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5.06.23. (월)

내국세

[연재]‘실력이야말로 진정한 세정서비스의 원천’

-'격동기 국세청 30년, 담담히 꺼내본 일기장'-(62)

1. 제1 소망: 가장 깨끗하고 가장 능력있는 정부기관

 


나의 첫번째 소망은 국세청이 우리나라의 모든 정부기관 중에서 가장 깨끗하고 가장 능력있는 모델기관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국세청은 99년 세정개혁을 계기로 과거 온갖 비리의 온상이었던 지역담당제라는 세원관리방식으로부터 완전히 탈피하였다.

 

이에 따라 세정정화의 수준이 획기적으로 향상되었다.

 

지역담당제 하에서는 전체 종사 직원의 대부분이 밖에 나가 납세자를 만나서 일을 처리하는 외근활동을 하였는데 99년 세정개혁 이후에는 조사과 종사 직원만이 세무조사 명목으로 외근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바로 이 세무조사 과정에서 종종 납세자와의 결탁 등에 의한 비리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국세청이 100가지 업무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하더라도 한 번의 비리사고가 나면 그동안의 공든 탑은 일시에 무너져 내린다. 곧 백약이 무효가 된다.

 

재야에 있는 국세동우들의 좌절과 실망은 말로 할 수 없다.

 

세정 정화야말로 국세청이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제1의 요건이다. 세정정화를 기필코 달성할 실효성 있는 제도적 장치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조사요원에 대한 가치교육, 처우개선, 조사과정에서와 사후 관리감독체계구축, 엄중한 문책과 처벌 등 단호한 결단이 있어야 한다.

 

이와 함께 국세공무원은 가장 유능한 공직자이어야 한다. 국세청의 일은 직무수행의 성격상 국민의 재산권에 대한 침해가 불가피하게 뒤따르기 때문에 무엇보다 직무집행의 합법성, 적법성이 요청된다. 

 

이 요구에 대한 충족은 직무수행에 관련된 법규에 정통함을 통해서만 이루어진다.

 

이런 의미에서 세무공무원이 되면 끊임없이 공부하도록 제도화하여야 한다.

 

고재일 청장 시절 직원들의 인사배치에 앞서 1년에도 몇번씩 시행했던 각종 요원시험제도는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앞으로 완전한 형태의 업무기능별 조직으로 새롭게 출발할 경우 직원의 인사원칙은 직원들이 어느 부서라도 지원할 수 있는 기회균등의 길을 터놓되 희망부서에 지원하려면 그 부서업무 수행에 필요한 필수자격요건, 선택자격요건 및 경력요건을 갖추도록 하여 업무기능별 전문보직제를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능력있고 실력 있으면 종사 직원의 마음가짐이 온유, 겸손하고 태도가 친절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부실과세가 줄어들게 된다.

 

부실과세가 줄어들면 납세자의 심적 고통과 물적 손실이 예방되고, 불복에 따른 행정대응 비용도 줄어드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곧 실력이이야말로 진정한 친절봉사, 세정서비스의 원천이다.

 

끊임없이 공부하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직무수행이나 승진이 불가능한 풍토를 만들면 종사 직원들은 딴 생각하지 않고 오직 실력으로 진검 승부하는 직장의 관행이 형성될 것이다.

 

 

 

2. 제2 소망: 납세환경의 투명성을 주도적으로 창출하는 기관

 

 

 

두번째 나의 소망은 국세청이 납부환경의 투명성을 적극 창출하면서 동시에 재정 수요도 충족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바람은 다소 색다른 주장으로 들릴지 모르겠으나 우리는 99년 세정개혁을 통해서 국세청이 주도적으로 불투명한 납세환경을 투명하게 창출해 낸 소중한 경험과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범사회적 과세자료인프라구축이 바로 이를 입증하고 있다.

 

이 기능은 국세청이 단순한 징세기관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 나라 발전의 견인차 역할과 사회정의 실현기관이라는 새로운 이미지와 비전을 제시해 준다.

 

 

 

오늘날 한국사회는 한마디로 부정적인 면에서 진단한다면 ‘4ROTC의 나라’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는 Republic Of Total Corruption(총체적 부패의나라), Republic Of Total Confusion(총체적 혼란의 나라), Republic Of Total Crisis(총체적 위기의 나라), Republic Of Total Condemnation(총체적 죄인의 나라)을 말한다. (Laxmi Nakarmi, NEWSWEEK, 1996.1.3.,P.114)

 

우리는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지금 선진국 진입의 문 앞에 다다르고 있지만 국민의 행복지수는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들 보다 뒤처지고 있다.

 

이는 지나친 부의 편재현상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과 불투명한 사회구조에서 비롯한 불신 때문이다.

 

 

 

불신의 악순환구조와 신뢰의 선순환구조

 

 

 

불투명은 불신을, 불신은 갈등을, 갈등은 불화를, 불화는 상호투쟁을 낳고 결국 공동체는 너 죽고 나 죽는 공멸로 끝난다.

 

이것이 바로 불신의 악순환 구조(vicious circle of distrust)이다.

 

이 과정에서 계량화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사회적 비용(social cost)이 발생하게 된다. 고비용 저효율 사회가 되어 나라의 경쟁력은 떨어진다.

 

어떻게 하면 이 불신의 악순환 구조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

 


그것은 불투명한 곳, 어두운 곳에 빛을 비추면 그 불투명, 어둠은 사라진다. 이 빛이 바로 창의적인 아이디어에서 나오는 지혜로운 정책이다.

 

이 빛(지혜의 정책)으로 불투명을 투명으로 바꾸면 불신과 의심이 사라지고 갈등은 상호 신뢰로 불화는 화합으로, 상호 투쟁은 상생으로 바뀌고 결국 공동체는 번영의 길로 나아가게 된다. 이를 신뢰의 선순환 구조(Virtuous circle of trust)라고 한다.

 

이 구조 속에서는 모든 경제․사회적거래 관계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제거되고 거래관계에 속도가 붙게 된다.

 

이 신뢰의 속도(Speed of Trust)는 투명성지수 또는 신뢰지수에 비례하여 기하급수적으로 증가된다. (Franklin Covey)

 

고비용 저효율 사회가 급속도로 저비용 고효율 사회로 바뀌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신뢰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 된다. (F.Fukuyama, TRUST)

 

이리하여 나라 전체의 경쟁력이 획기적으로 제고된다.

 

여기서 우리는 새로운 세기에 있어서는 투명하지 않은 나라는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투명성은 상호 모순관계(trade off)에 있는 공평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충족시켜 주는 전제조건이 된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계속>-매주 月·木 연재-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