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대감! 정말 고맙소”
출입기자들과 함께 일주일간의 해외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니 기자실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았다. 거기에다 안정남 국세청장이 곧 건설부 장관으로 영전할 것이라는 소문도 들렸다. 그래서 필자는 조용한 기회를 얻어 당사자인 그 분께 여쭤 보았다. 그리고 필자의 개인적인 느낌까지 함께 말씀드렸으나 가타부타 말씀이 없었다. 그로부터 며칠후 정말 소문대로 건설부 장관으로 영전하시게 되었다.
반면에 전쟁 당사자들인 언론사들은 그 날부터 마치 전면전을 선포하는 듯 했다. 이제부터는 국세청장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한바탕 전쟁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필자로 하여금 자기들에게 일일이 대응하지 말라고까지 했다. 왜냐하면 그 분은 이미 국세청을 떠났으니 이제 새로 온 국세청장에게 충성하라고 했다.
며칠후 후임 국세청장으로 손영래 서울지방국세청장이 발탁되어 왔지만 언론사 분위기는 예나 다름이 없었다. 오히려 신임 국세청장까지 싸잡아서 전쟁 당사자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여기에다 더 곤혹스러운 것은 당시 정치권에서도 여기에 가세하여 언론사 편을 들고 있었다.
그런 데도 누군가가 말했던가 “세월이 약이라고….”
그런 치열한 전쟁 중에도 세월은 흘러 어느덧 한 해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는데 나에게 정말 의미있는 날이 온 것이다.
바로 성탄절 전날인데 그 날, 나는 꿈에도 그리던 부이사관 승진이라는 큰 선물을 받았다. 50대 중반의 나이임에도 몸을 던져가며 밤낮으로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을 불쌍히 여겨 이렇게 큰 선물을 안겨준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그러나 승진의 기쁨도 잠시 잠깐이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시간은 흘러 어렵게 한해를 마무리하고 또 새로운 한해를 맞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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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근 천안함재단 이사장이 2014년4월4일 천안함재단 46용사 유가족 밥퍼봉사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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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손영래 국세청장께서 필자를 불러 청와대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당시 공직사회에서는 보기 드물게 국세청 공보관이 너무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으니 특별히 격려를 해주란다 그러면서 몇몇 주요 부처 공보관들과 함께 보름동안 유럽지역을 시찰할 수 있는 특전을 만들어 주라는 특별지시가 내려 왔으니 해외 시찰을 갈 준비를 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국세청 형편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국세청장에게 “예. 준비는 하겠습니다만, 보름 동안 자리를 비울 수가 있겠습니까?”라고 말씀드렸다.
필자는 퍽이나 고민이 되었다. ‘과연 전쟁 당사자인 언론사에서 보름동안 조용히 다녀올 수 있도록 배려해 줄 수 있을까? 하여튼 출장 준비는 해놓고 보자’라고 마음먹었다.
그 때 그보다 더 가슴 뿌듯하게 느낀 것이 하나 더 있었다. 몇몇 부처 공보관들로부터 이상한(?) 전화를 받았다. “우리 장관님께서 자기로 하여금 국세청 공보관을 만나서 어떻게 그렇게 공보관 직책을 잘 감당하고 있는지 그 비결을 알아 보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것이었다.
그 때마다 필자는 그들에게 “몸을 던지세요”라고 한마디해 주었다. 그러면서 ‘정말 나도 고생한 보람이 있구나. 청와대에서도 인정해 줄 정도이니…’라고 생각했다.
드디어 3월초, 지정된 날에 해외 시찰을 가려고 하는데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어떤 메이저 신문사에서 국세청장 개인비리를 크게 터뜨리겠다는 것이다. 정탐을 해보니 예삿일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 내용을 당사자인 손영래 국세청장에게 말씀을 드리고 아무래도 보름간 자리를 비울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대신 고생하고 있는 공보계장 사무관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비록 공보관실로 들어온지 불과 두달밖에 안된 것이 흠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는 강력하게 추천했다. 결국 그 계장 사무관에게 그런 행운이 돌아갔다.
그 때 나는 이것도 그 친구에게 돌아가는 하나의 관운(官運)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가 말했던가?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사람이 받는다고….” 여기에다 개인적으로 미리 준비해 놓았던 용돈까지도 건네주면서 잘 다녀오라고 했다.
참고로 그 친구는 먼 훗날 수도권 일급지 세무서장을 끝으로 현직에서 물러나 지금은 능력있는 세무사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사랑하는 김건중 아우야! 잘 지내고 있지? 그 때 보름간의 정말 부담없는 유럽 시찰 다녀온 것 좋은 추억으로 아직도 잘 간직하고 있지?”
그리고 그 때 정말 좋은 기회를 부하에게 안겨준 나는 당시 그 유력신문사에서 1면 톱으로 실린 국세청장 개인 관련 특종기사를 깔끔하게 잘 마무리시켰다. 며칠동안 전 언론사를 일일이 찾아 다니며 해명한 덕분이었다. 참으로 다행이었다. 지금도 가끔 나이가 같은 또래인 손영래 국세청장을 만나면
“조 대감! 그 때 참 고마웠어”
무슨 말씀…?
<필자의 한국세무사회 회장 출마로 인해 선거종료시까지 본 연재가 중단됩니다. 애독자 여러분의 양지 바랍니다>
<계속>-매주 水·金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