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경비율제도, 무기장 추계신고자의 소득금액 양성화의 툴(tool)
우리는 소득표준율을 대체하는 이 제도의 명칭을 여러 대안을 놓고 검토한 끝에 최종적으로 ‘기준경비율’로 정하고 실무에 활용할 수 있는 기준경비율 제정 작업에 착수하였다.
이와 함께 영세 자영사업자를 위한 배려에서 개념상 주요 경비와 기타 경비를 구분하지 않고 전체 경비를 산정할 수 있는 경비율을 동시에 제정키로 하고, 이를 ‘단순경비율’이라 칭했다. 이 작업은 최종 법제화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토론회, 공청회 등 의견수렴과정을 거쳤다.
2000년6월9일에는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표준소득율제도 개혁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가졌는데 이날 사회는 경희대학교 최명근 교수가 했고 내가 주제발표를 했다.
토론자는 이양자(한국세무사회제도 개선 추진위원), 이우택(한양대학교 교수), 전영준(한국조세연구원 전문연구위원), 조유동(경실련정책위원, CPA), 하승수(참여연대납세자운동본부실행위원장, 변호사), 홍순영(중소기업중앙회 조사상무) 등 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은 기준경비율제도 도입을 전반적으로 찬성하면서 기장유도를 위해 기준경비율을 높게 제정하지 말 것과 단순경비율제도는 과도적으로 운영하고 어느 시점에 가서는 기준경비율제도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KBS TV는 이날 밤 9시 주요 뉴스로 이날 토론회 모습과 주요 내용을 간추려 보도하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기준경비율제도가 2000년 12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법제화됐고, 2002년 귀속 소득세 신고(2003년 5월)부터 시행하도록 했으며 주요 경비의 범위와 증빙서류는 국세청장이 고시하도록 했다.
지난 반세기동안 우리나라 대중 납세자의 소득세 부담을 사실상 결정해 온 중차대한 행정기준율인 소득표준율을 새로운 기준경비율제도로 바꾸는 작업은 아이디어 구상에서부터 법제화에 이르기까지 1년 반의 시간과 노력이 투입됐다. 2002년 귀속 소득세 확정신고시 적용할 ‘2002년 귀속 소득세 신고용 기준경비율’이 제정되기까지는 다시 2년의 시간이 걸렸다.
당시 소득세과 강정무 사무관이 이 업무를 담당했는데 그는 차분한 가운데 두루 갖춘 실무경험과 특유의 집중력으로 온갖 정성을 쏟아 이 일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나는 지금도 그가 기준경비율제도 도입의 일등공신이라고 생각하며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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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세무서의 전통적인 세원관방식인 ‘지역담당제’가 ’99년 폐지됐다. 지역담당제 펴지는 일선 세무행정의 일대 혁신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지역담당제가 폐지되므로써 일선 세무서 인력 대부분이 ‘외근’에서 ‘내근’으로 근무형태가 바뀌었다. 사진은 지역담당제 폐지로 인해 생긴 한 세무서의 개인사업자 신고함. 그 앞에서 납세자들이 직원 안내를 받으며 신고서를 작성하고 있는 모습.<세정신문DB> |
5) 지역담당관제의 폐지와 일하는 방식의 쇄신
신용카드세금공제제도가 지역담당제를 대체하다
99년 세정개혁으로 기능별 조직을 도입하면서 그동안 일선 세무서의 운영방식이었던 지역담당제를 폐지하기로 하였다.
지역담당제(Zonal System)는 그동안 전통적인 세원관리 수단으로써 불가피한 방식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납세자와의 잦은 접촉으로 인한 폐단이 너무 커서 대대로 이를 폐지하기 위한 온갖 시도를 다해왔으나 결국은 원점으로 회귀했다.
이같은 상황하에서 99년에 범사회적 과세기초자료 인프라 구축이 세정개혁 프로그램으로 신속하고 강력하게 추진됐고, 그중에서 가계부문 소비자들에게 신용카드 사용에 따른 세금공제 혜택을 부여함에 따라 신용카드 사용이 해를 거듭할 수록 급증, 소매․서비스업종의 현금수입이 신용카드를 통해 자동으로 노출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이들 현금수입업종의 주된 세원관리 방식으로 오랫동안 고착돼 온 지역담당제가 더이상 자리잡고 버텨야 할 존재기반이 없어져 버렸다.
다시 말하면 누가 지역담당제를 인위적으로 폐지했다기 보다는 자동으로 소멸되어버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혹자는 지역담당제의 폐지는 99년 세목별 조직을 기능별 조직으로 개편함에 따른 결과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으나, 기능별 조직 때문에 지역담당제가 소멸된 것은 아니었다.
99년에 기능별 조직을 도입하면서 지역담당제를 폐지 선언한 것은 사실이나 그 선언만으로 폐지될 수는 없었다.
우연의 일치로 이와 동시에 가동한 범사회적 과세자료 인프라가 이 지역담당제를 대체해 버렸던 것이다.
신용카드에 의한 현금수입업종의 수입금액 노출수단이 없는 상황하에서는 조직의 형태를 조금 바꾸는 것을 계기로 섣불리 지역담당제를 없애려한다고 해서 이 뿌리 갚은 제도가 자동으로 없어질리는 없었다.
그동안 우리나라 세무서의 전통적인 운영방식인 지역담당제의 소멸은 마치 신기술에 의해 옛 기술이 대체되는 것처럼 신용카드 세금 혜택이라는 신 제도에 의해 지역담당제라는 진부화된 구제도가 자동 대체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외근’에서 ‘내근’으로 일하는 모습 바뀌다
지역담당제가 자동소멸됨에 따라 종전에는 세목별 조직 하에서 일선 세무서 인력의 80%가 지역담당자로서 담당지역을 돌아다니며 세원을 관리하는 외근활동을 했으나, 업무기능별 조직으로 개편되면서 동시에 범사회적 과세기초자료 인프라가 작동됨에 따라 일선 인력의 30%만 새로 생긴 조사과에 배치돼 외근활동이 허용됐고 나머지 70%는 하루종일 사무실내에서 PC앞에 앉아 내근하는 형태로 세무관서의 일하는 모습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말 그대로 일하는 방식이 180도로 바뀐 것이다.
<계속>-매주 月·木 연재-