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옥 대법관 후보자는 5일, 대법관 출신들이 퇴임 후 변호사 개업 포기 서약서를 써야 한다는 대한변호사협회의 요구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혔다.
박 후보자는 이날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위원들에게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대법관 후보자 각자의 형편과 생각이 같을 수 없는데도 모든 대법관 후보자에게 퇴임 후 변호사 활동의 포기를 미리 약속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같이 답했다.
박 후보자는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침해의 소지도 있는 만큼, 퇴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 문제는 제도적인 측면에서 논의되어야 한다"며 "퇴임하는 대법관에게 그들의 경륜과 경험을 살려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적절한 기회, 그리고 그에 상응한 처우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다면 퇴임 후 변호사 활동보다는 공익에 보탬이 되는 활동을 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인 또한) 적절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가급적 제 경험과 능력을 살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변협은 전관예우 차단 차원에서 지난달 23일 차한성 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 신고를 반려하기로 결정했다. 또 국회의장에게 공문을 통해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 '퇴임 후 변호사 개업 포기' 서약서를 받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박 후보자는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에 대해 "온 국민에게 엄청난 충격과 슬픔, 분노를 안겨줬으며 대한민국의 민주화 및 인권사에 크나큰 영향을 미친 사건"이라며 "수사에 임하는 동안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1차 수사에서부터 조기에 공범의 존재나 경찰의 조직적인 사건 축소·은폐 시도를 밝혀내지 못한 것에 대해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또 상고법원 설치와 관련, "대법원의 최고법원 기능을 살리면서도 국민들이 원하는 상고심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은 상고법원안이 유일하다"며 "대법원은 전원합의체에서 법적 가치 기준을 세우고, 상고법원은 정당한 권리를 제대로 찾지 못한 사건이 없는지 충실하게 살펴 분쟁을 해결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찬성의사를 밝혔다.
사법시험 존치 여부에 대해서는 "법학전문대학원 제도가 정착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 사법시험 존치를 논하는 것은 다소 이른 감이 있다"고 답했지만, 로스쿨 제도에 대해서는 "이론과 실무가 균형을 이룬 교육과정의 개발, 충분한 실무수습의 기회 제공 등 가능한 제도적 지원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에 대해서는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현실과 국가안보의 중요성 등을 감안할 때, 아직까지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등 헌법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국가보안법이 필요하다"며 "남용이나 오용의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5·16 군사정변에 대해 "민주적 헌정질서가 헌법절차에 반한 군사력의 동원으로 무너지고 정권이 교체됐다는 점에서 군사정변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며 "그 공과를 잘 살펴 국민의 자유와 권리, 그리고 민주적 헌정질서가 확고히 뿌리내릴 수 있는 밑거름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한편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오는 7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