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행정은 국민에게 있어 마치 공기(산소)와 같다. 생명 유지에 반드시 필요한 공기의 고마움을 새삼스러워 하지 않듯이 국민 건강과 사회 안전을 위한 관세국경의 중요성 또한 그러하다.”
남미 방문을 마치고 지난달 25일 귀국한 김낙회 관세청장은 최근 세정신문과 인터뷰에서 ‘관세청의 역할에 비해 국민들로부터 받는 위상이 동일하지 않다’는 견해에 대해 관세행정을 공기에 비유하며 “관세청은 서비스기관”이라는 점을 명쾌하게 정의 했다.
밀수입 감시, 불법·부정물품 국내 반입 저지, 세수입 기관이라는 관세청의 전통적인 업무는 여전하나, FTA 교역체제로 재편된 무역환경에서 수출기업의 FTA 활용률 제고는 물론, 외국세관의 분쟁발생시 국내기업의 도우미 등 갈수록 서비스기관화되는 관세청의 현 주소이기도 하다.
지난해 7월 취임 이후부터 세계 각 국과의 관세외교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는 김 관세청장은 “우리 기업이 세계 곳곳에서 안정적인 무역을 하기 위해서는 수출입 관문에서 우호적인 분위기가 필요하다”며 “국가간 통관 분쟁이 빈번한 지금, 외국세관에 친한파 고위직이 많을수록 우리 수출기업의 경쟁력 또한 한층 제고될 수 있다”고 관세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남미 방문에서 돌아와서도 올해 관세법 개정안을 위해 청장 집무실에서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며 열띤 토의를 이끌던 김 관세청장을 지난달 27일 만나, 이번 남미 방문 성과와 함께 최근 현안으로 부상한 면세점 사업자 선정계획 등을 들어 보았다.<편집자 주>
-이번 남미 방문에서 도미니카와 성실무역업체 상호인정약정(AEO MRA)을 체결했는데 기대효과는?
“이번 도미니카공화국과 AEO MRA 체결로 우리나라는 11개국과 AEO MRA를 체결한 세계 최다 체결국이 됐다.
수출입업체가 AEO 공인을 받게 되면 통관과정에서 검사 축소는 물론, 검사가 지정된 경우에도 일반화물에 비해 우선 검사 등 신속통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도미니카공화국은 약 15~30% 정도의 수입화물에 대해 검사를 실시하는 등 남미 국가 중에서도 통관장벽이 높은 나라이나, 이번 AEO MRA체결로 우리 AEO업체 수출물품에 대해서는 검사율이 큰폭으로 낮아질 전망으로, 특히 對도미니카 주력 수출물품인 자동차 및 차부품 수출업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페루 세관협력 MOU의 내용과 기대효과는?
“이번에 체결한 한·페루 세관협력 MOU의 주요 골자는 통관시스템 현대화, 페루세관직원 초청연수, 양국 세관상호지원협정 체결 추진, AEO MRA 체결 추진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특히 이번 한·페루 정상회담을 계기로 우리 전자통관시스템(UNI-PASS) 수출이 확실시됐으며 관세당국간 협력관계 제고로 對 페루 수출기업 지원이 강화되는 발판을 마련했다.
또한 페루 세관직원 초청연수를 실시해 우리나라의 선진 통관행정을 전수해 페루의 통관환경 개선에 기여함으로써 대한민국 관세청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할 수 있게 됐다.”
-관세청의 세수달성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세수목표 달성 전망은?
“올해 국가 세입예산은 총 221조1천억원으로, 이 중 관세청 소관 세입예산은 63조2천억원으로 약 28.6%를 차지한다. 그러나 최근 국내외 경기 회복 부진에 따른 원유 수입액 감소 등으로 우리청 세수목표 달성은 순조롭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탈세 우려가 높은 분야에 대한 관세조사 강화, 국세청 등 유관기관과의 과세정보 공유 확대, 지속적인 숨은 세원 발굴 등을 통해 세수목표 달성에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영세 중소기업·일자리 창출 기업에 대한 관세조사 면제 등 세심한 정책적 배려와 과세 前 3단계 납세자 권익보호 절차 등을 통해 과세품질 제고에도 노력해 나가겠다.”
-면세점시장이 한해 8조원대 시장으로 커졌으나, 대기업의 독점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면세점 시장에서의 대·중소기업의 상생 방안은?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꾸준한 증가에 따라 국내 면세시장은 지난 2001년 1조7천억원대에서 2014년 8조3천억원대로 커졌다.
이에 따라 국내 면세시장도 최근 3년 평균 15% 수준의 성장률을 보여 왔으나, 성장 과실을 대기업만 독점한다는 논란이 있어온 것도 사실이다.
정부는 면세산업의 대기업 독과점을 완화하기 위해 대기업에 대한 특허는 60% 미만으로 제한하고, 중소·중견기업에 특허를 확대하도록 지난 2013년에 관세법을 개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울산·경남·대전·대구·경기·충북·인천 등 7개 지역에 중소·중견기업 면세점이 특허를 받아 운영 중이다.
앞으로도 중소·중견기업이 고객 유치가 용이한 공항만 출국장 면세점에 진출하도록 지원하는 한편, 민·관 협의체를 통해 우수 중소·중견제품의 면세점 입점을 지원하고, 대기업 면세점의 해외 진출시 중소·중견제품이 동반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할 계획이다.”
-오는 6월1일까지 총 4개 시내면세점에 신규 면세점사업자 신청을 받고 있다. 기존 면세점 사업자를 비롯해 신규로 면세점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입찰의사를 밝히는 기업 등도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 최근 면세점 사업자 선정기준에 기업의 사회공헌과 상생활동을 배점에 추가했다.
“정부는 지난 2013년도에 면세점 특허기간을 기존 10년 이내에서 5년 이내로 제한하고, 기존 특허사업자에 대한 갱신제도를 폐지해 신규 사업자의 진입 기회를 확대·개방하기 위해 관련 법령을 개정한 바 있다.
관세법령의 특허심사 기준은 면세점 관리 및 경영 능력, 관광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 외에 기업의 사회공헌 실적과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활동을 평가요소로 반영하고 있다.
특히 이번 심사 배점에 사회공헌과 상생활동을 평가항목으로 반영한 것은 국가의 특허를 받아 운영되는 면세산업의 공공성을 감안해 기업 이윤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인 한·중 FTA 발효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중소기업의 FTA 활용률이 무엇보다 시급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2014년을 기준으로 대기업의 FTA 수출 활용률은 80.5%로 높은 편이나, 중소기업의 수출 활용률은 59%에 불과한 수준으로, 대기업에 비해 인력·자금·정보가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우 FTA 활용이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관세청은 현재 국내 중소기업의 FTA 수출 활용률을 최소 65%이상 제고하기 위해 총력 지원 중으로,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인 한·중 FTA 발효에 대비해 對중국 수출기업의 FTA 활용 지원을 위해 ‘Double-100일 특별지원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전국 30개 세관에 ‘YES FTA 차이나센터’를 설치하고, ‘125 콜센터’를 통해 중국 수출기업에게 맞춤형 컨설팅 지원 중으로, 한·중 FTA 수출기업을 위한 한·중 세관간 ‘원산지 자료교환 시스템 구축’ 등 인프라 구축을 추진 중에 있다.”
-국내 물가 안정과 소비자의 권익 보호 차원에서 온라인을 통한 해외직구를 활성화한데 이어, 올들어 영세·중소기업의 수출 지원을 위해 역직구 수출 지원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활용사례 및 향후 추진일정은?
“최근 급성장하는 글로벌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온라인 수출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해 관세청은 해외역직구 수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3월말부터 국제우편(EMS)으로 배송되는 전자상거래 수출물품에 대해서도 수출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 수출업체의 물류비 절감 지원을 위한 한·중(인천→칭다오)간 페리선을 활용한 해상배송체계가 지난 3월말에 도입됐으며, 동 해상배송체계 활성화를 위해 중국 세관당국과 협의를 추진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으로 전자상거래 수출물품과 관련, 매 건별 수출신고서 작성에 겪는 어려움 해소를 위해 전자상거래 수출신고 전용 플랫폼을 구축해 하반기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올해로 한국세정신문이 창간 50년을 맞는다. 세정신문과 독자들을 향한 인사말씀 부탁드린다.
“1965년 한국 최초의 조세전문언론으로 탄생한 한국세정신문이 창간 50주년을 맞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
한국세정신문은 건전납세문화 조성과 신속·정확한 조세관련 뉴스를 제공해 관세행정에 큰 기여를 해왔다.
올해에도 관세청은 국민들에게 최고의 관세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고 한국세정신문에서도 관세청의 이같은 노력을 적극 알려주기를 부탁드린다.
한국세정신문 독자여러분 모두에게 건강과 평안이 함께 하기를 기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