록결과 한국과 중국, 덴마크 등 3국이 입후보했다.
관세외교통에 따르면, 아시아계에서 2명의 후보가 출마한데 비해 서구권에서 1명의 후보만이 입후보하는 등 현재까지의 선거구도는 결코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단일국가 최대의 구매력을 앞세운 경제력과 팍스차이나를 꿈꾸는 외교력을 등에 업은 중국과의 경쟁은 만만치 않은 상황으로, 중국의 경우 지난 2010년 조사통관국장을 배출한 바 있어 치열한 접점을 예고하고 있다.
다행이도 한국은 세계 각국으로부터 선진관세행정을 구현한 국가로 인정받고 있는 등 관세분야에선 이미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으며, 이를 발판으로 아프리카와 중남미 등 개도국을 대상으로 선진관세행정을 아낌없이 전수하고 있다.
이명구 국장 또한 그간 관세청이 개최한 초청세미나에 참가했던 세계 곳곳의 관세행정 고위직들이 친한파로 뿌리 내린 만큼 해 볼 만한 도전임을 자신하고 있으며, 외교부를 위시한 우리나라 전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의 필요성을 요청했다.
선거 당선시 한국기업이 만든 혁신적인 제품들이 수출시장에서 유리하게 품목분류를 받을 수 있는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만큼 정부차원이 아닌 전 국민 염원 또한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