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문무일(54·사법연수원 18기) 검사장이 특별수사팀 수장(首長)으로 낙점된 배경을 놓고 검찰 안팎의 말들이 무성하다.
특히 그 중에서도 호남 출신인 그에게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맡긴 것에 대해 '설'들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문 특별수사팀장이 '특수통'인 것은 사실이지만 실체를 밝히지 못한 채 이 사건이 '미궁'에 빠질 것에 대비한 출구전략도 감안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호남 출신 검사장이 책임을 지고 수사를 해도 실체를 밝히는 데 한계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수사의 정당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대구·경북(TK) 출신이 아니면 믿을 수 없다"던 박근혜 정부의 인사스타일을 감안하면 청와대와 여권, 검찰 등이 이번 사태 이후 내부적으로 얼마나 다급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문 팀장은 13일 기자들과의 첫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고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건의 민감성과 중대성을 감안, 철저히 수사해서 의혹을 불식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사장 출신의 한 법조인은 "호남 출신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 이 정부가 문 팀장 카드를 내세운 건 사건이 미궁에 빠졌을 때를 고려한 정치적, 전략적 선택으로 보여진다"며 "쉽게 말하면 실체를 못 밝히더라도 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덜 맞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현 정부들어 호남 출신 검사장에게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맡긴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박근혜 정부 이후 검찰내 요직은 TK 출신들이 대부분 차지한 데다, 로열티(loyalty, 충성심)가 있다고 해도 TK 출신이 아닌 경우 정권의 신뢰를 얻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TK 출신보다는 호남 출신의 인사가 수사팀을 이끄는 것이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 뒷말이 나올 가능성이 적다"며 "호남 출신 인사가 수사팀을 이끌면 야당 입장에서도 '뭐 이렇게까지 심하게 수사를 하느냐'는 말이 나올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설령 문 팀장이 평소 실력대로 금품 리스트를 정리한 장부 등 구체적인 증거를 찾아내더라도 청와대와 여권 입장에선 검찰이 '가지치기'를 해주기를 바랄 가능성도 있다.
검찰 수뇌부도 문 팀장이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된 모든 의혹들의 실체를 샅샅이 파헤치기 보다는 어느 정도 가지를 쳐내 사태를 정리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문 팀장이 결기가 있는 사람이어서 수사를 통해 드러난 것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가지치기를 할 사람은 아니다"며 "그러나 검찰 수뇌부와 청와대가 부담스러워 할 경우에는 또 어떻게 될지는 모를 문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법조계 관계자는 "과거 경험상 정권의 역린(逆鱗, '용의 목에 거꾸로 난 비늘'이라는 뜻으로 군주의 약점을 뜻함)을 건드려야 하는 수사는 사실상 밑그림을 그려놓고 거기에 짜 맞추는 수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권을 중심으로 '공멸(共滅)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 검찰이 이를 거스르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