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금호석화)의 계열분리 소송 패소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간 갈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형제 공동경영'으로 재계의 찬사를 받던 옛 금호그룹은 지난 2009년 고(故) 박인천 창업주의 아들인 박삼구·박찬구 회장간 갈등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그룹으로 두 동강 났다. 두 형제는 서로를 검찰에 고소하는 등 갈등의 골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박삼구·박찬구 형제의 갈등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연이어 인수하며 몸집을 불리는 과정에서 촉발됐다. 박삼구 회장이 신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인수를 나서자 박찬구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 석유화학 부문 회장이 반대했지만 묵살 당하는 등 그룹 경영을 놓고 이견이 시작됐다.
박찬구 회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건설업계 불황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몰리자 2009년 금호산업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금호석화 지분을 대폭 늘리며 계열 분리를 추진한다. 박삼구 회장은 같은해 7월 '지분 공동 보유'라는 규칙을 깬 동생 박찬구 회장을 해임하고 본인도 도의적 책임을 지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동반 퇴진이라는 형식을 취했지만 박삼구 회장이 동생을 쳐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 이 사건을 계기로 그룹은 금호아시아나(금호산업, 금호타이어, 아시아나항공)와 금호석화 두 개로 쪼개졌지만 완전 결별(계열 분리)은 아닌 애매한 상태로 감정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서로를 검찰에 고소하는 것은 물론 기업 경영 전반에서 대립하는 상태. 그룹 재건을 위한 형제간 협력은 '언감생심'이다.
박찬구 회장은 박삼구 회장을 4200억원대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박삼구 회장이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발행한 4270억원 규모 기업어음(CP)을 그룹 계열사에 떠넘긴 후 양사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해 계열사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 골자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형제 중 한명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박찬구 회장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매각한다는 미공개 내부 정보를 이용해 금호산업 주가가 폭락하기 전 보유 주식를 매도, 막대한 이익을 챙긴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상태다.
박찬구 회장은 '형 때문에 검찰에 고발당하고 사법처리까지 당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금호석화가 채권단 중재에도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팔지 않는 이유도 그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석화에 아시아나항공 주식 매각 이행청구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했다.
형제간 갈등은 기업 경영을 놓고도 발견된다. 형제가 갈라서기 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석화(자회사 포함)가 만든 원재료를 받아 금호타이어가 타이어 완성품을 생산하는 수직계열 체제였지만 형제의 난 이후 두 회사간 협력은 중단된 상태다. 금호산업, 금호고속 등 구조조정 과정에서 채권단에 넘어간 계열사 회수가 시급하지만 협력은 커녕 잠재적 경쟁자로 분류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화는 부친의 호를 따 만든 '금호'라는 상표 소유권을 놓고 상표권 소송도 진행 중이다. 일종의 정통성 논쟁이다.
금호석화는 박삼구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이사 직무 정지 소송을 제기했다 패소하고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삼구 회장의 일정을 빼냈다며 박찬구 회장의 운전기사를 고소하는 등 소송전도 끊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